[연속기획-소방학문의 현주소와 미래] 제16대 한국화재소방학회 탁일천 부회장

“산ㆍ학ㆍ연ㆍ관의 협력이 필요… 소방산업진흥원은 미룰 수 없는 과제”
“미래소방 비전 제시와 선제적 소방산업 지원 위한 스타트업 육성 추진”

이재홍 기자 | 입력 : 2017/12/22 [12:57]

▲ 제16대 한국화재소방학회 탁일천 부회장    © 소방방재신문


[FPN 이재홍 기자] = 소방의 역사는 오래됐지만 이를 체계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학문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소방을 하나의 학문 분과로 연구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말부터였으며 2000년대 초반에서야 비로소 여러 대학에서 소방 관련 학과들이 신설됐다.


한국화재소방학회는 소방이 학문으로 연구되기 시작한 당시부터 30년간 명실상부한 화재소방 분야 최고의 학회 위치를 굳혀왔다. 약 70여 개 대학에서 소방을 연구하며 후학을 양성하고 있는 교수진들부터 산업계 현장 엔지니어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전문가가 화재소방학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본지<소방방재신문/FPN>는 소방학계를 대표하는 한국화재소방학회의 제16대 임원들로부터 소방 분야 발전을 위한 토대인 소방학문의 현주소와 앞으로의 방향성을 모색하고자 연속 인터뷰를 기획했다.


마지막 대상은 탁일천 부회장이다. 그는 학회의 부회장으로서는 특이하게 학계가 아닌 산업계 인물이다. 오랜 기간 소방산업에 종사해 온 사업가이자, 소방 분야 관계자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NGO 단체, 한국소방안전권익협회에서 활동(중앙회장)하는 사회운동가이기도 하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 또 미래소방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기 위한 학회가 추진하고 있는 소방산업 스타트업 육성계획. 그 선봉에 선 탁일천 부회장을 만나봤다.

 

■ 우리나라 소방학문과 기술의 현안을 어떻게 보나.
소방학문은 공학을 기반으로 모든 분야를 융합하며 균형 발전을 이루고 그 성과를 사회에 환원하기 위한 학문이다. 즉, 경제성과 보안성 등 실용적인 관점에서 안전한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꼭 필요한 학문이라 할 것이다.


최근 혁신성장의 중요성은 공급자 위주의 재난관리보다 자율형 안전공동체의 참여 등 선진체계로 변하고 있다. 특히 지난 15일 경북 포항에서 규모 5.4의 지진으로 1,071명의 이재민과 90명의 인명 피해를 내고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사례를 보더라도 소방내진전문가의 양성은 미룰 수 없는 과제다.


학문과 기술은 소방을 지탱하는 두 축인 동시에 불가분리의 관계에 있으므로 설계, 시공, 감리, 유지관리(점검)에 이르기까지 유기적인 체계 속에 정책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 그리고 소방 사랑의 혼이 깃든 업무수행을 통해 국민 경제발전과 안전을 확보할 때 비로소 인재가 몰리고, 좋은 대우를 받으며 소방 최고의 가치인 공공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혁신의 중심에는 사람과 기술이 있으므로 미래를 내다보는 투자가 중요하다. 또 끊임없는 자기계발을 통해 실력을 향상시켜야 전문가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형식적인 업무수행과 환경을 탓하고 비아냥과 자조 섞인 한숨 속에 저가 수주를 자행하면서 스스로 소방의 가치를 잃어버리는 현실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소방의 내일과 성숙한 소방인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 소방 발전에 있어 필요한 부분은 무엇이라고 보나.
현대는 불확실성의 예측이 불가능한 시대다. 편협한 개인주의적 시각에서 벗어나 소방이라는 종합학문의 토대 위에서 너와 내가 아닌 우리가 서로 융합하며 소통하고 힘을 모아 새로운 환경에 도전하는 패기와 열정이 필요하다. 수많은 사람을 위험에서 벗어나게 하며 행복하고 안전한 세상을 만드는 파수꾼의 역할을 감당하는 소방이야말로 매력적이며 성공할 수 있는 일이라는 확실한 믿음으로 내일을 준비해야 한다. 


