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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진압만큼 중요한 현장 보건 안전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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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소방학교 안지원 | 기사입력 2020/03/26 [10:10]

화재진압만큼 중요한 현장 보건 안전관리

강원소방학교 안지원 | 입력 : 2020/03/26 [10:10]

화재를 효과적으로 진압하는 전술과 기술은 날로 발전 중이다. 이와 함께 현장 대원의 안전관리 역시 오늘날 진압 부분의 중요 요소로 자리 잡았다.

 

현장에서 안전관리는 대원이 현장에서 사고나 부상 없이 진압 임무를 최종단계까지 완수하는 것과 현장에서 대원이 보건안전 측면에서 오염물질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 등 두 부분으로 나뉜다. 

 

전자의 경우는 현장에서 눈으로 보이는 부분이다 보니 많은 관심과 자원이 투입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후자에 관한 관심은 부족한 실정이다. 

 

화재 현장은 필연적으로 많은 독성가스와 오염물질을 수반한다. 이러한 유해물질은 장기적으로 소방관 건강에 높은 확률로 악영향을 주며 폐 기능 손상이나 각종 암, 희귀병의 유발요인이 된다.

 

보고된 바에 의하면 소방관의 암 발병률은 일반인보다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한 조사에서는 소방관의 암 발병률은 일반인보다 14%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화재 현장은 고열과 극심한 체력소모를 동반하기 때문에 소방관의 심장에 무리를 주게 된다. 급성심근경색 같은 심장 관련 질환은 소방관 사망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다. 이 밖에도 소음성 난청, 근골격계 질환, 수면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여러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화재 현장과 오염물질

 

화재 현장에서 흔하게 생성되는 유해물질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며 대표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유해가스 - 일산화탄소, 황화수소, 시안화수소, 염화수소, 이산화질소, 일산화질소, 불화수소 등

유기화합물 - PAH(다향방향족탄화수소), 벤젠, 톨루엔, 에틸벤젠, 알데히드, 아크롤레인 등

금속류 - 납, 카드뮴, 철, 비소 망간 등


 

이 외에도 호흡성 분진과 같은 다양한 유해물질이 생성되며 이 물질들은 여러 연구를 통해 소방관의 신장암, 악성림프종, 폐암 같은 다양한 암, 뇌종양, 심뇌혈관계 질환, 파킨슨병, 각종 폐 질환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질병들은 오랜 기간 서서히, 혹은 급발적으로 예측할 수 없이 발병하기 때문에 치료과정과 공상처리 문제에서도 소방관 개인에게 심각한 어려움을 야기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현장에서의 오염물질이 어떠한 경로로 이동해 소방관의 건강을 위협하는지 좋은 실험 영상이 있어 소개해 본다. 왜 현장에서의 보건관리와 아래 기술할 오염제거(Decontamination), 활동 구역의 분리가 중요한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 연소과정에서 생성되는 물질들의 입자 크기는 머리카락 두께의 1/20에 불과할 정도로 미세하다. / YOUTUBE : The Invisible Danger of Bunker Gear Tansfer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화재진압만큼이나 대원의 안전과 건강은 중요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상황은 이를 충분히 배려하지 못하는 듯하다. 

 

체력적으로 지친 상태에서 완전한 보건절차를 수행하는 것은 오랜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다. 자발적으로 자신의 보건안전을 챙긴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현장에는 충분한 수의 보건관리담당자가 배치돼야 하지만 화재진압을 하기에도 인원이 턱없이 모자란 현시점에서 이를 기대하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다.

 

결국 많은 수의 소방관이 현장의 오염물질 속에서 쉬고, 마시고, 먹고, 다시 오염물질을 사무실과 대기실로 이동시키다 못해 가정에까지 갖고 들어간다. 이는 소방관 자신과 그 가족에게까지 참으로 불행한 일이며 반드시 개선돼야 하는 일 중 하나다. 

 

유해물질을 막기 위한 방편들

 

1. 오염제거(Gross Decontamination)

오염제거(이하 Decon)는 사람과 장비의 유해물질 확산을 줄이고 방지하는 물리ㆍ화학적 단계다.

 

소방활동 현장에서는 물이라는 훌륭한 용매가 있기 때문에 다량의 물 주수만으로도 많은 오염물질을 씻어낼 수 있다. 이는 가장 빠르고 편한 방법이다.

 

한 연구에서는 몇 가지 방법으로 Decon을 실시했다. 이 중 물과 비누를 이용한 방식이 방화복에 묻은 다향방향족탄화수소(PAH) 농도를 85%까지 감소시켰다. 반면 에어건을 통해 압축공기를 불어 내는 방식은 큰 효과가 없었다.

 

외국에서는 종종 손쉽게 오염제거를 할 수 있는 샤워식 스프레이 등 다양한 제품이 부착된 소방차를 볼 수 있다.

 

현장에서 오염된 방화복의 Decon을 시행했다 해도 모든 오염물질이 제거되는 건 아니다. 따라서 사용을 마친 방화복은 차량 내부에 적재하지 말고 별도의 가방이나 비닐 팩에 봉한 후 차량 외부 적재함에 넣어 귀소 즉시 세척작업을 해야 한다. 물론 이때도 N95 마스크와 장갑 착용은 필수다.

 

▲ 물은 가장 좋은 Decon의 소재다.

▲ 샤워식 스프레이

 

2. 활동 구역의 분리(Hot Zone, Warm Zone, Cold Zone)

 

1) Hot Zone

말 그대로 화재 현장 혹은 임무의 대상이 되는 현장을 말한다.

 

▲ 훈련 중에도 Warm Zone과 Cold Zone의 구분은 명확해야 한다.

 

2) Warm Zone

Hot Zone에서 이탈해 장비를 점검하고 세척(Decon)하는 구역이다.

