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119] “신속한 재난 현장 대응은 소방지휘에서 시작됩니다”강신광 경기소방재난본부 소방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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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진압이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선 지휘체계가 필요합니다.
지휘체계는 모든 대원을 한 몸처럼 움직이게 해 효율적인 대응이 가능해지게 하죠.
우리나라의 소방대응이 더욱 체계적으로 이뤄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소방지휘시스템’이란 책을 번역하게 됐습니다”
‘소방지휘시스템(Fire Command)’의 역자 강신광 소방정은 1996년 제9기 소방간부후보생으로 입문해 안양소방서 현장대응단장, 가평ㆍ부천소방서장 등을 역임했다.
강 소방정이 번역한 소방지휘시스템은 미국 소방기관들이 지휘시스템 표준으로 사용하는 책이다. 저자는 ‘소방지휘시스템 선구자’라 불리는 앨런 브르나씨니(Alan Brunacini) 전 미국 피닉스소방서장이다.
그는 기존 전술 중심의 사고 대응에 전략과 관리 개념을 도입한 뒤 이를 개선하며 소방지휘시스템을 완성했다.
이 책에는 ‘지휘관과 대원 간의 의사소통ㆍ통제를 위한 지휘체계를 어떻게 시작하고 유지하는지’, 그리고 지휘체계를 통해 ‘신속하고 정확하게 상황을 평가하고 작전을 어떻게 수립해 어떤 방식으로 수행할 것인지’ 등을 다루고 있다.
일선 현장에서 지휘관으로 활동한 강 소방정에게는 늘 지휘시스템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이 갈증은 결국 그가 책을 번역하기로 마음먹게 된 시발점이 됐다.
“늘 지휘시스템에 대한 갈증이 있었어요.
1990년대엔 소방 내부에서 지휘에 대해 냉소적인 시각이 많았죠.
현장 대응도 빠듯한데 전략과 계획을 세우면
신속한 대처에 방해가 된다고 여겼어요”
그는 소방지휘에 관한 많은 교육에 참여했다. 하지만 그 교육들이 그에겐 명쾌한 답을 주진 못했다.
“지휘 관련 교육에서 미국 재난관리시스템 일부 내용만을 전달해 오히려 더 헷갈릴 때가 많았어요. 때론 단편적인 경험을 일반화시켜 주장하는 경우도 다반사였습니다. 이런 교육을 지켜보면서 지휘에 대한 기본서가 필요하다는 걸 절감했습니다”
급박한 사고 현장에서 지휘가 실질적으로 작동하려면 지휘관은 물론 조직 전체가 지휘체계를 익혀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래서 소방지휘체계 정착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건 ‘조직 습관화’라고 강조한다.
“축구 경기를 잘하는 프로팀은 미리 전술을 개발하고 훈련하고 이를 실전에 적용합니다. 이런 전술을 통해 상대 팀을 격파하죠. 하지만 우리 SOP(표준작전절차)는 서류로만 존재하고 실질적이지 못합니다. 사전에 SOP를 만들어 이를 훈련하고 현장에 적용해야 합니다. 그리고 부족한 부분은 보완해 나가야 합니다. 이러한 끊임없는 과정을 통해 지휘체계가 조직에 내재화됐을 때 긴박한 사고 현장에서 물 흐르듯 작동할 수 있는 겁니다”
강 소방정은 부천소방서장으로 활동할 당시 소방지휘시스템에 기초한 지휘체계를 소방서에 적용하기도 했다. 해당 소방서 지휘시스템은 출동대 역할과 소방대 활동수칙을 뼈대로 삼았다. 이를 통해 상황별로 사진이나 지도를 보며 선착대ㆍ후착대ㆍ지휘팀장이 무전으로 지시ㆍ보고하는 가상화재 무전훈련을 진행했다.
“부천소방서의 경우 반복적인 훈련으로 각자 맡은 역할을 익히고 체계화했습니다. 실제 재난 현장에서 대원들은 무전으로 효율적인 지휘를 펼쳤죠. 전 직원이 지휘체계 안에서 효과적인 대응을 이뤄냈다고 생각합니다”
강 소방정은 소방청과 전국 시ㆍ도 소방본부, 각 소방서가 SOP를 개발하는 날을 기대하고 있다. 상황ㆍ지역별로 SOP를 갖춘다면 민첩한 현장 대응과 치밀한 전략ㆍ전술 등 지휘시스템을 수행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고위 지휘관부터 지휘 관련 지식과 기술, 태도 등 요소를 이해하고 소방서 차원에서 장기목표와 치밀한 계획을 세운 다음 조직 전체가 습관화될 때까지 반복하는 게 중요합니다. 이를 하나씩 이뤄내면 긴박한 재난 현장에서도 지휘시스템이 가동될 수 있죠”
수년간 지휘체계에 대한 고민과 노력으로 책까지 번역한 강신광 소방정. 그는 체계화된 소방지휘시스템을 갖춰 더욱 안전한 대한민국이 되길 꿈꾸고 있다.
“지휘는 결국 조직을 한 몸으로 연결하는 매개체입니다. 하지만 전 대원이 지휘체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겠죠. 다소 시간이 걸려도 천천히 적용한다면 더욱 신속한 화재진압과 인명구조ㆍ구급 등 재난 대응이 가능해지지 않을까요?”
최누리 기자 nuri@fpn119.c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0년 9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