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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화재/집중취재⑤-단독] 9층 건물 소방시설 점검은 “처음부터 반쪽짜리였다”

스프링클러까지 있었지만, 종합정밀점검 대상선 제외
‘반쪽’ 점검조차 건물주가 직접… 자체점검 한계 노출
준공 후 6년, 단 두 차례 점검서 ‘이상 없다’던 곳이…
사각지대 놓인 작동기능점검 대상물, 예견된 일이었나

최영 기자 | 입력 : 2018/01/02 [23:59]

▲ 지난달 21일 충북 제천에 위치한 스포츠센터에서 불이 나 29명이 사망하고 38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 건물은 스프링클러설비가 설치돼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소방시설의 기본적인 점검만 수행하는 '작동기능점검' 실시 대상물이었다.     © 최영 기자

 

[FPN 최영, 이재홍 기자] = 화재로 무려 29명의 사망자를 낸 제천 스포츠센터는 처음부터 반쪽짜리 소방점검 대상물이었던 것으로 <FPN/소방방재신문> 취재결과 드러났다.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겨 놓은 꼴’이라는 셀프 점검 비판을 받는데 이어 제도적 허점까지 노출되고 있다. 법의 사각지대가 엉터리 소방시설을 양산했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긴 힘들 전망이다.


소방법 허점 때문에… ‘반쪽’ 소방점검


지하 1층, 지상 9층 규모의 제천 스포츠센터 건물에는 10여 종에 이르는 소방시설이 설치돼 있었다. 기초 소방시설인 소화기(48대)를 비롯해 옥내소화전(9개), 스프링클러(헤드 356개, 알람밸브 9대), 자동화재탐지설비(94대), 비상방송설비(2대), 가스누설경보기(2대), 완강기(2대), 유도등(82대), 비상조명등(59대), 연결송수관설비(8개), 이산화탄소호스릴(2대) 등이다.


스프링클러설비는 소방시설 중 난이도가 높은 편에 속한다. 자동소화설비 개념을 갖기 때문에 정밀한 점검이 아니고선 정상 관리가 쉽지 않다. 하지만 제천 스포츠센터는 이런 고난이도 시스템인 스프링클러설비가 설치돼 있었음에도 ‘종합정밀점검’을 실시해야 하는 대상물이 아니었다.


소방법상 소방시설 점검은 ‘작동기능점검’과 ‘종합정밀점검’ 대상으로 구분된다. 쉽게 말해 기본적인 기능 상태를 보는 일종의 ‘기본점검’과 준공 시점과 동일한 수준으로 세밀하게 점검하는 ‘정밀점검’ 등이다.


자동소화설비가 설치되는 연면적 5,000㎡ 이상 건물이나 동일 면적에 층수가 11층 이상인 아파트는 이 종합정밀점검 대상이 된다. 또 단란주점이나 유흥주점, 영화관, 비디오방, 고시원, 노래방, 안마시술소, 산후조리원 등의 다중이용업소가 설치된 경우 연면적 2,000㎡ 이상이면 반드시 종합정밀점검을 받아야만 한다.


화재 시 연기 확산을 제어하는 제연설비가 설치된 터널과 공공기관 중 연면적 1,000㎡ 이상으로 옥내소화전이나 자동화재탐지설비가 설치된 대상도 종합정밀점검 대상에 해당된다. 작동기능점검은 이 외 소방시설이 설치된 모든 건물이 대상이다.

 


이 두 가지 점검은 애초부터 수준 자체에서 큰 차이가 난다. 소방서에 제출되는 점검 보고서의 양부터 다르다. 작동기능점검은 작동 상태 결과만 나타나는 낱장 두 장(점검 결과 지적사항이 많을 경우 내역이 늘어날 수는 있음)만 제출되지만, 종합정밀점검은 소방시설별 구성품이나 구조, 기준 등 설비별 법에 정해진 양식에 따라 적합성을 모두 체크한 뒤 수 십 장에 이르는 정밀 보고서를 소방서에 내야 한다.


특히 종합정밀점검은 ‘소방시설관리사’라는 전문 자격자가 반드시 투입되는 반면 ‘작동기능점검’은 건축물 관계인이면 누구나 일정 교육만을 받아 실시할 수 있다.


그러나 제천 스포츠센터는 스프링클러설비가 설치됐었음에도 정작 종합정밀점검 대상에서는 연면적이 작다는 이유로 제외됐던 것으로 취재결과 드러났다. 위험성을 고려해 고수준 소방시설을 설치토록 강제해놓으면서도 이 시설을 제대로 점검하고 관리하기 위한 여건은 처음부터 마련되지 않았던 셈이다.


