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전북 익산서 폭행당한 강연희 소방위 끝내 숨져(종합)

현장 출동한 구급대원에 머리 가격… 뇌출혈로 사망

유은영 기자 | 입력 : 2018/05/03 [16:16]

▲ 故 강연희 소방위의 영결식이 3일 익산소방서 장(葬)으로 진행됐다.     © 전라북도소방본부 제공


[FPN 유은영 기자] = 주취자에게 머리를 가격당한 베테랑 소방 구급대원이 끝내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1일 전북 익산소방서 인화119안전센터 소속 강연희 소방위가 뇌출혈 수술 후 중환자실에서 치료 받다 오전 5시 9분께 결국 숨을 거뒀다.

 

故 강 소방위가 고통을 호소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4월 2일 오후 1시께 익산역 앞 도로 중앙에 사람이 쓰려져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이후부터다. 당시 현장에 도착했을 때 주취자(남, 47)는 의식이 없는 상태였다.

 

구급대원들은 재빠르게 그를 구급차에 태웠다. 병원 이송 중 깨어난 주취자는 구급대원들을 향해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고 故 강 소방위와 동승했던 박중우 소방사의 뺨을 때리기도 했다. 물리적으로 제압할 방법이 없었던 박 소방사는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경찰에 신고했다. 그 사이 주취자는 강 소방위의 머리를 5대나 가격했다.

 

그날 퇴근한 故 강 소방위는 스트레스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다음날 머리가 아파 병가를 내고 하루를 쉬었지만 머리 통증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후에도 결근 없이 출근하던 그녀는 동료들에게 매일 같이 “머리가 아프다”고 호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멈추지 않는 딸꾹질로 잠도 이루기 힘들었다는 게 주변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병원에서는 그녀에게 자율신경계에 이상이 생겼다고 진단했다.

 

지난달 24일 야간근무를 앞두고 쉬고 있던 그녀는 또 머리 통증을 호소했다. 남편에게 연락 후 바로 병원으로 실려 갔다. 그간 머리가 그토록 아팠던 이유는 ‘뇌출혈’이었다. 담당 의사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신경 손상’이라는 소견을 내놨다.

 

수술을 받고 중환자실에서 자발 호흡과 산소 호흡기를 병행하며 입원 치료 중이던 그녀는 결국 지난 1일 사망했다.

 

올해 향년 50세인 그녀에게는 배우자 최태성 씨와 고등학교 1학년, 초등학교 6학년의 두 아들이 있다. 배우자 최태성 소방위는 김제소방서 금산119안전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현직 소방공무원이다. 최 소방위는 아내의 사망 이후 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해 빈소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

 

3일 익산소방서 장(葬)으로 열린 故 강 소방위의 영결식에는 조종묵 소방청장과 송하진 전북도지사, 이선재 전북소방본부장을 비롯해 소방공무원 등 500여 명이 참석했다.

 

전라북도소방본부는 폭행 가해자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적용, 강력한 의법 조치를 추진 중이다. 또 故 강 소방위에 대한 순직 처리도 진행하고 있다.

 

한편 이 같은 구급대원 폭행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 사고를 계기로 지난 2일 소방청은 앞으로 구급대원 폭행 사건이 발생하면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 대응하기로 했다.

 

소방청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간 구급대원 폭행 사건 건수는 564건에 달한다. 현재까지 벌금형 183명, 징역형 147명, 수사ㆍ재판 중 134명으로 집계됐다.

 

강원도소방본부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8년 현재까지 구급대원 폭행 피해 발생 건수는 총 31건으로 그중 가해자(이송환자)의 90.6%가 음주 상태에서 구급대원을 폭행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심지어 2017년에는 폭행 가해자의 100%가 주취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소방기본법상 출동한 소방대원에게 폭행 또는 협박을 행사해 화재 진압이나 인명 구조, 구급활동을 방해하는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다. 오는 6월 27일부터는 벌금 5000만원으로 상향된 조항이 시행 예정이다.

 

119구조구급에 관한 법률에도 구조나 구급활동을 방해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주취자가 구급대원을 폭행했을 경우 주취로 인한 심신미약 감경을 이유로 실제 처벌을 받는 일은 드문 실정이다. 이 때문에 소방에도 주취자 등으로부터 위협을 받을 경우 제압 등의 공권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에 소방청은 3일 ‘제도 개선 TF’를 꾸려 구급대원이 폭행 등 위험에 닥쳤을 때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장비를 소지하고 사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키로 했다.

 

또 119구조구급법 구조구급활동 방해의 내용을 물리적 폭력과 언어 폭력(모욕 포함) 등으로 구체화해 명시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에 구급대원 등에 대한 폭행을 포함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구급대원 폭행이 부족한 소방력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전북의 경우 구급차에 평균 2.5명이 탑승하고 있다. 전체 75대 구급차 중 41대에만 3명이 탑승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의 경우 전 구급차에 3명이 탑승해 출동에 나서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 같은 인력 부족난에 시달리면서 연가조차 제대로 못 내는 현실이 구급대원의 격무 가중과 스트레스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선의 한 구급대원은 “평소 부족한 인력 탓에 동료에게 피해가 갈 것을 우려해 쉬어야 할 상황에서도 연가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구급대원의 경우 출동량이 더욱 많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는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전북의 소방인력 부족 문제는 구급대원뿐이 아니다. 선착대인 펌프차의 경우도 서울은 대당 5명이 탑승하는 데 반해 전북은 대당 2.6명이 탑승하고 있다.

 

한 소방관은 “각 지방의 경우 재정여건에 따라 투자가 차별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소방공무원 국가직화를 통해 평준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하루 빨리 소방공무원 국가직화를 이뤄 소방 서비스의 지역적 격차를 해소하고 나아가 전 국민이 평등한 소방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은영 기자 fineyoo@fpn119.co.kr

광고
광고
집중취재
[집중취재] 안전이 목적인데… 애물단지 전락한 공기호흡기 안전충전함
1/2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