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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차 막는 주정차… 방지법은 어디까지?

화재 때마다 피해 확산 원인 지목… 거듭된 ‘인재’ 막아야
단편적 개선책으로는 안 돼… 실효성 확보 위한 방안 절실

이재홍 기자 | 입력 : 2018/01/10 [09:59]

[FPN 이재홍 기자] =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당시 피해를 키운 원인 중 하나로 소방차의 신속한 진입을 어렵게 했던 도로상 불법주차 문제가 지목됐다. 여기에 소방차의 진입을 방해하는 불법주차 방지법안들이 길게는 1년 넘게 국회에 계류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회 책임론까지 대두되고 있다.

 

불법주차 차량으로 인해 소방차 진입이 늦어지며 피해를 키운 사례는 비단 이번뿐만이 아니다. 지난 2015년 134명의 사상자를 냈던 의정부 도시형생활주택 화재에서도 소방차 진입이 10분가량 늦어진 바 있다. 대개 화재가 최성기에 달하는 시간을 5분으로 보는 것을 감안하면 초기 화재 현장에서의 10분은 엄청난 차이라는 게 일선 소방관들의 의견이다.

 

의정부 화재 이후 2016년 11월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일정 규모 이상 공동주택에 소방차 전용 주차장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고 이곳에 소방차 외의 차량이 주차할 경우 과태료 20만원을 부과하는 내용의 소방기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또 현재 해양수산부 장관인 더불어민주당 김영춘 의원은 2017년 3월 소방차 등 긴급자동차의 통행을 방해할 수 있는 곳을 주정차특별금지구역으로 지정하고 위반 시 과태료를 현행 2배 이상으로 부과한다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두 안은 여전히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소방기본법 개정안은 1년 넘게 심사 중이며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발의 후 6개월이 지난 2017년 9월에야 소관 상임위에 상정됐지만 이후 감감무소식이다. 그 사이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가 발생했고 29명이 목숨을 잃었다.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다음날인 2017년 12월 22일, 자유한국당 박완수 의원은 소방활동에 방해가 되는 물건, 주정차 차량 등을 제거하거나 이동시키기 위해 소방당국이 관할 지자체에 견인 차량과 인력 등의 지원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소방기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일선 소방관들은 보다 현실성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단순히 견인을 할 수 있다는 법적 근거 마련에 그치지 않고 실제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책임 문제까지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방의 화재진압대원 A 소방관은 “지금도 법적으로 견인은 할 수 있다. 하지만 진짜 어려운 건 그 이후 돌아올 책임 문제”라며 “파손된 차량의 차주나 보험사가 지자체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면 결국 소방관 개인이 견인의 불가피함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회는 지난해 12월 8일 본회의에서 소방 활동 중 발생한 인명 피해에 대해 소방관의 형사 책임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소방기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여기에는 민사소송 시 소방청장이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그런데 이 개정안의 기초가 됐던 두 건의 의원(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윤관석 의원) 발의안은 고의나 중과실이 아닌 경우 인명과 재산 피해에 대한 민ㆍ형사상 책임을 모두 면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었다. 민사상 면책이 빠진 것은 피해자 배상 문제를 우려한 법무부의 ‘수용 곤란’ 의견 때문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도로교통법상 주정차 금지 장소에 주차된 불법주차 차량의 경우엔 강제 이동 중 훼손되더라도 별도의 보상을 하지 않도록 했다. 이에 소방청은 지난 7일, 개정안이 시행되는 6월 27일부터 긴급 출동에 방해가 되는 차량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역시도 근본적인 대책이 되기엔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 현장에서 소방차 진입에 방해가 되는 건 불법주차 차량뿐만 아니라 주차가 허용된 이면도로나 거주자 주차구역에 세워진 차량도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수도권에서 예방업무를 담당하는 B 소방관은 “견인을 하더라도 그만큼 시간은 지체되기 때문에 불법이든 합법이든 소방차 출동로를 막는 주정차 자체를 근절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강력한 단속도 필요하겠지만 현실적으로 부족한 주차시설의 확충과 대국민 인식 개선을 위한 홍보와 계도도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홍 기자 hong@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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