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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칼럼] 재난관리와 소방의 역할

소방관 보건안전과 복지가 미래다 <17>

이건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 기사입력 2021/04/19 [09:40]

[이건 칼럼] 재난관리와 소방의 역할

소방관 보건안전과 복지가 미래다 <17>

이건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 입력 : 2021/04/19 [09:40]

▲ 이건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소방방재신문

대한민국의 아픈 손가락 세월호 참사. 올해 일곱 번째 추모식을 기리며 정부는 여전히 성역 없는 진상규명을 약속하고 있지만 아직도 그 실체를 특정하지 못하고 있는 건 어쩌면 대한민국 그 자체가 실체라서인 건 아닐까.


발전만을 거듭하던 대한민국이 세월호라는 재난 앞에서 한없이 침몰할 수밖에 없었던 건 과연 국가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지를 우리에게 다시 한번 일깨워준 계기가 됐다.


크게는 국가별로, 작게는 지방자치단체마다 다르게 형성된 정치적 상황이나 지리적 여건, 도시 인프라, 안전 관련 법률, 소방 인력ㆍ장비ㆍ예산, 그리고 시민의 안전의식 수준, 교육의 정도는 재난관리의 목표와 방향을 설정하는 핵심요소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급변하는 지구촌의 기후변화와 도시화ㆍ세계화로 인해 발생하는 현재의 재난은 그 양상이 매우 복잡하고 규모가 크며 그 피해 또한 막대한 상황이다. 결국 재난대응의 성패는 소방의 역량과 역할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현장에서는 결과만을 중시하고 그 과정에서의 기본과 원칙이 여전히 타협 받고 있으며 세대 간 안전 불감증 또한 전파되고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그동안 발생했던 재난의 원인과 문제점들을 살펴보면 지나친 이윤추구와 불공정 행위, 위험의 외주화, 사람이 중심이 되지 않은 매뉴얼, 재난으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하고 오로지 정치와 경제 논리만을 앞세워 보상에만 초점을 맞춘 점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한편 시민 개개인의 안전권리는 무엇이고 의무는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성숙한 안전문화가 정착되지 못했다는 점과 재난 관련 분야에서의 업무 연속성이나 전문성 부족도 일정 부분 문제가 됐다는 걸 우리는 이미 여러 재난을 통해서 목도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런 원인과 문제점은 역설적으로 소방이 어떻게 미래비전을 설계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지표가 된다고 말할 수 있다.


소방조직은 그동안 여러 모습을 거쳐서 오늘날의 모습에 이르게 됐다. 1975년 내무부 소방국을 기점으로 행정자치부 소방국을 거쳐 2004년 소방방재청이 만들어졌고 2014년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해경ㆍ민방위와 함께 국민안전처에 소속되게 된다.


2017년 정부조직법 개정에 따라 드디어 모든 소방관이 그토록 염원하던 독립된 기관으로서 소방청이 개청하면서 1975년 내무부 산하에 소방국이 생긴 지 42년 만에 대한민국 육상재난을 총괄하는 핵심기관으로 자리매김하게 되는 역사적인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게다가 지난해 소방관의 신분이 국가직으로 전환되면서 대형재난에 있어 국가 단위의 소방력 운용이 가능하게 된 것도 대한민국 안전시스템을 더 견고하게 만들었다. 예를 들면 강원도 산불이나 코로나 19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전국적 규모의 소방력과 장비가 출동하면서 재난에 효과적으로 대응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들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현장에서는 소방의 역량과 역할을 저해하는 요소들이 적지 않다. 우선 재난 관련 법률이 다원화돼 있어 전체적으로 통일성과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이로 인해 사고대응 초기과정에서 혼선이 발생할 수도 있다.


재난관리에 있어선 무엇보다도 국가의 역할이 중요하다. 소방을 중심으로 각 기관의 소통과 민간 참여를 통해서 평상시 대비태세를 점검하고 재난 발생 시 협업을 통해 그 피해를 최소화하는 게 재난관리 선진국들의 추세다.


