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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연설비 이대로 안돼” 부실론 놓고 ‘갑론을박’

주객전도된 토론회에 참석자들 “황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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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 기자 | 기사입력 2018/05/25 [09:19]

“제연설비 이대로 안돼” 부실론 놓고 ‘갑론을박’

주객전도된 토론회에 참석자들 “황당하다”

최영 기자 | 입력 : 2018/05/25 [09:19]

▲ 21일 열린 제연설비 성능개선을 위한 토론회에는 전국 소방의 예방업무 담당자를 비롯해 소방관련 엔지니어 등 관계자 400여 명 이상이 참석했다.     © 최누리 기자

 

[FPN 최영 기자] = “우리나라 제연설비를 이대로 두면 안 된다. 기술이 안되면 하지 말아야지, 제연댐퍼 업자들의 돈을 벌어주기 위해서 하는 건가”


지난 21일 국회에서 열린 ‘제연설비 성능개선을 위한 토론회’에서 현재 우리나라의 제연설비가 총체적으로 부실하다며 제연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본인을 국내 제연설비에 적용되는 자동차압과압조절형 댐퍼의 최초 개발자라고 밝힌 원희섭(전 (주)새한공조 대표)씨는 이날 토론회에서 제연설비의 부실론을 제기하며 자신이 제안하는 방식으로 쉽게 개선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소방청과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이 공동 주최한 이날 토론회는 제연설비의 성능확보를 위해 국내 설비의 실태를 진단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하지만 제연설비의 총체적인 개선 방향을 논의하기 보다는 마지막 토론자로 나선 원희섭씨의 제연설비 부실 문제 제기와 해결방안이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최초 발제자로 나섰던 아파트라이프뉴스의 김원년 편집인(소방뉴스 편집인)은 원희섭씨와 유사한 내용의 문제들을 거론했지만, 시선은 원희섭씨 쪽으로 집중됐다. 그러자 제연 전문가로 잘 알려진 대표 소방기술사 등 엔지니어들은 원씨 주장에 반박하며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 원희섭 씨(전 (주)새한공조 대표)가 제연설비에 총체적 문제가 있다며 발언을 하고 있다.     © 최누리 기자

 

원희섭씨는 “급기가압 자동차압과압조절형댐퍼에는 과압 조절 기능이 없고 화재층과 비화재층도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며 “현재의 자동차압과압조절형 댐퍼를 쓰지 말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토론회 참여한) 기술사들 의견을 다 듣고 보니 지금 전부 다 (제연설비)가 안 된다고 하는 것 아닌가”라며 “그럼 댐퍼 제조사들 돈 벌자고 하는 건가. 지금이라도 제연설비의 문제를 나열하고 소방청이나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이 실험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씨는 국내 제연설비의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다며 해결책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각 층마다 과압이 나오는 것을 릴리프댐퍼를 통해 버리고 문이 열렸을 때 보충량을 넣어 방연풍속을 유지하면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서 “릴리프 개념과 버리는 방법으로 가면 제연설비는 그렇게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이 같은 원씨 주장을 놓고 토론회에 참석한 소방기술사들은 즉각 반박했다. 한국소방기술사회 조용선 부회장은 “제연설비는 일정 설계 조건에 맞는 성능테스트를 하는 것이지만 야간에 하는 것과 출입문의 개방 수 등 논란이 많다”면서 “이런 테스트는 합의를 통한 것으로 모든 것은 비용에 대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 한국소방기술사회 조용선 부회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 최누리 기자


그러면서 “전층에 문이 열리더라도 방연풍속을 나오게 할 수는 있지만 비용을 어마어마하게 들여야 하고 풍도 사이즈가 아파트 한 세대만큼 커질 수도 있다”며 “사회적 합의를 한 것이 부족하다면 더 해도 되겠지만 일단 지키는 것은 중요하다”고 선을 그었다.


또 조 기술사는 “전문가들이 하는 일은 변수를 줄여 보편타당성 있게 설계를 하는 것”이라며 “이는 수많은 검증을 통해 완화할 수 있는 것임에도 자꾸 측정방법이나 기존의 배경과 합의가 이뤄진 것을 근본적으로 깨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김성한 소방기술사는 “(원희섭씨가) 성능이 부족하고 나오지 않는다. 과압이 많다 등 상당히 많은 문제를 제기하는데 과연 이게 근거가 있는지 묻고 싶다”며 “계단실의 출입문이 닫히지 않는다는 등 아파트 일부에서 나온 얘기를 일반화시켜 전체가 성능이 안 나온다고 하는 것은 분명한 근거를 가지고 해야 하고 소방엔지니어와 관계자들이 다 있는 자리에서 제대로 하라는 식의 요구가 있으려면 분명한 데이터가 제시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 김성한 소방기술사가 발언을 하고 있다.     © 최누리 기자


