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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소방시설공사 관련 입법 예고에 즈음하여

이상용 전 한국소방기술인협회장 | 기사입력 2021/03/11 [10:53]

[발언대] 소방시설공사 관련 입법 예고에 즈음하여

이상용 전 한국소방기술인협회장 | 입력 : 2021/03/11 [10:53]

▲ 이상용 전 한국소방기술인협회장 

소방시설공사업법과 시행령, 시행규칙 일부개정안이 한꺼번에 고시됐는데 담당자의 수고가 얼마나 컸을지 짐작이 가는 분량이다. 

 

이번 개정에 주목할 부분은 공사관계자의 물품 강요를 방지하기 위해 부정한 청탁에 의한 재물 등의 취득 및 제공금지 조항이 신설되고 비상방송 등과 같이 소방시설과 타 업종이 겹치는 대상도 착공 신고 대상에 포함해 부실 공사에 대한 처벌을 가능하도록 한 점이다. 또 기술사회의 먹거리 확대주장에 따라 소방기술사 감리배치기준을 현행 40층에서 30층으로 확대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부정한 청탁 금지 조항 신설보단 등록 결격사유로 제한해야”

우선 신설되는 제8조2의 부정한 청탁에 의한 재물 등의 취득 및 제공금지 조항은 이미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고 있기 때문에 중복되는 내용을 추가로 규정할 이유가 없다. 

 

최근 소방설계ㆍ감리업자가 내진설계 제품을 강제로 판매하면서 국회 입법까지 추진된 사례가 있으나 이는 개개인의 문제로 적용할 게 아니라 시설업과 소방용품 등의 판매를 겸업하는 문제로 제5조에서 등록의 결격사유로 제한하는 게 타당하다. 

 

제8조2의 신설은 유용한 소방시설이 설치되도록 지도하는 공사 관계자의 정당한 업무조차 위축시킬 수 있다.

 

일정 규모 이상의 공사 현장에서는 화재수신기를 선정할 때 제조 3사 이내에서 선정되도록 하고 이보다 적은 규모의 현장은 제조 6사 이내에서 선정하도록 요구하는 게 공사관계자들의 통상적인 관행이다. 

 

이는 대형건축물에서 화재수신기의 오동작과 고장이 자주 발생한다면 실제 화재 상황의 경보를 양치기 소년의 오보로 인식하게 해 피난을 지연시킬 수 있고 잦은 고장은 실제 화재를 경보하지 못해 거주자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일 거다. 

 

소방용품은 제조사에 따라 품질 차이가 분명하지만 시공자는 수익을 확대하기 위해 어떻게든 최저가 제품으로 시공하려 한다. 이렇듯 모든 대상물이 저가 제품으로 시공된다면 ‘소방시설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제40조, 제40조의2의 우수품질인증 소방용품에 대한 인증과 지원 조항은 사실상 의미가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감사원 감사에서 스프링클러헤드의 실화재시험을 형식승인에 도입하도록 했다. 그런데 업체들의 반발로 소방청은 지금까지 열반응 시험조차 도입하지 않고 있다. 이는 에러가 있을 수 있는 시험기준을 방임하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비상방송 등 타 업종과 중첩되는 공사의 착공 신고로 책임강화 돼”

소방시설에도 포함되지만 타 업종의 공사에 중첩되는 비상방송과 비상조명등 등은 소방보다 타 업종의 공사내역이 크기 때문에 통신과 전기공종 등으로 분류돼 착공 신고 대상에서 제외되고 부실공사에 대한 처벌대상도 해당 공종인 통신감리나 전기감리가 아니라 공사에 관여하지 못한 소방감리가 처벌대상이 돼왔다. 이제나마 착공 신고 대상으로 분류 된다면 타 업종에서 공사를 수행하더라도 책임성이 강화돼 보다 유용한 소방시설로 시공될 거고 소방감리 또한 관심을 더 갖게 될 거다. 

 

그러나 아쉬운 건 비상방송과 비상조명등 등의 공사내역이 타 업종에 포함돼 감리용역비는 공사비에 따라 감리를 배치하는 타 업종에 포함된다는 점이다. 특히 소방감리는 용역대가도 받지 못하면서 법적 책임을 지고 타 공종의 감리들과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소방기술사 감리배치 대상 확대는 시대의 흐름을 거꾸로 반영한 것”

‘소방시설공사업법’ 시행령 별표4의 개정예고안은 기술사의 먹거리를 확대하겠다는 소방기술사회의 주장이 그대로 반영돼 소방기술사의 배치기준을 40층에서 30층으로 낮추는 내용으로 입법 예고 됐다. 

 

현재 소방공사감리는 타 분야와 달리 소방공사 관련 경력이 없어도 소방기술사 자격을 취득하면 곧바로 난이도가 최고인 현장에 배치될 수 있다. 이로 인해 소방기술사가 소방시설 자체를 모르거나 공사를 이해하지 못하면서 커다란 모순을 드러내 왔다. 

 

이런 현실을 외면하고 성능설계라는 명분으로 기술사의 감리 배치대상을 확대하는 건 지금의 모순을 바로잡는 게 아니라 오히려 인정기술자격 시대의 흐름을 거꾸로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개정은 소방청 심의위원이나 자문위원으로 참여하는 소방기술사의 활동 속에 편향되고 왜곡된 정보를 제공한 것에 기인한 게 아닌지 의구심이 생긴다.

 

건설 분야는 ‘건설진흥법’ 시행령 제4조 및 별표 1의 2호에서 경력 40, 학력 20, 자격 40점을 종합평가한 건설기술인 역량지수(점수)로 감리원의 등급을 구분한다. 또 행정처분 등에 대한 감점으로 등급을 감하거나 수행한 업무의 책임 정도 등에 따라 가감계수를 둬 보정할 수 있도록 세부기준을 정하고 있다. 

 

감리원으로 진입하기 위해선 특급의 경우 최초교육 105시간과 승급 교육 70시간, 계속 교육 70시간을 이수해야 건설사업관리(감리)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기본 조건이 마련된다.

 

이렇듯 건설 분야는 기술인 역량지수를 통해 등급을 구분해 기술자의 업무영역을 정하고 있다. 하지만 소방 분야는 실무교육과 실무경력을 배제한 자격증만의 업무영역 한계를 두고 있어 최초 교육과 계속 교육, 승급 교육을 통해 전문성과 수준을 향상하고 있는 것과 대별된다 할 수 있다. 

 

이는 소방공무원이 간부 출신이 아닌 소방사로 임용되면 석ㆍ박사 학위를 받거나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아도 소방위 이상의 계급으로 승진할 수 없도록 금지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소방시설공사업법’ 시행령에서 소방시설업의 보유인력기준에 소방기술사를 보유하도록 규정한 목적은 설계의 경우 유효한 설계도서 작성에 있을 거다. 감리의 경우는 공사 현장의 부실 공사를 방지하기 위한 현장 관리와 기술지도에 있다.

 

그런데 설계업에 고용된 기술사가 어느 프로젝트의 설계도서가 작성되는지 알지 못하고 감리업에 고용된 기술사는 감리현장 조차 알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는 게 현실이다.    

 

소방시설업의 주인력으로 등재된 분들이 어떠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부터 살펴보고 진정 소방안전을 생각한다면 감리대상의 확대에 앞서 무엇을 개선해야 할 건지 깊이 고민해 봐야 한다. 

 

이상용 전 한국소방기술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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