한편 소방서비스에 대한 일부 시민의 잘못된 인식이나 소방서비스의 오ㆍ남용도 소방의 역할을 가로막는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예를 들면 소화전 옆 불법 주차나 출동한 구급대원에 대한 폭언과 폭행, 아파트 단지에서 우는 새를 쫓아달라고 119에 전화하는 무분별함, 그리고 구급차는 공짜가 아니냐며 막무가내로 요청하는 무책임함까지 다양하다.


또 소방서를 새로 건립하는 건 좋지만 소방서가 들어서면 시끄럽고 집값이 내려가므로 우리 지역에서는 절대 안 된다고 하는 지역 이기주의까지 등장하고 있다.


소방서비스는 공공재로서 반드시 필요한 상황에서만 요청돼야 한다. 만약 불필요한 상황에서 소방관을 요청하게 되면 그로 인해 재난대응의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누군가의 소중한 생명과 재산이 피해를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소방서비스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나 오ㆍ남용은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


2019년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재난연감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사회재난 사고의 Top 3은 교통사고와 화재, 등산으로 집계됐다. 자연재난의 경우 태풍, 호우, 그리고 대설이 사고 피해액 부문에서 Top 3을 차지했다.


주지하다시피 대한민국은 큰 면적을 가지고 있는 나라가 아녀서 자연재난이 발생하면 건물 붕괴, 도로교통 마비, 인명피해와 같은 또 다른 재난으로 연결되는 특성이 있다.


보통 재난관리는 ‘대비(Preparedness)’와 ‘대응(Response)’, ‘복구(Recovery)’, ‘경감(Mitigation)’이라는 네 가지 단계로 이뤄져 있다.


대비 단계에서 소방의 역할은 시민은 물론이고 소방대원에 대한 교육과 훈련을 통해 재난에 대비하고 관계기관과의 합동훈련이나 방화순찰 등을 통해서 지역사회의 안전을 점검하고 대응역량을 평가하게 된다.
대응 단계에서는 인명을 우선으로 구조하고 재산을 보호하며 사고현장을 안정화한다는 현장 활동 우선순위에 따라서 대응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소방대원의 보건과 안전이 최우선으로 고려돼야 한다.


소방대원은 단순히 힘센 사람이 아니라 의사와 마찬가지로 사람을 살리는 전문가이므로 다른 사람으로 쉽게 대체될 수 없는 소방서비스의 핵심요소이기 때문에 소방대원의 부상과 순직을 예방하는 현장 활동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복구 단계에서는 관계기관이나 자원봉사자들의 참여를 통해서 복구를 진행하며 효율적인 작업을 통해서 큰 틀에서 국가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경감 단계에서는 향후 재난이 발생하는 걸 사전에 예방하거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하는 단계로써 노후 시설물에 대한 점검이나 보강작업, 장기대책 마련, 보험 가입을 요청하는 등의 활동들이 있을 수 있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재난관리 단계에서 소방의 역할은 단순히 대응 분야에만 국한돼 있지 않으며 대비에서 경감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분포돼 있다. 소방이 그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국민의 협조가 필수라고 말할 수 있다.


현재 소방은 다양한 분야에서 현장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역할들을 고민하고 있다. 재난정책의 업무 연속성을 위해 소방청장의 임기를 2년으로 보장하자는 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는가 하면 소방관 충원을 통해 소방서비스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려는 노력도 진행 중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소방관을 가리켜 “국가가 국민에게 내미는 손”이라며 소방의 역할을 강조한 바 있다. 그만큼 국민의 삶 속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 소방관이며 국민이 위험에 처해 있을 때도 재난의 최일선에서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시키는 사람들이 바로 소방관이기 때문이다.


결국 2017년 소방청 개청과 2020년 소방관 신분의 국가직 전환은 더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 달라는 국민의 염원이 만들어낸 성과일 것이다.


보통 재난을 전쟁에 비유하기도 한다. 모든 국민이 재난으로부터 안심하고 살 수 있도록 소방관 한 사람 한 사람이 바로 국가라는 사명감과 자부심을 품어야 하고 전문가 정신을 갖고 업무에 임한다면 재난관리에 있어 소방은 그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거다. 이를 통해서 명예와 자부심, 사랑, 존경과 같은 소방의 가치도 완성될 수 있다고 믿는다.

 

이건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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