우리나라 소방의 역사는 화재와 더불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희생을 동반한 발전을 거듭해 왔다. 법규와 행정의 관 주도하에 자율성을 잃어버리고 경직된 문화가 정착됐음은 부인할 수 없으며 경제가 성장해도 소방에 대한 인식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오늘날 경제적 가치만 추구하며 달려온 적폐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안전불감증이다. 통섭의 지혜가 필요한 때에 처벌 위주의 행정 편의적 발상과 시대에 뒤떨어진 정책, 변화에 대한 두려움과 고정관념, 형식 위주의 겉치레 등은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을 포기하게 만들며 절망에 이르게 하는 고질적인 병이다.


이처럼 소방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는 어느 한 분야에 국한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산ㆍ학ㆍ연ㆍ관이 함께 협력해 해결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소방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소방산업진흥원을 설립하고 소방산업의 비전을 제시하며 미래를 대비하는 일은 결코 미룰 수 없는 당면과제다.


다음으로 최근 발생한 지진에 대한 ‘국가내진성능의 목표’는 국가가 지진에 대비해서 국가적 기능유지를 위해 설정한 목표를 말한다. 발생 가능한 강진에 따른 인명 손실과 사회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해 사회기능의 조속한 회복과 ‘내진설계기준 공통적용사항’을 정해 시설물의 내진성능을 확보하도록 하고 있다.


내진전문가 부재로 인한 방향성 상실과 불신에 대처하기 위해 전문가 그룹의 내진 안전기술원이 설립됐다. 그러나 정책개발ㆍ기술지원 등 업무에 필요한 내진안전교육과 인증서 발급 등을 통해 사회 안전망 구축에 노력하고 있음에도 내진전문가 없는 선행교육, 소화수조 무용지물 논란, 수입 내진 관련 제품 특혜 등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관련 단체나 소방학교, 소방서 등을 방문해 내진에 대한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해도 마이동풍으로 일관하고 있는 현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인증서도 없이 내진과 관련한 업무를 수행한다는 것은 엔지니어의 자존심과 위상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안전을 생각한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을 자행하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모든 것을 법으로 강제할 필요는 없지만 많은 인원의 자발적 교육 참여로 인한 내진인증서를 보유하고 있어야 대한건축사회, 지진공학회,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등 외부의 세력에 흔들리지 않는 소방내진의 위상이 정립될 수 있을 것이다.

 

■ 화재소방학회 부회장으로서 앞으로의 구상이 궁금하다.
학회는 그동안 수많은 논문과 학술대회, 부문위원회를 통한 세미나, 불조심 캠페인을 전개했고 각종 연구개발과 정책 제안 등으로 소방 위상 제고를 위해 노력해왔다. 


이제는 글로벌화에 따른 체질 개선과 무한경쟁시대에 직면한 소방산업의 도약을 위해 품질 향상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법과 제도의 정비, 차세대 핵심기술 보유, 인프라 구축, 전문인력 양성 등 중ㆍ장기계획을 수립해 선제적으로 소방산업을 지원해야 할 필요성에 공감했다.


이에 학회는 신기술ㆍ신지식 등을 바탕으로 혁신적인 유연성과 정보화를 통한 네트워크 기반의 선도적 기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른바 스타트업 육성이다.


한국화재소방학회의 스타트업 육성 추진 방향은 ▲신기술ㆍ신제품 기술대상 제정 ▲인증사업 운영위원회를 통한 선별 ▲성능기준 제정 ▲학회 공인인증서 발급 ▲기술정보 발표ㆍ지원 ▲광고매체를 활용한 홍보 ▲소방기술인 세미나 개최 등 실용화 모색 ▲한국소방안전권익협회와 함께 안전감시단 활동 강화 ▲위험물 내진 관련 평가 표시제를 위한 테스크포스 구성 등이다.


이를 통해 소방제품의 품질을 향상시키고 국제 경쟁력을 강화함으로써 소방산업을 진흥하고 궁극적으로는 국민이 보다 안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나가는데 일조할 방침이다.


이재홍 기자 hong@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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