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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칼럼] 화재안전대책 TF는 나무 아닌 숲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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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환 발행인 | 기사입력 2018/02/09 [14:07]

[발행인 칼럼] 화재안전대책 TF는 나무 아닌 숲 봐야

최기환 발행인 | 입력 : 2018/02/09 [14:07]

▲ 본지 최기환 발행인     ©

문재인 대통령 지시로 구성된 화재안전대책 TF팀이 첫 회의를 가졌다는 소식이 들린다. 매우 고무적인 얘기다.


지난해 12월 21일 제천에서 발생한 화재로 29명이 소중한 생명을 잃었다. 한 달도 안 된 상황에서 1월 26일에는 밀양 세종병원 화재로 40명 넘게 숨졌다. 8일 현재 밀양 화재로 인한 사망자는 47명에 이른다. 통탄할 노릇이다.


이 이면에는 건축구조의 문제와 소방시설의 부실, 제도의 허점 등 수많은 문제가 숨어 있었다. 밀양 병원은 요양시설이나 요양병원처럼 위험도가 유사했지만 중소 병원이라는 이유로 소방시설이 면제됐다. 소방법의 허점이 드러난 것이다.


경찰 조사에선 불법 증축 사실도 밝혀졌다. 증축 면적을 포함하면 원래 옥내소화전을 갖춰야할 대상이었다. 건축 당시부터 고의로 소방법규 적용을 피하기 위해 규모를 작게 맞췄던 게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다. 의혹에 앞서 건물 준공 후 시설을 불법 증축하는 방법으로 소방안전을 피해나간 것만큼은 자명하다.


이런 사각지대는 안전에 등을 돌린 건축주에 의해 의도적으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건축물의 시공비용을 아끼기 위해 소방시설을 설치해야 하는 범주를 의도적으로 회피하거나 설계부터 고려하는 곳도 많다.


이는 건축물의 면적이나 용도만을 기준으로 시설을 갖추도록 한 소방법 탓이다. 건축물의 위험 특성은 동일하나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소방법을 피해나가는 곳들이 늘면서 대형 참사로 이어지고 있다.


시설물의 다양화와 복잡화가 이뤄지는 현실이기에 이제는 단순 분류 기준으로 화재예방시설을 갖추도록 한 소방법규를 탈피해야 한다. 앞으로도 소규모 시설일지라도 화재 위험특성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되풀이되는 참사는 막을 수 없다. 소방법규의 대수술이 필요한 이유다.


더욱이 2012년 2월 5일부터 소방관서가 실시해 오던 소방검사마저 사라지고 소방특별조사 체제로 전환되면서 이 역시 대형 사고를 유발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그나마 이제라도 불시점검을 강화하겠다고 하니 다행이다. 그동안 사전 예고 후 실시되던 조사가 실효성이 없었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


중요한 건 소방의 문제가 화재안전제도에만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소방용품의 실 구매 또는 적용자인 건설사 혹은 건축주의 각성도 필요하다. 이는 2천 원짜리 감지기와 3천 원짜리 스프링클러 헤드, 만 원짜리 소화기 등 해마다 싼 값의 소방용품이 등장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법에서 정한 수준만을 딱 맞춰 싸게 만들다보니 품질 역시 점점 떨어지는 게 소방용품 산업의 현실이다. 안전을 담보해야 하는 구조적 병폐의 시작은 소방시설을 사용하지 않고 적용만 하는 건축주나 건설사의 안전의식 부재에서 비롯된다. 수준 낮은 소방용품의 기술기준도 문제로 꼽히지만 과연 이런 현실을 아는 국민은 얼마나 될까. 내가 사는 집, 다니는 곳의 소방시설이 품질보다 가격 위주로 선택됐다는 사실을 말이다.


3천 가구가 입주한 대규모 아파트의 소방시설점검비는 고작 2백만원도 안 된다. 세대 내를 점검하는 것은 애초부터 계획하지 않는다. 눈에 보이는 시설만이라도 잘되면 다행이겠지만 이 또한 보장할 수 없다. 법정 점검일 동안 엔지니어를 투입할 액수도 안 되기 때문이다.


소방시설공사는 어떤가. 설비나 전기공사업체로부터 하도를 받다보니 적정가는 고사하고 전문 인력을 정상 고용하기조차 어렵다. 현장에는 일용직이 판치고 불법적인 재하도급도 빈번하다. 어찌 제대로 된 공사를 기대하겠나.


청와대 차원에서 구성된 화재안전대책 TF는 허술한 관련 법규 개선에만 초점을 둬선 안 된다. 반드시 소방기술의 정상화를 이뤄내야 한다. 그래야만 청와대가 나섰다는 의미를 살릴 수 있을 것이다. 이 의미가 살아날 때 국민은 화재로부터 진정 안전해 질 수 있다.

 

최기환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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