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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화재/집중취재-③] 스티로폼 덕지덕지 붙인 ‘최악 수준’ 건축 마감

주차장 천장이나, 벽면이나… 단열 위해 붙인 불쏘시개들

최영 기자 | 입력 : 2017/12/26 [12:04]

▲ 제천 스포츠센터 건물에는 두 겹의 스티로폼을 벽에 덧댄 뒤 시멘트 몰탈을 바른 구조였다. 보통 한 겹을 덧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목욕장 특성을 고려해 강한 단열 조치를 하면서도 화재안전성은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 최영 기자

 

[FPN 최영 기자] = 화재를 확산시킨 원인 중 하나는 스티로폼을 덕지덕지 붙여 놓은 최악 수준의 건축재료였다.

 

화재 감식을 진행하고 있는 소방과 경찰 등에 따르면 처음 불이 난 주차장 천장 위에는 무려 두께 10㎝ 정도의 스티로폼이 깔렸고 그 위를 다시 보온용 천 같은 걸로 덮어 놓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천장에서 발화된 불씨는 이 스티로폼 등으로 옮겨 붙으며 거대한 불똥이 돼 아래 있던 차량으로 떨어지며 번졌다. 필로티와 1층 실내 사이를 구획한 유리벽의 구획은 쉽게 깨질 수밖에 없었고 가연성 마감재는 화세를 키우는 불쏘시개로 변했다.

 

▲ 1층 주차장 천장에서 발생된 화재는 내부에 있던 가연성 스티로폼 등 건출재료를 순식간에 태우며 유리벽체로 구획된 1층 내부로까지 번졌다. 화마가 휩쓸고 간 천장에는 당시 스티로폼 등 자재가 하나도 남지 않았다.     © 최영 기자


‘드라이비트’ 공법으로 붙여진 건축 외장재도 문제였다. 드라이비트는 건물 외벽에 스티로폼이나 우레탄폼을 바른 뒤 시멘트 몰탈 등을 덧대는 공법이다. 불연자재를 사용하는 것보다 약 20~30% 이상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불에 잘 타고 연소되면 강한 유독가스를 내뿜는다.


2015년 발생한 의정부 대봉그린 도시형생활주택 화재와 2010년 부산 우신골든스위트 화재 등 이 드라이비트는 주요 화재에서 늘 주범으로 지목됐다.


실제 현장에서 확인한 제천 스포츠센터의 외장재는 약 2.5㎝ 두께의 스티로폼을 두 장이나 덧댄 뒤 표면을 유리섬유와 접착제, 시멘트 몰탈로 마감한 상태였다. 보통 한 겹의 스티로폼을 대는 것과 다르게 무려 5㎝ 두께의 스티로폼이 붙은 더 취약한 구조였다.


불에 타지 않은 벽면 쪽 마감 부분을 살짝 당겨 봤더니 손쉽게 뜯어지기까지 했다. 내부 두 겹의 스티로폼 뒤로 콘크리트 벽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내부에 붙은 스티로폼을 일부 떼어내 라이터로 불을 붙여봤더니 스르르 녹아내리며 순식간에 불이 붙었다. 난연성이 전무한 일반 스티로폼이다.

 

▲ 외벽 단열재로 사용된 스티로폼에 라이터 불을 가져가자 순식간에 불타며 녹아버렸다.     © 최영 기자

 

흔히 스티로폼으로 불리는 이 EPS(발포폴리스티렌, Expanded Polystyrene) 단열재는 작은 스티로폼 알갱이들을 모아 붙여 만든다. 밀도와 강도에 따라 종류가 다르지만 화재안전성 측면에선 보통 흰색 일반스티로폼과 회색이나 흑색 등으로 만들어지는 난연 스티로폼으로 구분된다.


이런 EPS는 주로 건축에서 보온자재로 많이 쓰이지만 대부분 가연성 소재로 사용되고 있는 게 국내 현실이다. 값이 싼 탓도 있지만 강한 규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석유화합물인 스티로폼은 태생 상 우리나라 법규에서 규정하는 난연성기준에 부족하다”며 “스티로폼은 자기소화성의 여부로 화재 관련 등급을 매기는데 독일의 경우 스티로폼의 자기소화성 기준을 법적으로 강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기소화성(自己燒火性)이란 라이터 불을 대고 있으면 타지만 그 원인 불꽃인 라이터를 떼면 곧 꺼지는 즉, 스스로는 계속 타지 않는 성질을 말한다.


이 건물 드라이비트 공법에 적용된 시멘트 몰탈의 미장층 두께도 취약 그 자체였다. 드라이비트 공법 과정에서 화재안전성을 높이려면 몰탈 미장층의 두께를 두껍게 하는 게 중요하다. 중국의 경우 1층은 15mm 이상 나머지 층은 5mm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아직 우리나라에는 이런 규정이 전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단열 업계의 한 관계자는 “타 국에서는 화재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1층은 두껍게, 상부층에 대해서도 최소 두께를 규제한다”며 “우리나라는 명확한 규정이 없어 대부분 3~4mm로 시공되기 때문에 휘재 취약성을 갖고 있다. 원가 절감을 위해 2~3mm정도로 시공하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제천 스포츠센터의 미장 층은 달랑 접착제와 시멘트 등을 다 포함해도 2mm가 될까 말까였다. 화재안전성은 애초부터 단 하나도 고려되지 않았음을 나타낸다.

 

▲ 제천 스포츠센터 드라이비트 공법의 미장 층은 터무니 없이 얇은 형태로 이뤄져 있었다. 이 미장층의 두께가 화재안전성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중국에서는 15mm로 제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영 기자


흔히 드라이비트로 불리는 외단열 시공법은 1984년 미군부대 막사의 단열을 위해 미8군사령부의 모든 건축공사를 총괄하는 미육군 극동야전공병단(PED)이 표준 외단열시스템으로 지정한 미국 드라이비트사(기업명) 단열시스템의 등록상표 이름이다.


고에너지 건축의 중요한 화두인 외단열 미장 마감공법은 속칭인 드라이비트 공법으로 통용되지만 올바른 시공을 할 경우 가장 뛰어난 단열, 마감 공법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간편하면서도 단열과 마감까지 한 방에 끝낼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으로 변질되고 말았다.

 

▲ 제천 스포츠센터 1층에서 발생된 화재는 1층 천정과 이어지는 외벽을 타고 번져 외장재를 타고 번져 나갔다.    © 최영 기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는 드라이비트 공법이 자타공인 싸구려공법으로 자리매김했지만 유럽처럼 제대로만 시공한다면 단열을 위한 여러 방법 중 가장 경제적이고 약 50년 이상 실효성이 입장된 내후성 보장형의 외단열 공법”이라고 말했다.


분야 전문가들에 따르면 드라이비트 공법의 화재안전성 확보를 위해선 난연성을 갖춘 단열재를 넣는 방법이 가장 중요하다. 또 공법을 적용하면서 내부 단열재 아랫부분에 차염판을 설치해 화염에 오래 견디는 방법도 있다. 최근에는 특수 소화약제를 소시지나 커피믹스처럼 만들어 일정 간격으로 삽입 또는 매립시켜 놓는 방법 등도 개발되고 있다.


분야의 한 전문가는 “드라이비트 공법 자체를 두고 화재안전의 취약성을 논하기보다는 내부에 들어가는 단열재나 소화성 기능, 차단 기능 등 화재안전성을 갖추도록 관련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FPN/소방방재신문>은 21일 발생한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의 심도 있는 문제점 분석을 위해 이번 사고의 피해 확산 요인에 대한 시리즈 보도를 이어갑니다.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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