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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화재/집중취재②] 제천 화재 판박이… ‘무너진 층간 방화구획’

- 전기, 배관 수직 통로 타고 화염ㆍ연기 확산
- 대형 화재 단골 문제 “허술한 건물 수두룩”
- 제도 정립 이전 지어진 건물들 “대책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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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 기자 | 기사입력 2018/01/31 [08:23]

[밀양화재/집중취재②] 제천 화재 판박이… ‘무너진 층간 방화구획’

- 전기, 배관 수직 통로 타고 화염ㆍ연기 확산
- 대형 화재 단골 문제 “허술한 건물 수두룩”
- 제도 정립 이전 지어진 건물들 “대책 시급”

최영 기자 | 입력 : 2018/01/31 [08:23]

▲ 지난 26일 밀양 세종병원 화재로 39명이 숨지고 9명이 중상을 입었다. 경상 환자도 142명에 달하는 등 모두 합쳐 19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FPN 최영 기자] = 39명이 숨진 밀양 세종병원 건물은 제천 화재처럼 층간 방화구획 자체가 처참히 붕괴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1층에서 상부 전층으로 이어주는 '수직 관통부'는 말 그대로 ‘뻥’ 뚫려 있었다. 이 공간은 사고 당시 화염과 연기가 상층부로 이동하는 통로가 됐다. 방화문이 없었던 중앙계단과 함께 연기를 건물 내로 확산시킨 주범으로 꼽힌다.


소방과 경찰은 전기시설과 배관이 건물을 수직으로 관통해 지나가는 이 PS(파이프샤프트), EPS(전기용 배관 샤프트)를 통해 가장 먼저 중환자실과 수술실, 입원실 등이 위치한 3층 이상으로 연기가 퍼졌다고 보고 있다.


세종병원의 시설 공용 샤프트는 1층 중앙계단과 마주보고 있는 주사실 뒤편 벽면에 위치해 있다. 이곳을 통해 퍼진 연기는 굴뚝효과로 인해 최상층까지 순식간에 퍼져 나갔다.

 

▲ 밀양 세종병원 주사실 뒤편에 위치한 공용 설비 샤프트의 모습이다. 이 곳에는 위층으로 이어진 전기 배선과 배관 등이 들어서 있다. 하지만 틈새가 메워지지 않아 화재 당시 굴뚝 역할을 했다.  전기 배선 등에는 연기가 유입된 흔적들이 보인다.   

 

대형 화재 때마다 화염과 연기의 수직 확산 원인으로 꼽히는 이 ‘수직관통부’ 문제는 제천 화재 때도, 2015년 의정부 화재 때도 똑같았다. 대형 사고 마다 문제로 드러나는 단골 메뉴다.


제천 화재도 1층 PD(파이프덕트)의 수직 관통부가 방화구획되지 않아 PVC배관 등을 타고 위층으로 확산됐다. EPS(전기용 배관 샤프트) 역시 방화구획이 이뤄지지 않아 화염과 연기는 상층부로 빠르게 올라갔다. 의정부 화재 때도 마찬가지였다.

 

▲ 왼쪽은 지난달 21일 29명이 숨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때 화염과 연기의 확산 경로가 된 EPS(전기용 배관 샤프트)의 모습이다. 오른쪽은 2015년 발생한 의정부 대봉그린아파트 화재 시 화염과 연기의 경로가 됐던 EPS다. 당시 건물 지하부터 10층까지 연결된 이 설비의 틈새가 제대로 구획되지 않아 열기와 연기가 상층부로 확산됐다.   

 

모든 건축물에는 각종 배관이나 전선 등 전기, 통신 등 시설을 위아래 층 또는 수평으로 연결한다. 이를 위해선 층의 바닥이나 벽, 천정을 뚫게 된다. 이게 바로 ‘수직 관통부’다. 하지만 이 배관이나 전기설비가 지나가는 사이 틈새를 제대로 메우지 않으면 화염이나 연기의 확산 경로가 될 수밖에 없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내화충전구조’를 반드시 갖춰야 한다.


‘내화충전구조’란 건축물에 화재가 발생했을 때 화염이나 연기가 옆 실이나 상층부로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방화구획 사이 또는 층별 관통부(벽이나 바닥면) 틈새를 일정시간 이상 화염에 견딜 수 있도록 밀폐시키는 구조를 말한다. 보통 1시간에서 2시간의 수준이 확보돼야 한다. 하지만 세종병원에는 틈새에 대한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

 

▲ 내화충전구조가 제대로 갖춰진 EPS, PD의 모습이다. 최근에 지어지는 건축물은 이같은 형태로 배관이나 전기시설 등의 틈새를 메우기 때문에 화재 시 상층부나 수평 공간으로 화염이나 연기가 확산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내화충전구조 개념은 우리나라에 2006년 최초 도입됐다. 그러나 세부 규정이 정립되지 않아 실제 건축물에 적용되지 않았다. 그러다 2010년 10월 1일 발생한 골든스위트 화재를 계기로 관련 규정이 만들어졌고 그 이후 지어진 건물은 그나마 내화충전구조를 의무적으로 갖추고 있다.


밀양 세종병원은 1992년 준공 후 2005년 증축이 이뤄졌다. 법 시행 이전에 지어진 건물이라 내화충전이란 개념 자체가 반영되지 않았다. 문제는 법 시행 이전 지어진 수많은 건축물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 내부 수직관통부는 언제든지 또다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이영주 교수는 “수직관통부의 부실한 층간 방화구획은 수많은 화재 사례에서 화재 확산을 부르는 동일한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며 “유사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법규 시행 이전에 지어진 건축물에 대해서도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내화충전구조에 관한 시공과 유지관리에 있어서도 체계적인 제도 정립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세종병원의 전기, 배관 통로였던 샤프트의 문도 정상이 아니었다. 경찰 조사결과 원래 불에 타지 않는 철판 재질의 문으로 구성돼야 했지만 세종병원의 샤프트 문은 일반 문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병실과 진료실, 검사실 등을 구획하기 위해 세운 수많은 벽도 화재를 키운 원인으로 꼽힌다. 1층의 각 실별 벽면이 대부분이 목재 합판으로 구획돼 있었던 탓이다. 내부의 무분별한 합판 구획 구조는 불길이 급속도로 확산되는데 있어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한국소방기술인협회 김기항 회장은 “보통 건물의 내부 실내를 구획하는데 있어서는 석고 재질의 판을 사용하는 게 보편화돼 있다”며 “그런데 대부분의 실내 공간을 목재로 구획한 세종병원의 구조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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