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부실점검과 거짓 보고의 실체

최영훈 한국소방시설관리사협회장 | 입력 : 2018/05/10 [12:43]

▲ 최영훈 한국소방시설관리사협회 회장

거짓 보고, 부실점검 이 두 용어는 1995년 자체점검제도가 시행되던 이듬해부터 지금까지 발전 방향을 논의할 때면 항상 회자되는 용어로 이제는 뼛속까지 스며든 단어가 됐다. 가장 최근에 자격을 취득한 소방시설관리사 초년생조차 거짓보고, 부실점검이라는 단어에 익숙해져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씁쓸한 마음은 지울 수 없다.


이런데도 자체점검제도가 화재예방업무 분야에서 버팀 돌처럼 존재감을 인정받는 이유는 우리나라가 화재안전 최우수 국가라는 OECD 통계의 힘이 작용했을지도 모른다. 이는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 인구 밀도를 감안하면 더욱 놀라운 통계다.


문제점으로 부각되는 부실점검 거짓 보고를 방지할 방법은 없을까? 자체점검 거짓 보고 처벌 규정을 다시 한번 꼼꼼히 살펴봤다.


현행법에선 소방시설 점검에 대한 거짓 보고 처벌 대상을 3가지로 나눈다. 바로 관계인과 관리업자, 소방시설관리업의 주 인력인 소방시설관리사다.

 

▲ 현행규정

 

상기 표 위반사항 내용의 공통점을 살펴보면 관계인과 관리업자. 관리사 모두 거짓이라는 용어에 얽혀 처벌받게 됨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정녕 무엇이 거짓인지, 소방법상 용어의 정의가 없다. 국어사전에 따르면 거짓은 '사실과 어긋난 것 또는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처럼 꾸민 것'으로 풀이돼 있다.


그리고 거짓이란 상대를 속일 의사가 있을 때 쓰이는 용어다. 부실은 꼼꼼히 성실하게 하지 않았다고 생각될 때 쓰는 용어다.


매우 추상적이기에 처벌받는 자는 언제나 불공정한 법 집행을 원망하기도 한다. 강한 처벌만이 거짓 보고, 부실점검의 해결책이 아니듯 불공정한 법 집행도 해결책은 될 수는 없다. 강한 처벌보다 불공정한 법 집행이 문제 해결에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소리다.


지금까지는 자체점검제도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방안으로 소방시설관리사를 집중적으로 처벌하며 그들에게 의무와 책임을 강요하는 정책이 시행돼 왔다. 하지만 이는 빗나간 정책 판단이다. 근본적으로 거짓 보고와 부실점검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관계인과 관리업자, 소방시설관리사의 책임구분을 명료하게 함은 물론 행정상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거짓이란 용어를 처벌 근거에서 삭제하거나 거짓이라는 용어 자체를 새롭게 정의 내릴 필요가 있다.

 

▲ 개선 안

 

거짓 보고와 부실점검은 초록동색(草綠同色)처럼 보이지만 근본이 전혀 다름을 인식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체점검제도가 존재하는 날까지 소방시설관리사는 거짓 보고와 부실점검 그리고 관계인(건물주)과 관계기관 사이에서 내부 고발자 또는 위법자 신세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안타까울 따름이다.


소방법상 어느 범주까지가 부실점검인가를 정의한 바가 없기에 나름대로 부실점검 규정에 대해 고민해봤다. 부실점검의 판명은 소방법 규정에 따른 소방시설의 기능 및 설치기준의 적합 여부를 올바르게 판단하고 화재예방을 위한 점검업무를 성실하게 수행했는지로 규명하는 게 아닐까 싶다.


결국 고도의 점검업무 완성으로 답해야 하기에 쉽지는 않은 일이다. 더욱이 영리를 추구하는 업자가 저가 용역 수수료 시장 속에서 무한 경쟁하며 국가로부터 위임받은 공공의 책무를 함께 충족시켜야 함은 어려운 숙제다.


또 다른 부실점검의 주체인 관리사의 경우 점검시간과 능력ㆍ경험ㆍ자질 부족. 열악한 근무환경 등 본인 의사에 반해 부실점검 하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본인의 주관과 노력으로 성실한 점검을 하고도 점검 결과 내용이 한국화재안전기준(NFSC)의 1000여 가지가 넘는 기준 중 단 한 가지 사실에만 어긋나도 거짓점검과 부실점검으로 판명되는 게 현실이다.


관리사들은 하나같이 국가가 현실을 외면한 채 징벌로만 관리사 집단을 관리ㆍ감독하려는 현행 체계로는 제도의 발전이 어렵다고 말한다. 공공에 헌신하려는 의욕마저 상실케 하는 낮은 단계의 정책으로 사료(思料)되므로 현행법 제25조 점검을 거짓으로 한 경우의 처벌 규정을 현행법 제26조 8항 성실의무 위반 처벌 규정으로 단일화시켜 달라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그리고 성실의무 위반 정도에 따라 벌점제로 차등 처벌받기를 원한다. 이유를 설명하자면 ‘거짓’은 상대를 속이려 할 때 사용하는 용어인데 관리사들이 점검 과정에서 관계인과 관계기관을 고의로 속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자본주의에서 권력은 자본이다. 자본을 가진 자본가(건물주)의 간택에 관리사들은 포로가 된 채 공공의 의무를 완수해야 한다. 성실한 점검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고 관계기관(소방서)에서도 관리사 집단을 화재예방 점검의 가교 역할을 하는 전문가 집단으로 인식하고 마주한다면 화재예방의 효율성은 극대화될 수 있다는 게 관리사 다수의 의견이다. 필자 역시 이런 방향이 자체점검제도 발전을 위한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최영훈 한국소방시설관리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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