그러자 원희섭씨는 “옛날에 새한공조 대표로 있을 때 공장 타워에서 직접 실험을 한 것이고 (본인은) 이 제연설비 때문에 개인이 공장에 제연 타워까지 지어 실험을 한 사람”이라며 “그게 필요하다면 동영상으로 제공하겠다”고 주장하며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이어 원씨는 “자동폐쇄장치의 성능인증 기준을 보면 문이 닫힐 때 소요되는 힘을 37N 이상, 열 때는 60N이하로 돼 있고 업체는 이 기준에 의해 검사를 받는데 화재안전기준은 개방력이 110N으로 돼 있고 폐쇄력은 없다”며 “화재안전기준이 맞는지, 성능인증 기준이 맞는지를 짚어봐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엘리베이터도 안 닫히는 거 알지 않나. 김성한 기술사의 성능위주소방설계 보고서에도 써 있는 것으로 안다”며 “엘리베이터가 안 닫히면 어떻게 되는지, 이건 자동차압조절형 댐퍼 뒤에 볼륨댐퍼를 하나씩 다 달아 층마다 보충량에 맞춰 놓으면 된다”고 최초 제시했던 개선책을 재차 주장했다.


그러자 김성한 기술사는 “엘레베이터가 어디가 안 닫힌다고 하는 건지 모르겠다. 최근 콘탐 분석을 통해 봤던 곳은 비상용승강기 승강장인데, 1층에 출입문이 없다보니 연돌효과에 의해 상층부 출입문이 안 닫히는 문제가 생길 수 있었다”며 “그런 경우 연돌효과를 방지하기 위해 1층 출입문을 설치한다든지, 건축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한 적은 있다”면서 원씨 주장을 반박했다.


또 김 기술사는 “특수한 건축 조건이 있는 곳을 엘리베이터 출입문이 안 닫힌다고 말하는 건 문제가 있다”면서 “충분히 시설이나 설비적으로 보완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그런 현상이 있으니 제연설비가 안된다고 하는 것은 그건 엔지니어 또는 설비 구성을 위한 사람으로서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원 씨는 “나는 엔지니어가 아니다”며 “계속 보완만 하면 어쩔건가”라는 의문을 남기면서 언쟁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원씨 주장에 대한 논란은 객석토론에서도 계속됐다. 소방기술사이자 소방시설관리사, 건축기계설비기술사 자격을 가졌다고 자신을 소개한 홍성완 기술사는 “원 사장(원씨)님의 말처럼 하면 성능이 100% 나온다는 것은 그렇지 않다”며 “현재 적용되는 복합댐퍼와 인버터 방식도 잘 나온다. 계단 쪽 문이 안 닫힌다는 건 자동폐쇄장치를 설치하면 다 닫힌다”고 설명했다.

 

▲ 토론회에 참석한 홍성완 소방기술사가 객석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최누리 기자

 

또 홍 기술사는 “문이 안 닫히는 폐쇄장치도 있지만 요즘엔 성능이 안 나오면 폐쇄력 보조장치라는 것을 달면 나온다. 좀 더 연구하고 추후 얘기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원씨는 “인버터 방식이나 복합댐퍼는 차압을 관리할 수 있지만 최상층에서 화재가 날 경우 정상적으로 돌아가서 바람이 올라가는 데 시간이 8초에서 15초까지 걸린다”고 반박했고 홍성완 기술사는 “화재 성장기이기 때문에 8초에서 15초 이후에 이뤄진다고 해도 사람이 죽는 것은 아니다”라고 되받아 쳤다. 그러자 원씨는 “제연설비를 설치하지 않아도 사람은 안 죽는다”고 하자 홍 기술사는 “맞다. 그렇게 지연된다고 죽지는 않는다. 8초에서 15초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토론회 자체가 제연설비 부실성에 대한 원씨 주장에 국한되자 토론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대체로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날 토론회를 참관한 한 참석자는 “제연설비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토론회였는지 특정 기술을 가진 업자의 일방적 주장을 듣는 자리였는지 도무지 분간이 안 된다”며 “기술의 발전을 위해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기술을 법에 반영하기 위한 의도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혀를 내둘렀다.


한편 인천대학교 이동호 교수가 좌장으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서는 ▲김진수 소방기술사회 제연분과 위원장(제연 엔지니어링 환경 개선의 필요성) ▲김원년 아파트라이프뉴스 편집장(제연설비의 현실태와 개선방향)이 발제를 맡았고 원희섭씨 외에 ▲진병래 소방기술사(제연기술의 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가) ▲김성한 소방기술사(제연설비 성능개선을 위한 제언) ▲김완섭 소방시설관리사(제연설비 등의 자체점검 관련 제언) ▲조용선 소방기술사(연기로부터 안전한 세상을 위하여)가 토론자로 나섰다.

 

▲ 이날 토론회이 진병래 소방기술사와 김성한 소방기술사, 김완섭 소방시설관리사, 조용선 소방기술사, 원희섭 씨(전 새한공조 대표)가 참석했다.     © 최누리 기자

 

<소방방재신문은 이번 토론회에서 언급된 주요 내용을 담은 <집중조명>기사를 별도 보도할 예정입니다.>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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