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광고
광고

[제천 화재/집중취재②-단독] 1층엔 방화문도 없었다… 깨져버린 방화구획

화재안전 시설 중 핵심인 방화구획 부실로 화재ㆍ연기 빠르게 확산
1층→상층 직결되는 설비들, 말끔한 2층… 수직관통부가 문제였나

광고
최영 기자 | 기사입력 2017/12/24 [07:29]

[제천 화재/집중취재②-단독] 1층엔 방화문도 없었다… 깨져버린 방화구획

화재안전 시설 중 핵심인 방화구획 부실로 화재ㆍ연기 빠르게 확산
1층→상층 직결되는 설비들, 말끔한 2층… 수직관통부가 문제였나

최영 기자 | 입력 : 2017/12/24 [07:29]

▲ 제천 스포츠센터화재는 1층 주차장에서 발생돼 1층 측면 실내 로비를 타고 번져 나갔지만 층계로 이어지는 입구에는 방화문조차 달려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곳에 방화문만 제대로 달려 있었더라도 상부층으로 확산되는 연기나 불을 차단할 수 있었다.    © 최영 기자

 

[FPN 최영 기자] = 21일 발생한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는 단시간에 최상층까지 확대됐다. 하지만 외벽만을 타고 상부층으로 올라간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연소된 외장재의 형상을 볼 때도 최상층 도달 전 단절된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건축물 내부의 방화구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음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FPN/소방방재신문>취재결과 1층과 연결된 주 통로 계단에는 방화문조차 없었고 실내로 조성된 1층 공간에는 2층과 직결되는 전기 등 수많은 수직설비가 자리잡고 있었다. 수직관통부 내화성에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23일 소방과 경찰은 인근 CCTV를 통해 천장에서 발생한 화재가 불덩이처럼 아래로 떨어지면서 확산된 것을 확인하고 최초 발화지점을 1층 주차장 천장으로 추정했다. 배관 열선 설치 작업 중 튄 불꽃이 천장에 부착된 스티로폼에 옮겨 붙으며 발화됐다는 분석이다.


현장에서 확인한 스포츠센터 건물은 최초 주차장 천장에서 발생된 화재가 실내인 1층 로비와 안내실 등으로 번질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주차장과 실내를 구획한 부분이 유리벽이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유리벽은 콘크리트구조 등의 수준으로 내화성을 갖추기 어렵기 때문에 화재 시 고열로 인해 파손되면 구획 자체가 쉽게 깨져 버린다.

 

▲ 주차장과 1층 사이를 구획해 놓았던 유리벽체가 처참히 부서져 있다. 전문가들은 화재 당시 화재와 유독가스 확산된 가장 큰 이유로 지목하고 있다.     © 최영 기자

 

특히 주차장과 1층 실내를 구분하는 유리벽 파괴 이후 계단으로의 화재 확산이나 연기유입을 방지하기 위해선 반드시 필요했던 게 바로 방화문이었다. 하지만 로비 내 피난계단과 연결되는 통로에는 방화문조차 없었던 것으로 <FPN/소방방재신문>취재결과 확인됐다. 사실상 1층과 2층의 방화구획은 건축 초기단계부터 깨져 있던 셈이다.


실제 해당 건물 1층의 평면도를 보면 로비에서 계단으로 연결되는 통로에는 방화문이 설치돼 있지 않은 구조임을 알 수 있다. 피난을 해야 할 계단이 오히려 주차장에서 발생한 불과 유독가스의 확산 경로로 변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2층 여성 사우나 입구의 구조도 문제로 지적된다. 도면에 따르면 승강로를 통해 2층으로 올라가면 죄측에는 계단으로 통하는 방화문이 있고 정면에는 여탕 입구가 있다. 그런데 이 정면 입구문은 슬라이딩 유리문 구조였다. 슬라이딩 구조는 일반적인 방화문과 달리 틈새가 많기 때문에 승강로와 계단실을 타고 들어온 연기가 확산되기 쉽다. 승강로나 계단을 통해 유입된 연기가 2층 여성 사우나 공간을 가득 메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국소방기술사회 조용선 부회장은 “화재안전에 있어 가장 기본이 돼야 하는 것은 방화구획”이라며 “하지만 필로티 구조는 건축법상 외부로 보고 있어 주차장 1층과 지상 1층 사이 방화구획이 해당되지 않아 법적으로 설치하지 않아도 문제가 안된다”고 지적했다. 필로티 주차장 화재가 1층 실내로 확대되면서 상부층과 계단실을 오염시키고 화염을 전파시킬 수밖에 없지만 불법도 아니라는 지적이다.


