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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119]비상구 추락 위험 “말하는 비상구가 지켜드립니다”

[인터뷰]‘말하는 비상구’ 개발한 경기 군포소방서 김영기 소방위

유은영 기자 | 입력 : 2018/03/26 [10:02]

▲ 경기 군포소방서 재난예방과 안전지도팀장 김영기 소방위     © 유은영 기자


[FPN 유은영 기자] = 지난해 4월 춘천의 한 노래방 이용객이 화장실인 줄 알고 낭떠러지 비상문을 열었다가 3m 아래로 추락해 숨진 사고가 있었다. 2015년에도 4층 노래방 낭떠러지 비상문으로 2명이 떨어져 한 명이 사망하고 한 명은 중상을 입었다.


이처럼 다중이용업소의 비상구 문을 열면 바로 낭떠러지인 곳들이 있다. 소방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발생한 낭떠러지 비상구 추락 사고는 5건에 달한다. 이 사고로 두 명이 목숨을 잃었다.


당연히 계단 등 통로로 연결됐을 것이란 생각에 문을 열었다가 나타나는 낭떠러지를 본다면 누구나 당황할 수밖에 없다. 위험을 인지할 새도 없기에 곧바로 떨어지는 사고가 종종 발생한다.


정부는 추락 방지를 위해 추락 위험 스티커, 안전로프를 설치하거나 경보장치를 부착도록 하는 등 법규를 강화해 왔지만 기존 시설까지 소급 적용되지 않은 탓에 위험에 노출된 곳은 아직도 많은 실정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자유한국당 박성중 의원은 2016년 10월 마련한 정부의 대책을 두고 “소급 적용이 되지 않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면서 “실효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모든 다중이용업소에 동일하게 의무화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지난해 다중이용업소 추락 위험 비상구 전수조사를 한 적이 있어요. 법은 강화되고 있지만 실질적인 추락을 막는 데는 뭔가 부족한 면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개발하게 된 것이 바로 ‘말하는 비상구’입니다”

 

▲ 김영기 소방위가 개발한 ‘말하는 비상구’     © 유은영 기자


‘말하는 비상구’를 개발한 주인공은 경기 군포소방서 재난예방과 안전지도팀장인 김영기 소방위다. 그는 2005년 1월 경기 안산소방서로 첫 배명을 받은 14년 차 소방관이다.


구조대원과 경방대원으로 장기간 근무해 온 그는 소방기술경연대회와 세계소방관경기대회에도 여러 번 참가한 현장형 소방관이다. 소방설비전기ㆍ기계 자격증과 위험물 기능사 자격증도 소지하고 있다.


학창 시절 그는 ‘긴급구조 119’라는 프로그램을 거의 빼놓지 않고 열심히 본 애청자였다. 그때부터 소방관이라는 직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땐 막연히 ‘소방관’으로 사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었는데 성인이 되고 직업을 정해야 했을 땐 주저 없이 소방관이 돼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지금도 그 결정에는 후회가 없습니다”


김영기 소방위는 안산 직할센터에서 근무할 때의 일을 잊지 못한다. 구급차 운전원이었던 그는 ‘아기가 나온다. 출산이 임박했다’는 지령을 듣고 서둘러 출동했다. 현장에 도착하니 임산부와 여동생이 함께 걸어 나오고 있었다.


“문제는 걸어 나오는데 애가 보이는 거예요. 안산고대병원으로 이송하는 데 병원까지 가기도 전에 구급차에서 출산하게 됐죠. 그 임산부분께서 나중에 센터로 고맙다고 인사를 오셨어요. 저흰 해야 할 일을 한 것뿐 인데 일부러 찾아오시기까지 하니 너무 감사하고 눈시울이 붉어지더라고요. 이런 순간에 ‘소방관이 되길 참 잘했다’는 뿌듯함이 드는 것 같아요”


안산 구조대에서 근무할 때는 시화호 핀수영대회에서 1명이 실종돼 수색에 나선 적이 있었다. 몇 번의 다이빙에도 요구조자를 찾지 못했다. 가족들의 울부짖음 속에서 온 힘을 다했는데도 실종자를 찾지 못하는 자신이 너무나도 한심하게 느껴졌다.


“시화호가 너무 탁하기 때문에 물에 들어가면 잘 보이질 않아요. 야간에는 더욱 그렇죠. 3일 만에 요구조자가 떠올랐는데 현장활동 종료 후 술로 날을 지새우며 슬퍼했던 기억이 오래 남습니다”


오랜 세월 현장을 누벼온 그가 2년 전 예방업무를 맡게 됐다. “실은 현장 근무만 하다 보니 예방업무로 발령받았을 때 뭔가 피하고 싶었죠. 막상 와서 근무를 하다 보니 그간 소방의 꽃은 구조나 구급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실은 ‘예방업무’가 아닐까라고 느껴졌습니다”며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예방이 잘 되면 소방 활동을 하는 대원들의 노고를 줄여줄 수도 있고 또 위기 상황에서 많은 국민이 보호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예방업무를 맡은 덕에 ‘말하는 비상구’를 개발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말하는 비상구’(가칭 추락방지 킷트)는 전자석 자동 onㆍoff 방식 접점스위치를 비상구 문에 설치하는 안전장치다. 문이 열려 작동하면 70dB 이상의 경보음이 세 번에 걸쳐 울리고 한 번의 음성안내가 나온다. 실수로 문을 열었을 때 경보음과 음성으로 위험을 알려준다. 건전지 방식이지만 교체 없이 10년 이상 사용할 수 있다. 


“강화된 기준이 기존 다중이용업소 비상구에는 소급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간단한 설치만으로도 ‘비상구 개방에 따른 추락 위험을 현저하게 감소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에서 연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김영기 소방위는 처음 아이디어를 떠올린 뒤 용산이나 영등포 같은 전자상가를 직접 돌며 개발에 열을 올렸다. 하지만 머릿속 생각을 제품으로 만드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다 우연히 ‘말하는 소화기(소화전)’을 개발한 ‘태산전자’라는 업체를 알게 됐다.


“아이디어만 갖고 미팅을 했는데 업체 사장님께서 좋은 생각인 것 같다며 흔쾌히 도움을 주시겠다고 했어요. 그래서 말하는 비상구가 탄생하게 됐죠”


비록 하찮을 수 있는 자그마한 장치지만 그가 느끼는 보람은 남다르다. 추락 위험이 있는 비상구에 설치되면 누군가의 생명을 지키는 데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이란 믿음 때문이다.


“많은 곳에 설치돼 소중한 목숨을 지키는 데 작은 힘이라도 보탤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습니다”


소방의 다양한 업무를 경험해 온 그는 앞으로 어떤 소방관으로 살아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다. 눈앞에는 새로운 목표도 생겼다. 바로 소방 기술의 최고봉이라 불리는 소방기술사나 소방시설관리사 자격을 취득하는 일이다.


그는 “소방에서 현장 대응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예방업무가 국민 안전관리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는지 조금은 알게 된 것 같아요. 그 중요성을 깨달았기에 더 많은 노력으로 보다 폭넓고 깊이 있는 예방 업무를 하고 싶다는 꿈이 생겼습니다”고 했다.


유은영 기자 fineyoo@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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