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119]못다 핀 꽃, 천국에서는 만개하길…

개 포획 나선 아산 소방관ㆍ교육생 불의 사고로 순직

유은영 기자 | 입력 : 2018/04/10 [09:40]

▲ 고 김신형 소방장, 김은영ㆍ문새미 교육생의 합동 영결식이 지난 2일 이순신체육관에서 진행됐다.     ©충남소방본부 제공

 

[FPN 유은영 기자] = “이제는 당신들이 세상에서 피우고자 했던 수많은 꽃을 우리 동료들에게 맡겨 두시고 좋았던 기억과 아름다운 마음만을 품고 새로운 세상에서 편히 영면하소서”


지난달 30일 오전 9시 27분께 충남 아산시 둔포면 43번 국도(아산 방향)에서 “개가 줄에 묶여 도로에 있다”는 신고를 받고 아산소방서 둔포119안전센터 소방관 2명과 현장 실습을 나온 교육생 2명이 소방펌프차에 올랐다.


현장에 도착해 갓길에 차를 대고 구조 작업을 준비 중이던 이들은 약 20분 후인 9시 46분, 25t 트럭이 주차돼 있던 소방펌프차를 뒤에서 추돌하면서 밀린 소방차에 치여 변을 당했다.

 

▲ 개 포획을 위해 출동했던 소방펌프차가 처참하게 파손됐다.     © 충남소방본부 제공


현장에 출동한 4명 중 둔포119안전센터 소속 김신형 소방장(여, 28)과 김은영(여, 29), 문새미(여, 23) 교육생은 유명을 달리했다. 운전원은 개 포획을 위해 먼저 보호 난간을 넘었던 터라 부상에 그쳤지만 현재까지도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김신형 소방장은 지난해 말 동료 소방관과 결혼한 신혼인 데다가 김은영, 문새미 교육생은 오는 16일 임용을 앞두고 있었다. 이 소식을 접한 동료 소방관들과 많은 국민들은 슬픔에 잠겼다.


사고 당일 충남 온양장례식장에 순직소방관 합동분향소가 차려졌다. ‘충청남도장’으로 치러진 장례식에는 전국에서 찾아온 소방공무원 등의 조문이 이어졌다.


동료, 선ㆍ후배 소방관은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한 이들의 명복을 빌고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유가족들과 슬픔을 함께했다. 유가족 중 한 명은 입관식 도중 실신해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다.


31일 장례식장을 찾은 행정안전부 김부겸 장관은 유가족에게 “유족의 뜻에 따라 한 치의 소홀함이 없도록 장례 절차를 진행하겠다”면서 이들 세 명에게 옥조근정훈장을 추서했다.


지난 2일 오전 9시에는 합동 영결식이 거행됐다. 영결식은 오전 8시 20분 온양장례식장을 출발해 아산소방서 앞에서 노제를 지냈다. 이후 합동 영결식 장소인 이순신체육관으로 이동해 96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엄숙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영결식에서 영결사와 조사, 헌시가 이어지자 영결식장을 가득 메운 유가족과 참석자들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남궁영 도지사 권한대행은 영결사에서 “슬픔을 애써 이겨내고 당신들이 남겨준 사랑과 헌신을 다시 이어 나가겠다”고 전했다.


동료 소방관들의 거수경례 속에 희생자들의 시신이 운구차로 향하자 참석자들은 “당신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절대 잊지 않겠다”며 “다시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울부짖었다.

 

▲ 순직자 3명은 국립대전현충원 내 소방공무원 묘역에 안치됐다.     © 충남소방본부 제공


영결식을 마친 후에는 천안 추모공원 화장장을 거쳐 모두 국립대전현충원 내 소방공무원 묘역에 안장됐다.


같은 날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은 지난 1일 열린 트럭 운전자 허모(62)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에서 “증거 인멸 염려와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은 사고 직후 허 씨를 긴급 체포하고 운행 기록 등을 분석하며 사고 경위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허 씨는 “운전 중 라디오를 조작하느라 미처 소방 차량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음주 운전은 하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신형 소방장은 소방공무원 신분이기 때문에 바로 순직을 인정받고 1계급 특진을 했으나 교육생들은 임용되지 않은 시점에 사고를 당한 탓에 현행법상 공무원으로서 순직을 인정받기는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위험 공무를 수행 중이었던 점과 임용일을 며칠 앞둔 상황에서 사고가 벌어졌다는 점 등을 이유로 이들도 공무원 순직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높아졌다.


이에 소방청은 소방공무원임용령 규정을 일부 개정해 교육생들을 소방공무원으로 임용시켜 순직 처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현재 임용령 기준 제5조 임용 소급금지 규정에는 일부 특수 경우를 제외하고는 임용 일자를 소급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돼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사고처럼 임용 예정자는 대상이 될 수 없는 실정이다.
소방청 관계자는 “행안부 장관께서 적극 검토를 지시한 사항인 만큼 소관 부처들과의 원만한 협의를 거쳐 빠르면 5월 안에 법 개정을 통한 공무원 순직 처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유은영 기자 fineyoo@fpn119.co.kr

 

 헌시(獻詩), 한 개 꽃이 되고 별이 되고
- 고 김신형, 김은영, 문새미 임들의 영전에

 

소방구조업무를 성실히 수행하시다
갑자기 유명을 달리하신 그대들이시여!
그대들은 억장이 무너져 내리게 참담하게도
먼 길을 가셨습니다.
꽃다운 나이에 꿈도 못다 펼쳐 보시고
아주 먼 길을 가셨습니다.

 

갑자기 허망하게 가신 그대들 앞에
사랑하는 가족과 동료들은
그 무엇과 견줄 수 없는
애련함과 비통함에 가슴이 미어지고
오열과 슬픔으로 가슴이 찢어지도록
못견디게 괴로워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들 마음에는
그대들이 열심히 살아온 삶의 흔적이
성난 파도처럼 밀려와 요동치고 있습니다.
그대들이 성실히 근무해온 모습들이
회오리 태풍처럼 몰려 와 요동치고 있습니다.   

                        

한 개 꽃이 되고 별이 되신 고 김신형, 문새미, 김은영 임들이시여!
그대들의 숭고한 삶과 봉사정신은
이렇게 오열과 비통함에 젖어있는
사랑하는 가족들과 동료들의 가슴 가슴에
혈관 깊숙이 영원히 흐르고 있습니다.

 

고 김신형, 문새미, 김은영 임들이시여!
그대들의 흔적은 세월이 아무리 흘러가도
영원히 우리들 가슴에 남아
소방의 굳건한 초석이 될 것입니다.
영원한 소방의 나침반이 될 것입니다.

 

이제, 무거운 짐 내려 놓으시고
편안히 잠드소서.
영원한 안식처에서
편안히 잠드소서.

 

2018. 4. 2.  한정찬 올림

 

<후기> 퇴직한 소속 본부에서 헌시낭독 요청이 있어

헌시를 지어 영결식장으로 달려 가 낭송은 했으나 마음이 너무 아프다.


사고가 난 둔포119안전센터(전신 둔포소방파출소)는 이십 여 년 전 내가 소장(둔포면, 인주면, 신창면, 음봉면 관할구역)으로 근무한 곳이기도 해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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