계단실 외 상부층과의 층간 방화구획도 문제로 지적된다. 층간을 관통하는 전기시설 등 수직관통부의 방화구획도 부재했을 것이란 관측이다. 2015년 1월 의정부에서 발생한 도시형생활주택 화재 때에도 화재는 내부 층간 방화구획이 미흡했던 피트 공간을 타고 빠르게 위층으로 확산됐었다.

 

모든 건축물에는 파이프나 전선 등 전기, 배관시설이 들어가고 수직으로 이 시설을 연결하기 위한 관통부를 뚫는다. 이 구멍 속을 배관이나 전기설비가 지나가게 되는데 그 사이 틈새를 제대로 메우지 않을 경우 화염이나 연기의 수직확산 경로가 돼 버린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내화충전구조를 반드시 갖춰야 한다.


내화충전구조(耐火充塡構造)란 건축물에 화재가 발생했을 때 화염이나 유독가스가 옆 실이나 층으로 급속히 퍼지는 것을 막아주기 위해 방화구획 구간별 또는 층별로 관통부(벽이나 바닥면)나 접합부(조인트) 틈새를 일정시간 이상 화염에 견딜 수 있도록 밀폐시켜 주는 구조를 말한다. 보통 1시간에서 2시간의 수준이 확보돼야 하는데 건축법상 따져보면 제천 스포츠센터는 2시간을 버텨야 했다.


숭실사이버대학교 박재성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이번 화재에선 3층과 달리 2층 안에 있는 사람들이 큰 피해를 입었는데 계단을 통한 일상적인 연기 유입 경로 뿐 아니라 2층으로 직접 연기가 들어가는 수직관통부분의 문제가 분명히 있었을 것”이라며 “그렇지 않고서는 피해 결과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23일 공개된 2층 여탕 실내가 불에 탄 흔적이 거의 없었다는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유독가스로 인한 피해가 컸다는 점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1층에서 발생된 화재로 퍼진 유독가스가 어딘가를 통해 상부층에 곧 바로 들어갔다는 얘기일 수 있다.


실제 <FPN/소방방재신문> 취재결과 화재가 발생한 제천 스포츠센터 도면에선 그 가능성이 확인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홍철호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도면을 보면 이 건물의 전기, 가스, 기계 등 설비들은 1층 주차장 옆 실내 공간인 로비 벽면 끝 부분에 밀집돼 있고 이 시설들은 상부층으로 연결돼 있다. 

 

▲ 1층에서 관통되는 수직설비는 목욕탕 안쪽을 타고 올라가도록 설계(빨간색 표시 부분)돼 있다. 내화충전구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땐 이 곳을 통해 유독가스가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 2015년 의정부 화재 역시 이와 같은 피트를 타고 화재와 연기가 확산됐다.     © 도면 제공 : 행정안전위원회 홍철호 의원실 / 소방방재신문


심지어 2층으로 올라가는 가스, 에어컨(AC), EPS(전기용 배관 샤프트), PD(배관덕트 샤프트) 등이 2층 목욕탕인 실내와 곧바로 이어지는 구조를 띈다. 이 관통부의 방화구획이 깨졌다면 삽시간에 연기가 확산된 이유가 설명된다. 그만큼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우리나라에는 내화충전구조 개념이 2006년 6월 최초 도입됐다. 하지만 그간 법규정이 미비해 제대로 지켜지지 않다가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는 2010년 10월 1일 발생한 부산골든스위트 화재를 계기로 2012년 건축물 내 방화구획 관통부 규정을 손질했다. 급수관이나 배전관 등이 관통하는 경우 한국산업규격이나 국토부 장관이 정한 수준을 충족토록 하는 내용이다. 이 조치 이후 지어진 대부분의 건물은 수직이나 수평 내화충전구조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제천 스포츠센터는 2011년 지어진 건물이라 강화 규정에 적용받지 않았다.

 

<FPN/소방방재신문>은 21일 발생한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의 심도 있는 문제점 분석을 위해 이번 사고의 피해 확산 요인에 대한 시리즈 보도를 이어갑니다.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

[인터뷰]
[인터뷰] 옥동석 소방산업공제조합 이사장 “소방산업 대표 보증기관으로 위상 공고히 하겠다”
1/7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