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국민 가까이에 섰던 수호자 고 정희국ㆍ이남재 소방관… “그들에겐 더 큰 관심이 필요하다”“소방관 삶 지키다 하늘로 떠난 그들을 기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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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량에서 발견된 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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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정희국 소방관의 휴대전화에는 ‘언제나 같이 죽거나 같이 살았어야 했다’는 메모가 남아 있었다. 2년 10개월간 당시 현장과 고 강기봉 소방관이 발견된 장소를 찾아다니며 잠시도 현장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그의 고통은 이 메모들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또 고 정희국 소방관이 급류에 휩쓸려 떠내려가며 죽음을 인지하고는 ‘둘째가 생각났어. 아, 둘째 앨범을 안 만들었네’라는 생각을 했다고 회상하고 있다. 사건 이후 8개월 만에 자살 기도를 하면서 적은 차량에서 발견된 메모에는 ‘둘째 앨범을 만들어 주지 못했다’며 현장에서 죽음을 인지했을 때 했던 생각을 다시 한번 떠올렸다.
내내 외상 후 스트레스에 시달렸던 그의 글에는 ‘상담사는 외상 후 스트레스 극복을 위한 치료 실패’라는 기록이 남아 있다. 고 정 소방관 역시 ‘치료를 포기하기로 했다’고도 써놨다. 또 약의 부작용으로 ‘내 안에 다른 인격을 느꼈고…’ 등의 표현을 남겨 주변인을 안타깝게 했다.
그토록 원하던 동료 곁 갈 수 있을까
고 정희국 소방관은 인사혁신처의 결정으로 위험직무순직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있다. 그가 그토록 원하던 고 강기봉 소방관 곁에 묻히는 일이다. 그가 국립현충원으로 갈 수 있을지, 국가유공자로 등록될 수 있을지는 확정되지 않았다.
![]() ▲ 고 정희국 소방관의 개인사물함 |
인사혁신처의 위험직무순직 결정과는 달리 이 두 가지 사안은 국가보훈처에서 판단하기 때문이다.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서는 국립묘지별 안장 대상자로 ‘화재 진압, 인명 구조, 재난ㆍ재해 구조, 구급 업무의 수행 또는 그 현장 상황을 가상한 실습훈련과 소방지원활동, 생활안전활동 중 순직한 소방공무원, 일정 조건의 상이등급을 받은 소방공무원으로서 사망한 사람’을 안장 대상자로 명시하고 있다.
고 정희국 소방관은 현장 활동 중 사망한 게 아니여서 법률적으로만 판단 시 국립현충원으로 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소방조직에는 분명한 선례가 있어 희망적이라는 시각이 많다. 2018년 4월 2일 구급 활동 중 취객으로부터 심한 폭언과 폭행을 당한 후 급성 뇌출혈 증세를 보이다 결국 숨을 거둔 고 강연희 소방관의 경우 사고 29일 뒤 사망했으나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영면하게 됐다.
같은 해 5월 10일 동료소방대원들과 ‘서 단위 종합전술훈련’을 받고 집에 돌아와 씻기 위해 물을 받던 중 급성 심장마비로 사망한 고 이정렬 소방관도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이들 모두 위험직무순직으로 인정받기 전 난관이 적지 않았다. 훈련이나 구급활동을 위험직무로 봐야 하는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며 위험직무순직 인정 자체가 어려울 거라는 부정적 시각도 많았다. 국립현충원 안장과 국가유공자 결정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인사혁신처는 폭넓은 시각과 유연한 해석으로 이들 모두를 위험직무순직으로 인정했고 국가보훈처도 긍정적인 해석을 내려줬다. 소방조직에선 소방관들이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안심하고 대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소방관 직무 수행에 있어 큰 힘이 될 거라며 두 정부부처의 결정을 반겼다.
고 정희국 소방관 유족은 “인사혁신처에서 위험직무순직으로 인정해 주심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곧 진행될 국가보훈처의 심의에서도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한다”며 “남겨진 아이들에게 아버지의 기억이 명예롭게 남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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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 삶 살다 암 얻은 고 이남재 소방관
다발성골수종으로 고생하던 전남 광양소방서 광양119안전센터 이남재 소방위가 5월 22일 생을 마감했다. 급속도로 병이 진행되면서 공상 신청조차 하지 못해 주변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1991년 1월 광양군ㆍ전남도 소속 기능직으로 공무원이 된 그는 1997년 1월부터 29년간 소방공무원으로 근무했다. 그간 전남 광양ㆍ순천ㆍ보성소방서에서 소방차 운전원, 화재진압 대원 등으로 활동해 왔다.
재직 초기 13년 동안 광양시 진월면 지역대에서 주로 근무한 그는 흔히 알려진 나홀로 지역대를 지켜왔다.
지원출동대가 도착할 때까지 소방차 조작과 화재진압을 혼자서 해야 하는 1인 지역대는 근무 여건이 취약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보호장구조차 챙길 겨를도 없이 현장에 출동하기 일쑤였다.
지난해 4월 직장건강검진 결과 폐 결절(CT) 소견을 받은 뒤 광양사랑병원에서 폐 CT 검사를 받고 폐렴의심으로 대학병원 검사를 권유받게 됐다. 평소 담배도 피우지 않고 가족력도 없던 그에겐 이해하기 힘든 진단 결과였다.
결국 광주전남대학병원을 찾은 그는 폐결핵 의심으로 입원검사를 진행했다. 폐 내시경 검사를 준비하던 중 혈액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발견돼 혈액 재검사를 했다. 혈액암일 수도 있다는 예비 판정을 받고 그날 바로 화순전대병원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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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9월 19일 골수검사결과 다발성골수종 확정 판정을 받아야만 했다. 숨을 거두기 직전까지 항암 등 통ㆍ입원 치료를 병행하며 힘겨운 생활을 이어왔다.
광양소방서 관계자는 “지난 29년간 소방공무원으로 근무해오면서 맞닥뜨린 유해화학물질과 외상 후 스트레스 등이 고 이남재 소방위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라 생각돼 공무원연금공단에 공상 순직을 신청할 예정이다”고 전했다.
소방청 복지계 관계자는 “순직 신청 시 필요한 의학적 지원이나 법리해석 등 입증지원프로그램을 통해아낌없이 지원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한편 고 이 소방위의 큰아들 이정현(29)씨는 2019년 4월 소방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현재 전남소방학교에서 기본 교육을 받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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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영 기자 fineyoo@fpn119.c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0년 7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