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PN 최영 기자] = <FPN/소방방재신문> 취재결과 21일 발생한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에서 사망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2층 여탕의 출입문(비상구)은 원래 두 개였지만 하나는 제대로 사용할 수 없는 상태로 방치돼 있어 사실상 ‘무용지물’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22일 현장에서 확인된 이 막혀버린 비상구는 1층 주차장에서 시작된 화재로 인해 주 출입구와 계단실이 연기로 꽉 찬 상황에서 유일한 피난구였다. 하지만 이곳에는 족히 2m는 넘어 보이는 선반들이 가득 차 있었다. 선반 위에는 목욕 바구니와 잡동사니가 쌓여 있고 다닥다닥 붙은 구조물 탓에 한 사람조차 통행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좁았다.
해당 건물은 전면 출입문과 후방 한 켠에 작은 비상계단이 자리 잡고 있다. 화재 당시 지상 1층 주차장에서 발생한 불로 필로티와 맞닿은 1층 출입구 주변의 유리문이 파손되면서 연기는 삽시간에 1층 공간과 계단실로 퍼진 것으로 보인다.
당시 유일한 탈출구는 후방에 위치한 이 비상구와 피난계단이었다. 3층 남성 사우나의 경우 이발소에서 근무하던 김종수씨(64)가 손님 10여 명을 비상계단으로 유도한 덕에 생명을 부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당시 대피자들에 따르면 2층에서 대피하는 사람들은 눈에 띄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3층에서 뒤편 비상구를 통해 대피했다는 이용객 A씨는 “급하게 이발소 관계자가 불이 났다고 대피하라고 해서 뒤편 계단으로 팬티만 걸치고 달려 나왔다”면서 “2층에서 대피하는 사람은 보지 못했고 문이 닫혀 있었다”고 말했다.
화재 진압 이후 확인된 2층 비상구의 개방 모습은 A씨 증언에 신빙성을 더하고 있다. 급박한 화재 상황 속에서 피난로로 사용됐다면 선반 위에 놓인 바구니 등 물건들이 널부러져 있어야 정상이다. 화재 직후 캄캄한 어둠 속에서 폭이 1m도 안 되는 비좁은 공간의 주변 물품을 훼손하지 않고 나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확인한 이 곳은 누군가 금방 정돈이라도 해 놓은 듯 깔끔한 모습이다. 아무도 이 비상구로 대피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여성 사우나를 이용했다는 인근 주변의 상인 B씨는 “평상시 뒤쪽(비상계단 방향)은 목욕바구니 같은 것을 쌓아 놓았었다”며 “평소 문을 닫고 출입이 불가능하게 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2층 정면의 위치했던 슬라이딩 도어가 제대로 열리지 않았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스포츠센터 관계자 C씨는 “안에서 여러 번 눌러도 문이 잘 열리지 않아 밖에서 문을 열어 주곤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용객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난달 10일 목욕탕을 사용했을 때 2층 여탕 출입문 버튼이 조작되지 않아서 안내 데스크에서 정장을 입은 남자가 올라와 문을 열어줬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B씨는 “여성 사우나 출입문은 조그맣게 빨간색으로 표시된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문이 열리는데 이걸 제대로 누르지 않으면 잘 열리지 않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