 

Warm Zone에선 호흡기와 피부보호를 위해 방화복과 개인안전장비(PPE), 공기호흡기(SCBA)를 탈착하는 즉시 N95 마스크를 착용한다.

 

장갑을 벗은 후에는 오염물질의 피부 접촉을 피하기 위해 nitril(구급대가 쓰는 일회용 장갑) 글러브를 착용하고 오염된 PPE를 맨손으로 만지지 않는다. 한 연구에 따르면 오염물질 분포에 있어 가장 높은 농도를 나타내는 신체 부위가 바로 손이다.

 

Warm Zone에서 안전하게 장비를 탈착하는 것은 약간의 연습이 필요하다.

 

① 방화장갑을 벗고 바로 nitril 글러브를 착용한다.

② 헬멧을 벗는다.

③ SCBA를 바닥에 내려 놓는다(면체는 계속 착용한다).

④ 방화복 상의를 벗는다.

⑤ 면체를 벗고 바로 N95 마스크를 착용한다. 용기 밸브를 잠근다.

⑥ 방수화, 방화복 하의를 벗고 두건을 벗는다.

⑦ 장비를 세척한다.

 

다시 현장(Hot Zone) 진입을 위해서는 장비를 재정비하고 장비 점검 시에도 마스크와 장갑을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이때 유의할 점은 사용한 장비는 절대 Cold Zone으로 가져가지 말아야 한다.

 

 

 

 

3) Cold Zone

대원들이 휴식을 취하거나 수분과 영양소를 보충하고 생체 징후, 부상 상태를 확인하는 장소다.

Cold Zone에 진입하면 바로 얼굴과 손을 씻고 수분을 섭취한다.

 

고열에 노출된 대원들은 신체 냉각을 시작한다. 냉각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차가운 물에 전완(팔꿈치 아래 팔)을 담그는 방법이 매우 효과적이다. 휴식을 취하면서 구급대원들은 medical check를 실시하고 그에 따른 check list를 작성한다.

 

▲ 더는 이런 SNS 글이 올라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컵라면은 샤워 후에 먹어도 맛있고 따봉은 훈련 사진만으로 충분히 받을 수 있다. 

이러한 활동 구역의 구분 없이 현장에서 방화복을 입은 채로 쉬고, 먹고, 마시고, 차량 탑승 후 귀소해 근무한다면 PPE와 SCBA 등에 묻은 오염물질은 차량 내부, 활동복으로 옮겨가고 다시 그 활동복 오염물질은 여러분의 사무실 집기류, 침구류로 옮겨간다. 가장 치명적인 점은 여러분의 가정과 동료의 가정으로도 배달된다는 사실이다. 

 

화재진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사랑하는 가족에게 입을 맞출 때 현장의 오염물질도 함께 전달된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종종 언론에서 방화복을 입은 채로 쉬거나 음식을 먹는 장면을 보곤 한다. 귀소하고 나서도 사무실 소파에 방화복을 입은 채로 컵라면 등을 먹는 모습도 SNS에서 종종 목격되곤 한다. 심히 염려되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구급대원에 의한 Medical Check

 

화재 현장에서 구급대원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요구조자에 대한 구급활동이다. 그러나 모든 화재 현장에서 요구조자가 발생하는 건 아니다. 이런 현장에서는 동료소방관의 안전관리가 구급대원들의 중요한 업무가 된다.

 

구급대장과 구급대원은 화재진압대원이 현장에 투입되기 전이나 Hot Zone에서 이탈할 때 건강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기본 생체징후를 측정하고 특히 어지럼증이나 탈수, 기타 증상이 있는 대원을 따로 구분해 관찰해야 한다. 상황에 따라서는 보고도 해야 한다.

 

이런 과정은 Cold Zone에서 수행돼야 하지만 현장의 활동 구역이 설정되지 않으면 현장 구급대원 역시 N95 마스크와 nitril 장갑을 반드시 착용하는 등 오염물질 차단에 신경 써야 한다.

 

고열과 탈수는 소방관의 심장에 많은 무리를 준다. 현장 대원들에게 충분한 수분을 공급하고 적절한 휴식과 냉각을 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최근 일선에 보급되기 시작한 CO 측정기와 MET 헤모글로빈 측정기를 사용하는 것도 권장한다.

 

보건적 측면에서 안전한 현장을 만들기 위한 제언

 

고열과 탈수, 외부 오염물질에 노출되기 쉬운 소방관의 업무환경 특성상 보건안전관리는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이를 적절히 수행할 전문인력이 필요하나 지금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현장 보건안전관리는 화재를 진압하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다. 통계적으로 암과 희귀병, 심혈관계 질환 등에 취약한 소방관의 건강 관리를 위해서는 결코 소홀히 해선 안 된다.

 

따라서 이러한 임무 수행을 위해 1급 응급구조사 등 자격을 갖춘 전문 보건안전관리 인력을 따로 배치해야 한다.

 

이 전문 인원이 출동 전, 진압 후 대원들의 생체징후 관리와 수분 관리는 물론 현장에서 오염물질 제거와 활동 구역 선정 같은 최소한의 보건관리만 해줘도 대원들의 건강관리에 많은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다.

 

기존 직원들에겐 많은 저항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지속적인 교육과 훈련, 소방학교 차원에서 앞으로 배출되는 인원부터라도 현장에서의 보건관리에 대한 의식을 철저히 심어주고 훈련단계에서부터 이를 적용해 자연스럽게 현장에서도 수행할 수 있는 습관을 길러줘야 한다.

 

강원소방학교_ 안지원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19년 11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인터뷰]
[인터뷰] “다양한 경험ㆍ조직 이해 바탕으로 새로운 변화 물결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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