연면적 3,813㎡ 규모의 제천 스포츠센터는 크기만 놓고 보면 스프링클러 설치 대상(5,000㎡ 이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수용인원 100인 이상의 운동시설이 있을 경우 모든 층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 한다는 법 규정에 따라 스프링클러설비를 갖췄다.

 

게다가 헬스장과 목욕탕, 레스토랑, 골프연습장 등 불특정다수가 이용하는 다중이용업소가 들어선 복합건물인데도 종합정밀점검 대상에서 빠졌던 것이다. 지난 2011년 준공 이래, 1년에 단 한 차례씩 소방시설의 기본적인 작동 여부 정도만 체크하는 작동기능점검만 받아 왔던 이유다. 준공 시점인 2011년부터 무려 6년 동안 소위 건물주 아들의 ‘셀프점검’만 이뤄질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기도 하다.


소방시설관리사 A씨는 “법규상 위험성을 고려해 스프링클러를 갖추도록 해 놓고도 면적 기준으로 종합정밀점검에서 제외하고 있는 것은 제도적 모순”이라며 “유흥주점처럼 유사시 신속한 인지와 대피가 어려운 시설이 있으면 연면적 2,000㎡ 이상 건물도 종합정밀점검 대상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반해 소방시설 설치 기준과 관리 기준이 서로 엇박자를 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소방분야 전문가 B씨는 “건축물의 규모나 위험도를 고려해 소방시설의 수준을 설정했다면 당연히 사후 관리 제도가 운영돼야 한다”며 “스프링클러설비 이상이 설치된 대상물임에도 작동기능점검만 실시하는 대상물에 대한 조사와 더불어 관련 기준 정비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해 불가”… 깜짝 등장한 불량 소방시설?


제천 스포츠센터 건물은 화재가 발생하기 불과 23일 전인 11월 30일 한 소방시설점검업체로부터 설치된 소방시설의 작동기능점검을 받았다. 지난해까지 건축물 관계인이 직접 검사를 했었지만 올해에는 건물주가 바뀌면서 전문 업체에 소방시설 점검을 의뢰했던 것이다.


소방청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홍철호(경기 김포 을)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7월과 2016년 7월 건물 소방시설의 작동기능점검을 실시한 사람은 당시 건물주의 아들인 박모씨였다.

 

박 씨는 2012년 취득한 소방안전관리자 자격으로 해당 건물의 소방시설 작동기능점검을 두 차례나 수행했다. 그러나 재작년 점검에서는 단 2일 만에 모든 점검을 끝내고 ‘이상없음’이라는 결과를 냈다. 또 지난해 7월에는 11일 동안 실시한 점검에서 단 두 건의 지적사항 밖에 발견하지 못했다. 그나마도 소화기 충압과 휴대용 비상조명등 교체 정도의 소소한 문제였다.

 

▲ 2015년 건축물 관계인인 건물주 아들 박모씨 이름으로 소방서에 제출된 작동기능점검보고서에는 소방시설에 이상이 없다는 내용이 적시돼 있으며 2016년 제출된 보고서에는 소화기 충압과 휴대용 비상조명등 교체가 필요하다는 소소한 내용만 담겨 있다.     ©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홍철호 의원실


하지만 화재 발생 전 실시한 전문업체 점검에서는 무려 67건에 이르는 문제가 확인됐다. <FPN/소방방재신문>이 입수한 점검 결과 자료에 따르면 1층 알람밸브는 폐쇄돼 있었고 1층 사장실엔 스프링클러헤드가 2개나 없었다. 옥내소화전과 스프링클러에 물을 공급하는 펌프도 고장 나 있었다.


화재 시 피난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화재감지기 상태도 엉망이었다. 1층 카운터 쪽을 비롯해 18개에 이르는 감지기 회로는 단선돼 있었으며, 남자사우나 내 황토방과 수면실, 1층 주출입구 빈 점포 등 3곳에는 있어야 할 감지기가 아예 없었다.


작동상태가 불량한 감지기도 5개나 됐다. 이 중에는 최초 화재가 발생한 1층 외부주차장 쪽 감지기도 작동 불량 판정을 받았다. 청각장애인 등을 위해 설치된 ‘시각경보기’는 전체가 전압이 들어오지 않는 상태였으며 1층 수신기의 주경종도 작동되지 않았다. 피난구 유도등은 정전 시에도 불이 들어오게 해주는 예비전원이 나갔거나(3개) 점등 불량(7개), 7층은 있어야 할 유도등이 없기까지 했다.

