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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구급대원 ‘2019 ICEM’을 가다

<2편>재난과 구급, 그리고 SimGame

경기 수원남부소방서 박윤택 | 기사입력 2020/03/20 [14:20]

현장 구급대원 ‘2019 ICEM’을 가다

<2편>재난과 구급, 그리고 SimGame

경기 수원남부소방서 박윤택 | 입력 : 2020/03/20 [14:20]

심정지 소생술 발표가 끝나고 전국에서 모인 구급대원과 함께 간단한 점심을 먹으며 오전 프로그램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그리고 오후 프로그램 중 어떤 것을 선택할지에 대한 고민 후 평소 관심이 많았던 재난의학(Disaster) 발표로 급히 발걸음을 옮겼다. 4명의 발표자가 소개한 ‘Disaster&Mass gathering1’ 연구 내용은 인상적이었다.

 

이들은 싱가포르의 한 종합병원이 재난에 대응하는 것에 대한 논의를 시작으로 대만의 한 놀이공원에서 CO2 폭발 사고 시 다수사상자 발생 사례에 따른 효과적 대처방안을 제시했다. 또 우리나라의 세월호 침몰에 따른 재난 PTSD, 말레이시아의 재난 대응 교육 프로그램 적용 사례를 소개했다.

 

필자는 이 네 가지 주제 발표 중 태국의 다수사상자 사고 대처 사례와 말레이시아 국립대학의 새로운 재난 대응 교육 프로그램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리고 ICEM에서 올해 처음으로 도입한 SimGame 대회도 조명한다.

 

태국 팔선워터파크 사고의 교훈

Wai Mau Choi(Hsinchu MacKay Memorial Hospital, Taiwan)는 ‘Mass Casualty in a Mass Gathering Event’라는 주제로 2015년 태국 팔선워터파크에서 열린 동성애 축제 ‘Color play ASIA’ 당시 폭발사고의 대처 사례를 설명했다.

 

다수사상자에 대한 대처는 아시아권에서 매우 중요한 대응 방법 중 하나다. 기후변화와 지진 그리고 개발도상국의 급격한 산업화로 인해 크고 작은 재난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따른 재난대처 능력이 그 사회가 얼마나 안정돼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가 될 수 있다. 재난대처 능력이 부족하면 사회 전체의 안전망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태국의 팔선워터파크 사고는 무대 공연 효과를 위해 CO2로 압축된 가연성 색체(옥수수 분말)를 스프레이로 뿌리는 과정에서 관객의 담배꽁초 불씨에 옮겨붙어 폭발한 사고다. 이 일로 508명에 달하는 사상자가 발생했다.

 

 

당시 사고접수 후 28분 만에 응급의료팀(EMSS)이 구성됐다. 우리나라로 치면 재해의료지원팀(DMAT, disaster medical assistance team)과 같은 의료팀이다. 그리고 화재진압을 위해 소방대가 운영되면서 300대의 소방차가 투입됐다.

 

발표자 설명에 따르면 당시 응급의료팀은 신속히 손상 환자를 중증도에 따라 분류한 뒤 분산배치해 관리했다. 이송 우선순위에 따라 각각 배치했고 동선은 서로 겹치지 않도록 조정했다.

 

환자가 누울 수 있는 침상은 현장 상황에 따라 물놀이 침대나 대형 튜브로 대체했고 이송을 위한 수단으로도 사용했다. 적절한 치료를 위해 중증화상 환자들은 사고 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분산 배치했다.

 

재난의료의 특수한 현상 중 지리효과, 이중파 현상, 바벨탑 효과, 연합효과가 있는데 이번 사고에 있어 ‘이중파동’ 현상은 [표 1]과 같이 적용됐고 향후에도 이러한 것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그는 견해를 내놨다. 

 

▲ [표 1] 다수사상자 이중파동 현상

 

 

○ 한계점 나타난 중증도 분류 시스템

발표자는 팔선워터파크 사고를 겪으며 나타났던 중증도 분류 시스템의 한계점에 대해서도 지적했다([표 2] 참조). 

