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벌은 언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할까? 여왕벌은 혼자 겨울을 난다(흙에서 낙엽을 이불 삼아 차디찬 겨울을 견딘다고 한다. 대단한 녀석이다. 믿거나 말거나). 봄이 되면 집터를 물색하고 군집을 늘리기 시작한다.
말벌 개체 수가 최대로 증가하는 시기는 8월부터 11월까지다. 이때가 바로 말벌 경계 기간이 된다. 통계적으로 소방대원 벌집 제거 출동이 최대치에 이르는 시기도 이와 비슷하다.
산길을 걷다 말벌 둥지 외부를 모르고 툭 쳤다. 이때 말벌은 흰 옷을 입은 사람과 검은 옷을 입은 사람 중 누구를 공격할까?
안동대 정철의 교수팀의 실험에서 말벌들은 흰색과 노란색, 파란색, 빨간색, 검정색 종이 중 검정색 종이를 계속 공격하는 모습을 보였다.
교란에 의한 공격 거리는 15m 내외였는데 이를 통해 말벌 둥지에서부터 15m 정도까지를 본인의 영역으로 인지한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이는 말벌의 영역을 침범했다면 재빠르게 둥지에서 15m 이상 떨어진 곳으로 대피해야 한다는 걸 깨닫게 해준다.
필자는 말벌에 쏘인 경험이 있다. 연구 결과를 보면 필자가 쏘인 벌은 말벌이 아닌 쌍살벌이었던 것 같다. 당시엔 벌에 무지해 멀리 도망갔어야 했는데 땅에 넙죽 엎드려 있었다. 그 결과 벌에 다섯 방이나 쏘이고 말았다.
등검은말벌의 머리는 대부분 검은색이다. 두순, 안테나의 아랫부분, 큰 턱은 노란색이다. 더듬이는 기부의 앞쪽만 노란색이고 나머지는 검은색이다. 가슴 등판의 대부분이 검은색이며 일부 약한 선모양의 붉은색이 있기도 하다.
복부 등판 첫째 마디의 가장자리는 노란색의 선 모양, 둘째 마디는 좀 더 넓은 띠에 진한 오렌지색, 셋째 마디는 절반 이상이 적황색이다. 4번째 복부 등판은 오렌지색, 5~6번째는 진한 황갈색을 가진다. 몸 전체에는 가는 털이 많이 나 있다.
국내의 다른 종들과는 가슴등판의 전체와 머리 뒷가장자리가 완전히 흑색이므로 쉽게 구분이 가능하다(Key point : 가슴 등판이 검은색이며 배에는 노란띠가 선명하고 다리는 노랗다).
등검은말벌은 대부분 도심이나 산림, 농경지와 같은 지역 10m 이상 높이에 둥지를 짓는다. 주로 높은 교목 위에 터를 잡지만 높은 건물 처마 밑에도 둥지를 건설한다. 둥지 안에는 육아방을 보호하기 위해 외피를 형성한다. 이 육아방의 수는 만여 개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등검은말벌은 크기가 작고 독성이 강해 2013년 중국 상해에서는 등검은말벌에 쏘여 42명이 사망했다. 이때 ‘killer wasp’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또한 벌 둥지에 개체 수가 많으며 비행속도는 5~8m/s 정도로 약 7m까지 따라가 공격이 가능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말벌에 쏘였을 때 다양한 종류의 독이 한꺼번에 여러 경로로 인체 기능에 영향을 준다. 과민성, 알레르기, 비 알레르기 반응으로 나타나며 대부분 아민류에 의한 반응으로 아픔, 가려움, 부음, 혈관 확장의 증상, 열증 등을 보인다.
또 펩타이드성 물질인 용혈소(hemolysin), 신경독(neurotoxin), 참새말벌독(mastoparan) 등으로 인해 용혈, 순환기 장애, 신경증, 호흡기 장애 등이 유발될 수 있다. 반응에 따라서는 알레르기성 반응으로 진전될 수 있다. 이 경우 자극 부위를 중심으로 두드러기가 나고 열이 나며 호흡 곤란을 겪을 수 있는데 이때 대부분 과민성 반응과 알레르기 반응에 의해 사망을 초래하기도 한다.
과민성 반응(Hypersensitivity)은 독성 물질이 면역글로불린이(IgE : Immunoglobulin E) 등과 반응해 히스타민 등을 대량 방출하면서 호흡, 순환기 이상을 일으키고 알레르기 쇼크(Anaphylaxis) 등을 유발한다.
알레르기 반응 시 호흡기에는 호흡 불량, 숨소리 골골, 숨쉬기 어려움, 말소리 안 나옴, 목에서 쇳소리 남, 얼굴이 청색으로 변하는 증상이 나타난다. 순환기에서는 저혈압이, 소화기에서는 구토, 설사, 복통, 불쾌감 등이, 피부에서는 두드러기, 손등, 발등, 입, 목 부음 반응이 나타난다. 비 알레르기 반응에서는 통증, 부종, 발진, 가려움, 피부색 변화가 나타난다.
뱀과 거미 독보다는 벌 독이 위험하다고 할 수 있다. 벌 독과 다른 독의 사망시간의 차이는 [표 1]을 보면 확인할 수 있다. 뱀이나 거미 독에 쏘였을 땐 6시간 이후에 사망하는 경우가 85.5%이지만 벌 독에 쏘였을 땐 1시간 이내에 사망하는 경우가 79%에 달해 벌 독 과민성 쇼크를 일으키는 사람이라면 빠르게 응급조치를 해야 한다.
그럼 꿀벌 독은 안전하고 말벌 독만 위험할까? 장수말벌 한 마리는 1.4mg의 독을 가지며 독침에 164회 쏘였을 경우 50%의 인간이 사망할 수 있다([표 2] 참조). 꿀벌 한 마리는 0.08mg의 독을 지녀 3500회 쏘여야 반수치사량(LD50)에 도달한다고 한다. 즉 장수말벌의 침은 독이 많기 때문에 위험할 수 있다는 얘기다.
벌에 쏘이면 1시간 이내 사망률이 79%에 달한다. 이 때문에 말벌에 쏘이게 되면 반드시 30분 이내에 병원으로 가야 한다. 시민이든 소방관이든 머릿속에 30분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
벌에 쏘였을 때 최선의 방법은 응급처치를 받을 수 있는 병원으로 30분 이내에 이송하는 것이다. 또 호흡곤란이나 저혈압, 고열 등이 있을 경우 환자를 눕히고 다리를 높인 후 기도를 확보해 호흡이 가능토록 조치한다. 증상이 심하지 않을 경우에는 항히스타민제 등을 복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알레르기성 쇼크(아나필락시스) 증상이 나타날 경우 에피네프린(Epinephrine) 주사제를 고려해야 한다. 벌에 알레르기가 있는 소방관이라면 평소 의사에게 관련 약제를 처방받아 두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일 수 있다. 어쨌든 우리가 벌에 쏘인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본인의 알레르기 여부와 상관없이 전문의에게 빠르게 처치를 받는 것이다.
국립소방연구원_ 한동훈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19년 8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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