 

▲ 화재 발생 23일 전 소방시설점검업체를 통해 실시한 소방시설점검에서는 67건에 이르는 지적사항이 적발됐다.     © 최영 기자


그런데 이 점검 결과는 관할 소방서에 즉시 보고되지 않았다. 점검 실시 후 30일 이내만 보고하면 되는 관련 법규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수많은 소방시설 문제가 수년 동안 단 한 차례도 지적되지 않았었다는 사실이다. 더욱이 소방관서의 특별조사도 두 차례(2016년 10월 31일, 2017년 1월 18일)나 있었지만, 이 모두 소방시설이 ‘정상’이라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고작 1년도 안 된 사이에 70건에 가까운 소방시설에서 문제가 생겼단 사실을 두고 분야 관계자들은 의문을 제기한다. 수많은 소방시설이 이렇게 단시간 내 동시다발적으로 망가졌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는 시각이다. 서류만 보면 불과 11개월 만에 해당 건물의 소방시설 대부분이 엉망이 된 셈이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소방시설관리사 A씨는 “복합 건물 특성상 내부 공사가 아무리 잦았다고 하더라도 한 층 전체의 감지기가 단선돼 있고 소화설비의 펌프들까지 고장 나 있었다는 건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라며 “과거 이뤄졌던 점검 자체가 부실했다고 밖에는 볼 수가 없다”고 귀띔했다.


소방분야 전문가 B씨는 “제기능을 할 수 없는 소방시설 문제가 발견된 후 보고서가 화재 사고 이전 소방서에 제출됐더라도 시설을 고쳐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시설이 사고 전 고쳐졌을 가능성은 적다”며 “이번 사고를 계기로 중대한 소방시설 문제는 즉시 소방서에 보고하고 동시에 보수까지 실시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각지대’ 작동기능점검 대상물, 예견된 일이었나


분야 내에서는 제천 스포츠센터 건물과 같이 작동기능점검만을 수행해 온 건축물의 경우 소방시설에 대한 관리 상태가 엉망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5년 1월 소방청 전신인 국민안전처는 ‘작동기능점검’ 결과 보고서를 소방서에 제출하도록 관련법을 강화했다. 그 이전까지는 건축물 관계인 또는 전문 업체를 통해 작동기능점검을 실시하고 2년간 해당 점검 결과를 자체 보관해 왔다.


건물 관계인 등이 알아서 소방시설을 점검하고 문제가 있건 말건, 그 결과만 보관하면 됐었다는 얘기다. 제천 스포츠센터 역시 소방서에 제출된 점검 결과보고서는 2011년 준공 이후 2015년, 2016년 단 두 차례에 불과했다. 그 이전에는 소방시설 점검과 관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여부를 그 누구도 알 수 없다는 시각이 나오는 배경이다.

 

▲ 제천 스포츠센터 건물에 설치돼 있는 10여 종의 소방시설 중 벽면에 설치된 스프링클러 송수구의 모습이다.     © 최영 기자


지난 2012년 소방은 그동안 모든 소방대상물을 조사하던 ‘소방검사’ 제도를 폐지하고 ‘소방특별조사’ 체제로 전환했다. 이 시점 이후부터 소방은 건물 소방시설을 전수 조사하지 않고 선택과 집중을 통한 표본 조사 방식으로 소방대상물을 관리ㆍ감독하고 있다.


작동기능점검 보고서 소방서 제출 의무화 제도는 이 같은 소방검사 정책 폐지에 따라 민간 자체점검의 내실화를 목적으로 도입된 후속 조치였다. 하지만 이번 제천 화재 참사에서 작동기능점검만을 수행하는 건축물 관계인의 점검 부실 문제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작동기능점검 보고서 제출 의무화 이후 약 200여 곳의 대상처를 점검해 왔다는 소방시설관리사 C씨는 “제도 강화 이후 실제 건물을 점검해 봤더니 자동화재탐지설비의 선로가 엉망이거나 펌프가 노후된 곳들이 굉장히 많고 소방시설이 제대로 관리된 곳은 거의 없었다”며 “사실상 보고서 제출 이전에는 소방시설 관리가 전무했다고 밖에는 볼 수 없는 게 현실이다”고 말했다.


소방분야 전문가 B씨는 “이번 제천 화재에서는 건축물 관계인이 실시하는 자체점검의 허구성이 그대로 드러났다”며 “작동기능점검만을 실시하는 소방대상물 중 관계인이 보고서를 제출한 소방대상물에 대한 전수조사로 소방시설의 정상 여부를 시급히 점검하고 관계인의 점검 자체를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영, 이재홍 기자 young@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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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조명] 2017 소방청 국정감사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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