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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화재/집중취재④-단독] “불 난 주차장에 스프링클러는 없었다”… 허울뿐인 소방시설

전층 스프링클러 설치하고도 주차장만 빼놔… 소방법 사각지대 노출
스프링클러 대신 설치한 수동식 이산화탄소호스릴, 검사 기준도 없어

최영 기자 | 입력 : 2017/12/27 [14:10]

▲ 제천 스포츠센터 1층 주차장 천장에는 스프링클러헤드가 단 하나도 달려 있지 않다. 주차장 부분에는 소방시설 설계 과정에서부터 스프링클러설비를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 최영 기자

 

[FPN 최영 기자] =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의 주요 확산 요인 중 하나로 스프링클러설비의 작동 불능 문제가 지목되고 있다. 그러나 <FPN/소방방재신문> 취재결과 이 건물의 1층 주차장엔 스프링클러설비 헤드가 단 하나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부실한 소방법 때문이다.


각종 언론에선 모든 건축물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는 것으로 보도하고 있지만 명백히 따지면 이는 잘못 알려진 사실이다. 이 건물은 애초부터 주차장엔 스프링클러설비가 설계되지 않고 1층 실내 공간만 스프링클러를 반영한 건물이었다. 주차장엔 건축물 내 소방차로 불리는 옥내소화전조차 없었다.


이산화탄소호스릴 소화설비라는 수동식 소화장치 2대가 주차장 화재에 대비한 유일한 소방시설이었다. 이산화탄소 호스릴 소화설비는 소화약제로 이산화탄소를 활용하는 소화용 장치다. 고압저장용기에 연결된 호스를 끌어다 화재를 진압하는 방식이다. 소방법에 따라 주로 외부 형태의 주변이 트인 주차장 등에 설치된다. 자동식 개념이 아니기 때문에 사람이 직접 방사하지 않으면 있으나 마나한 시설과도 같다.

 

▲ 스포츠센터 주차장의 유일한 소방시설이었던 이산화탄소호스릴 소화설비가 검게 탄 상태로 호스가 늘어져 있다. 스프링클러설비 대신 설치된 이 장치는 화재 초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 최영 기자


이 시설이 스프링클러 대신 지상 1층 필로티 부분에 설치된 이유는 엉성한 소방법규 때문이다. 우리나라 건축물은 연면적이 5,000㎡ 이상이면 스프링클러 설치 대상이 된다.


제천 스포츠센터는 3,813㎡ 규모여서 크기만 놓고 보면 스프링클러 설치 대상은 아니었다. 그러나 관련법상 수용인원 100명이 넘는 운동시설이 있을 경우 모든 층에 스프링클러설비를 갖춰야 하는 별도 조항을 적용 받아 설치 대상으로 분류됐다. 건물 내 4~7층 까지 헬스클럽이 들어서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최초 화재가 발생한 지상 1층 주차장에 스프링클러는 전무했다. 건축물 규모나 특성에 따라 자동으로 화재를 꺼주는 스프링클러설비를 갖추도록 해 놓고도 위험성이 큰 주차장은 수동식 소화장치만으로 화재방호를 했던 셈이다. 화재 초기에 자체 진압을 못한 건 시설 측면에서도 예견된 일이었다. 관련 법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 제천 스포츠센터 2층에 위치한 황토방에는 지하주차장과 달리 스프링클러헤드가 설치돼 있다. 당시 화재로 인한 열에 의해 스프링클러헤드가 개방된 모습이지만 소방 조사 결과 물은 뿜어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 최영 기자


문제는 이런 사각지대에 놓인 위험 건축물이 전국에 무수히 깔렸다는 사실이다. 소방시설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건 분명하지만 법규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스프링클러설비에 비해 설치 비용도 적게 들다보니 대다수 필로티 건물의 1층 주차장은 이 시설만을 갖추고 있다.


소방법에서는 건축물 내부에 설치되는 차고나 주차장 등의 바닥면적이 200㎡가 넘으면 ‘물분무등소화설비’를 반드시 설치토록 규정한다. ‘물분무등소화설비’는 물이나 소화약제 등을 자동으로 뿌려 불을 꺼 주는 특수 설비다. 만약 이 설비를 설치해야 하는 주차장이 지상 1층이거나 지면과 맞닿아 있는 구조를 갖추고, 개구부(벽을 치지 않은 부분) 면적이 해당 층 바닥 면적의 15% 이상이면 이산화탄소호스릴 소화설비 설치가 허용된다. 자동소화설비 설치 규정을 따라 최하위 법령으로 내려가면 수동 소화장치를 버젓이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

 

▲ 지난 2015년 5명이 사망하고 125명이 다친 서울 의정부 대봉그린아파트(도시형생활주택) 화재 때에도 소방법에 따라 의무적으로 이산화탄소 호스릴 소화설비가 설치돼 있었다. 하지만 정작 화재 이후에는 이를 사용조차 못했던 것으로 본지 취재결과 확인됐다. 심지어 주차차량에 가려 문조차 열수 없는 상태였다. 최초 화재를 인지한 건물관리인은 상부층에 비치된 소화기를 급하게 가져와 초기진화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 최영 기자


한국소방기술사회 조용선 부회장은 “건축물 위험도를 고려해 스프링클러설비를 전체 건물에 설치하도록 해놓고도 전체 건물의 안전성을 확보하지 못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스프링클러설비를 갖추도록 한 시설에 들어서는 주차장에는 필로티 형태일지라도 반드시 자동소화설비를 갖추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주차장 등에 무분별하게 설치되는 이산화탄소 호스릴 소화설비의 성능도 문제를 낳고 있다. 지난 22일 제천 스포츠센터 지상 1층 주차장에는 이산화탄소 호스릴 소화장치 호스가 바닥에 널부러져 있었다. 누군가 사용한 것처럼 보이지만 화재가 확산된 걸 볼 때 사용했더라도 그 효과는 미비했을 것으로 보인다. 정상적인 성능을 발휘했을지도 의문이다. 이 수동식 소화장치를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일반 소화기처럼 단순히 안전핀만 뽑고 손잡이를 누른다고 쉽게 작동하는 설비가 아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법적으로 강제한 이 소화장치가 법규상 아무런 성능검증도 없이 설치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제천 스포츠센터에 설치된 이 제품도 성능을 검증받지 않은 제품이다.


현행 소방법상 법으로 강제하는 모든 소방용품은 관련법에 따라 한국소방산업기술원으로부터 검사를 받아 설치해야 한다. 국가에서 정한 최소한의 안전기준이다. 하지만 이 이산화탄소 호스릴 소화장치는 지난 수십년간 법적으로 아무런 기술 기준도 설정되지 않았다. 최소한의 성능 보장도 없는 무검증 소방시설이 사방에 깔리고 있지만 소방은 뒷짐을 지고 있던 셈이다.


대림대학교 건축설비소방과 강윤진 교수는 “소방법에 따라 강제 설치되는 소방시설은 최소한의 성능 검증을 거쳐 설치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주차장 등에 설치되는 이산화탄소호스릴 소화장치에 대한 신뢰성 검증과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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