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작은 차이 그 엄청난 결과, 소방복제 논란

(전)소방발전협의회장 소방위 고진영 | 입력 : 2018/07/05 [22:14]

▲ (전)소방발전협의회장 서대문소방서 소방위 고진영

최근 소방청의 소방복제 개선과 관련한 논란이 뜨겁다. 소방공무원의 제복엔 그 목적에 따라 정복, 근무복, 기동복, 활동복, 특수복 등 다양한 제복이 존재한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다른 제복과 달리 평상시 대기근무를 하며 입는 제복엔 같은 목적으로 두 개의 다른 제복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활동복과 기동복이다. 현재 소방제복 개선의 논란은 바로 목적의 다른 제복을 하나로 통일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일이다.

 

논란의 핵심을 짚어보자. 소방청의 입장은 제복으로서 품위와 대외적인 소방 이미지 제고를 위해 기존 기동복을 개선 존치하고 제복의 그러한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활동복을 폐지하자는 반면 현장대원들은 활동성이 우수한 활동복을 존치시키고 현장활동에 불편한 기동복을 폐지하자는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각자의 주장엔 신빙성이 있다. 현장대원들이 선호하는 활동성이 강조된 활동복은 제복이 가지는 품위와 대외적인 이미지에는 취약하다는 것은 모두가 인정하는 것이고 또한 기존의 기동복이 제복의 목적을 달성하고 있기는 하지만 현장활동엔 취약하다는 것 또한 모두가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언뜻 이러한 논란이 소모적인 갈등처럼 보이기도 한다. 아주 쉽게 생각해서 이렇게 이야기해 볼 수 있다.  “그럼 서로가 원하는 부분을 모두 수용하는 제복을 만들면 되지 않는가?”라고 말이다.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실제로 개선된 기동복을 접한 필자는 기존에 기동복이 갖고 있던 활동하기 불편한 요소들이 많이 개선된 측면도 있었다. 하지만 그 개선이 현재의 논란을 잠재우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하고 싶다. 그 이유는 대립하는 두 의견엔 현장대원들과 지휘부 간 반목과 욕구가 서로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반목은 아주 오랜 시간 상처로 응어리진 나무의 옹이처럼 깊은 상처로 소방의 역사를 관통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면 좀 과장된 것일까?

 

이 반목을 이해하는 것이 소방복제 관련 논란을 이해하고 논란을 풀 열쇠를 쥐고 있다고 필자는 확신한다. 그 응어리진 반목을 들여다보자.

 

소방조직은 철저하게 현장대응 조직이다. 대한민국 정부조직에서 소방조직은 안전 전문 대응기관으로서 그 독자성과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존재해 왔다. 소방의 특수성은 무시되고 일반 행정부처의 입맛에 따라 조직은 존재해 왔다. 이런 소방조직이 단독 소방청이라는 독립된 조직과 국가소방을 눈앞에 둘 정도로 성장한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 과정에서 또 하나 부인 할 수 없는 것은 그 성장의 원동력은 현장대원들의 희생과 노력이 밑거름이 되었다는 것 역시 소방인이라면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현장대원이라면 소방조직의 성장은 현장에서 산화한 현장대원들의 피와 살, 목숨이 깃들여 있다고 생각한다. 반면 그 현장대원들의 애로사항을 안아줘야 할 소방지휘부가 현장을 중요시 한다는 것은 말 뿐이고 그 현장을 책임지는 현장대원을 무시하고 조직을 관리하는 지휘부의 입장만을 강조하며 여전히 현장대원에게 희생만을 강요하고 있다는 인식이 현장대원들에겐 팽배하다. 소방조직 내 각종 현안 문제들에서 현장대원들의 요구가 충분히 정책에 반영되지 못한 것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를 오해로 치부하기는 어렵다.

 

이런 배경을 인식하고 복제 논란을 들여다보자. 소방지휘부의 욕구와 현장대원들의 욕구가 고스란히 소방제복 논란에 반영되고 있다. 제복의 품위와 대외적인 이미지 쇄신을 강조한 기동복을 선택하고 활동성이 강한 현장대원들의 요구를 반영한 활동복을 폐지하는 소방청의 선택은(기동복이 애초 현장대원보다는 내근이나 지휘부를 위해 만들어 졌다는 사실을 모르더라도) 단순히 제복의 문제를 떠나 현장대원들에겐 현장대원들을 무시하는 처사이며 지휘부는 현장의 어려움은 아랑곳하지 않고 지휘부의 품위와 권위만을 생각한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이러한 불만은 현장을 모르는 지휘부라는 무능한 비난과 함께 여전히 소방지휘부는 현장대원들의 희생을 짓밟고 자신들의 권위를 뽐내기 바쁘다는 분노로까지 확대된다. 이러한 지휘부와 현장대원들의 반목은 오랜 시간 소방조직 내 조직풍토로 고착화된 현상이며 단지 그 응어리가 소방 제복개선과정에서 수면위로 부상했을 뿐이다.


그러나 이러한 보이지 않는 소방조직의 문제를 모두 무시해도 소방청이 현실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새롭게 개선되는 기동복의 가격은 20만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한해 개인에게 지급되는 개인복제 예산이 20만원이 안된다. 1년에 1벌 구입도 어려운게 현실이다. 예산문제가 해결된다 하더라도 활동복은 각종 현장활동하며 오염되면 쉽게 폐기해야 한다. 그렇지만 과연 20만원이 넘는 기동복을 오염 등으로 쉽게 폐기할 수 있을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 아직도 활동복이 충분치 않아 개인이 사비로 구입해 입는 현실에서 과연 새롭게 개선되는 기동복이 현실성이 있는지 반드시 물어야 한다.

 

소방청은 아주 작은 차이지만 그 엄청난 결과를 내는 이 두 가지의 차이점을 모르는 것 같다. ‘활동복을 개선해서 제복의 품위를 높이겠다’와 ‘기동복을 개선해서 활동성을 높이겠다’의 차이를 말이다. 결국 두 번째를 선택한 소방청의 선택은 언제나 정책에 있어 현장대원이 아닌 지휘부의 입장이 우선한다는 사실을 입증해 주는 격이다.

 

현장대원으로 소방관이 된지 20년이 된 지금 같은 동료지만 그 동료가 가장 멋있어 보이는 때가 있다. 시커먼 얼굴과 검게 그을린 방화복에 현장에서 땀을 흘리는 동료를 보면 지금도 가슴이 뜨거워진다. 과연 제복의 진짜 품위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전)소방발전협의회장 소방위 고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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