 

▲ [표 2] 팔선워터파크 중증도 분류 시스템 한계 사항

 

▲ 팔선워터파크 사고현장에서 현장과 병원의 중증도 분류의 차이

 

▲ [표 3] 팔선워터파크 환자분류표 적용 애로사항

 
○ 환자분류표 적용 애로점

팔선워터파크 사고에서는 환자분류표를 적용하는 과정에서도 적지 않은 애로가 나타났다고 한다. 대부분 중증도 분류표에 관한 것이었지만 구급대원이 평소 현장 활동에서의 사용에 있어 익숙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표 3] 참조).

 

마지막으로 발표자는 세 가지 메시지를 전했다. 재난 현장 의료팀의 활동을 위해 필요한 발전 방안과 사전에 준비하고 있어야 할 EMS 팀, 다수의 인원이 모이는 장소 등에서 평소 대비해야 할 것들이었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재난 피해자와 EMS 종사자 간 충분한 접촉지점의 신속한 제공 방안

√ 환자들을 한 방향으로 이동시킬 수 있어야 하며 출입구 전용 통로를 확보해야 한다. 이것은 환자의 이탈을 막기 위함이다.

√ 구급차의 신속한 이송을 위해 방해물이 없고 차단되지 않은 여러 개의 비상 출구가 확보돼야 한다.

√ 응급의료팀이 사고 현장에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하며 활동을 위한 통신 장애 등이 최소화돼야 한다.

 

○ 재난 의료 현장을 위해 사전에 준비해야 할 것들

√ 현장에서 의료진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면 병원으로 이송해야 하는 입원환자 수와 함께 지역 구급차 서비스에 미치는 영향도 줄일 수 있다.

√ 헬리포트,  웹패드, 전자 감시 장치(모니터기), 차광 및 냉각 미스트(화상 환자 처치를 위한) 등의 특수 장비를 갖춘 의료 시설 제공은 환자의 손상을 줄일 수 있으며 사망률 또한 감소시킬 수 있다.

√ 지역 병원들 또한 잠재적 집단 모집(비상 진료)에 대비한 비상 계획에 참여하고 있어야 한다.

√ 기본적인 초기 처치는 4분 이내로 하고 전문소생술은 8분 이내로 해야 한다.

√ 30분 이내에 전문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

 

○ 평소 재난 대응 계획에 포함해야 할 것들

√ 관리자와 보안 요원의 군중 통제 교육을 해야 한다.

√ 군중의 과밀화 방지를 위해 입장 인원을 제한할 수 있어야 한다.

√ 제대로 작동하고 적절한 공공 주소(음향기기 배치)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 행사장의 지정 출입구는 참가자들의 단방향 흐름을 이끌 수 있다.

√ 화재 안전을 포함한 대피 계획은 참석자에게 명확한 방식으로 정보가 전달돼야 한다.

√ 비상 탈출구는 깨끗하고 장애물이 없어야 하며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는 계획이 수립돼야 한다.

√ 다수 의료 사상자를 관리하는 데 있어 적절한 훈련과 경험을 갖춘 응급의료종사자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 모든 대규모 행사는 재난 발생 시 대응을 위한 재해대처계획서가 수립돼야 한다.

 

재난교육의 뉴 패러다임 ‘가상 재난시뮬레이션’

필자가 평소 크게 관심을 가졌던 분야 중 하나는 가상 재난시뮬레이션(Hydride Simulation)으로 이번 학술대회에서 역시 눈에 띄는 발표가 있었다.

 

바로 Ismail Saiboon(National University of Malaysia, Malaysia)의 ‘Teaching Disaster Response Principles to Undergraduate Medical Students through Blended Learning with Immersive Hybrid Simulation’이라는 주제 발표였다. 그는 이 발표에서 의대생을 대상으로 재난 대응 교육에 대한 새로운 프로그램을 제시했다.

