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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러스 칼럼] 외로운 공ㆍ사상 소방관들의 싸움, 더는 외면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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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플러스 | 기사입력 2020/07/20 [10:00]

[플러스 칼럼] 외로운 공ㆍ사상 소방관들의 싸움, 더는 외면해선 안 된다

119플러스 | 입력 : 2020/07/20 [10:00]

2019년 9월 혈관육종암으로 사망한 고 김범석 소방관이 법정 싸움 끝에 공무상 사망을 인정받았다. 혈관육종암으로 2014년 숨진 뒤 그의 가족들은 5년이라는 길고도 외로운 법정 싸움을 드디어 마칠 수 있었다. 2018년 고 김범석 소방관과 유사한 혈관육종암 판정을 받은 인천 강화소방서의 김영국 소방장은 공무상요양승인 심의를 앞두고 있다.

 

얼마 전에는 지난해 숨진 울산 고 정희국 소방관이 위험직무순직으로 인정받았다. 동료를 잃은 슬픔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그에게 다행히도 국가는 폭넓은 배려를 해줬다.

 

우리나라 소방공무원이 위험직무순직으로 인정받는 과정은 쉽지 않다. 왜 위험직무순직으로 인정해야 하는지를 동료 또는 유족이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상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물론 사고를 당하거나 사망한 장소가 현장이면 공상 혹은 순직으로 인정받는 데 무리가 없다. 그러나 암이나 희귀질병 등은 당사자 혹은 유족이 현장 활동으로 인해 병이 발병했다는 걸 밝혀내야만 한다. 

 

화재진압대원으로 수년간 근무한 경우에는 공상이나 순직 인정이 순탄한 편이다. 하지만 구조ㆍ구급대원이라면 커다란 난관에 봉착한다. 구조ㆍ구급대원, 화재조사관, 운전원 등 모든 소방관은 화재현장에 출동한다. 불구덩이 속으로 직접 들어가는 일이 없더라도 호흡기나 피부를 통해 흡수되는 유해물질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소방조직 내에서는 의학ㆍ법리적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발병 원인과 현장의 인과관계를 밝히는 역학조사보고서를 작성하는 등 그들의 공ㆍ사상 입증을 지원한다. 대한변호사협회의 법률 지원도 이뤄지고 있다. 

 

소방의 총괄 연구기관인 ‘국립소방연구원’은 공상 입증 연구를 진행하고 있지만 이곳에서 실질적으로 관련 연구를 수행하는 인원은 고작 5명에 불과하다. 전국 곳곳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사례에 대응하는 건 무리가 따른다. 

 

시ㆍ도 본부나 개인 차원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연구와 중요 정보들은 곳곳에 흩어져 있다. 진행되는 연구마저 화재진압대원으로만 특정하고 있어 다양한 직렬에 대한 보건ㆍ안전을 위한 연구가 더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런 현실은 소방이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는 사실을 나타낸다. 

 

그나마 오는 2023년 운영을 목표로 한 ‘소방복합치유센터’ 설립은 소방공무원의 공상 입증에도 힘을 실어줄 것이란 기대를 받는다. ‘소방공무원 보건안전 관리시스템’을 통해 임용부터 퇴직까지 공직 생애 기간 유해인자 노출과 건강 이력을 관리ㆍ연구하는 역할을 맡기 때문이다. 

 

훗날 센터가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라도 빠르면 3년 뒤, 늦으면 4년 뒤가 될지 모를 일이다. 이것만 믿고 있을 순 없다. 그 공백 동안 또 다른 공ㆍ사상자들은 본인의 병을 입증하기 위한 외로운 싸움을 해야 한다. 

 

근본적인 해법이 필요하다. 20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된 ‘위험직무 종사 공무원에 대한 공상추정법’이 대안으로 꼽힌다. 2017년 5월 당시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이 대표 발의했던 이 법안에는 화재 등 재난재해 현장에서 일정 기간 업무에 종사한 공무원에게 중증ㆍ희귀질병이 발생한 경우 이를 공무상 질병으로 추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대 의학조차 풀지 못하는 희귀병까지도 그 발병 원인을 소방관과 가족들에게 입증하라는 건 아픈 것도 서러운 공ㆍ사상자들에게 치료비에 더해 법정 투쟁까지 감수하라는 말과 같다. 21대 국회의 상임위 구성이 완료됐다. 누가 이 놓쳐버린 숙제를 푸는 데 앞장서 줄까. 소방조직 내에서도 법률의 부활을 위한 노력을 다시금 이어가야 한다.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0년 7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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