 

지금까지 재난교육 방식은 테이블 도상훈련과 상황 제시에 따른 목적수행, 가상환자에 따른 수행, 현장 시뮬레이션(상황을 주지 않는 훈련이 대부분)을 기반으로 보편적인 훈련이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단계별 모의재난 훈련이 유익하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두 가지의 어려움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표 4] 참조).

 

▲ [표 4] 기존 재난훈련의 제한성

 

Ismail Saiboon 교수가 제시한 새로운 재난교육 개념의 틀(Hybride Simulation)은 이렇다. 가장 먼저 비디오를 보고 재난 상황에 대한 토론(대면 토론)을 실시한 뒤 시뮬레이션 훈련을 진행한다.

 

이러한 시뮬레이션 훈련은 영상을 보며 따라 하게 되기 때문에 몰입도가 뛰어나고 여러 환경 설정이 가능하며 임상적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양방향 평가가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또 이러한 시뮬레이션 훈련은 실시간 평가를 할 수 있다. 교육 종료 후에는 사후토론인 AAR(After Action Review)을 통한 평가를 진행한다.

 

AAR은 미 육군에서 개발돼 활용하는 분석 기법으로 계획한 의도에 따른 결과에 대한 원인을 분석해 오류를 찾아 수정하는 방식으로 널리 사용된다.

 

발표자 훈련의 마지막 단계에서 AAR을 통해 실시간 평가와 함께 시청각 환경에 내장된 플립(변형 가능한) 강의실, 몰입형 하이브리드 시뮬레이션을 결합한 혼합 접근 방식을 통한 재난 대응과 관리 원칙의 혁신적인 접근이 가능하다.

 

▲  Ismail Saiboon 교수가 제시한 새로운 재난교육 방식 

 

우리나라도 최근에 있었던 제천 화재와 밀양 화재를 계기로 다수사상자 시스템의 효율성에 대한 문제점을 수정하려 노력해 왔다. 그만큼 우리나라만의 훈련방식과 현장 활동 방안에 대해 소방청이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많은 이들이 현장은 늘 변수가 많아 정답은 없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분명한 원칙은 존재한다. 이것이 우리가 극복해야 할 과제가 아닐까?

 

▲ ICEM 2019 대회장의 여러 모습들


응급처치 실력을 겨루는 SimGame

ICEM 둘째 날에는 SimGame 대회를 관람했다. ICEM에서 SimGame을 도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SimGame은 주로 병원 전 대원들이 함께하는 국제학술대회에서 세계 각국의 구급대원들이 참가해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응급처치 실력을 겨루는 장이다.

 

SimGame은 시뮬레이션 장비를 가지고 가상의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가상 응급처치 행위를 보여주는 것인데 탄탄한 기본 술기와 시나리오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시나리오 대회(구급활동일지 경연대회)가 열린 것은 불과 2년 전이다. 대회 준비 과정에서 시나리오를 작성할 때 대원들은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가지 복잡한 변수를 고민해야 한다. 그래서 이런 대회는 대원들의 술기를 탄탄하게 성장시킬 좋은 기회가 된다.

 

이번 대회는 세계응급의학회(ICEM)에서 처음으로 개최했으며 당초 미국과 일본 등 6개국에서 9개 팀이 출전한 것과 달리 대한민국 2, 일본 2, 대만 1, 말레이시아 2개 팀 등 4개국 7개 팀 28명이 참가해 심장정지환자와 중증외상환자에 대한 전문적 지식과 응급처치 능력을 겨뤘다.

 

한국 선수는 지난 5월 구급일지경연대회에서 1위와 2위의 성적을 거둔 팀들이 ALS 분야와 외상분야에 참가해 각각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심장정지환자와 중증외상환자에 대한 전 세계 구급대원들의 전문 응급처치 능력을 겨루기 위해 올해 처음으로 마련된 이번 행사는 앞으로 ‘세계응급의학회 학술대회’의 경연 종목으로 채택될 예정이다.

 

▲ 1. SimGame 포스터 2. ALS 분야 1위 경기소방 3. 외상 분야 1위 말레이시아

 

경기 수원남부소방서_ 박윤택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19년 9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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