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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119] “재난 현장에서 마주하는 삶의 소중함… 독자분들께도 전달됐으면”

김강윤 부산 특수구조단 수상구조대 소방위

최누리 기자 | 기사입력 2021/04/20 [09:20]

[Hot!119] “재난 현장에서 마주하는 삶의 소중함… 독자분들께도 전달됐으면”

김강윤 부산 특수구조단 수상구조대 소방위

최누리 기자 | 입력 : 2021/04/20 [09:20]

“사람이 다치고 목숨을 잃는 사고 현장을 출동할 때면

지금 숨 쉬는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됩니다.

죽음은 한순간에 찾아오기 때문이죠.

‘레스큐’를 읽는 독자들도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삶의 소중함을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생사를 오가는 재난 현장에 제일 먼저 달려가는 소방관. 한 명이라도 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는 이들은 매번 삶의 경계선에서 죽음과 맞선다. 우리가 떠올리는 소방관의 모습은 여기서 끝일까? 최근 소방관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책이 나와 주목받고 있다.

 

부산소방재난본부 특수구조단 수상구조대 소속인 김강윤 소방위가 펴낸 ‘레스큐’. 그가 해군 특수전전단

(UDT/SEAL) 부사관 제대부터 소방관으로 활동하면서 겪은 일화를 엮어낸 책이다.

 

생명을 살리기 위해 온갖 두려움을 이겨내고 인명을 구조한 한소방관의 인생이 담긴 자전적 에세이인 셈이다.

 

이 책은 ▲소방관이 되다 ▲잊히지 않은 기억 ▲절규는 어디에서 시작되는가▲내 가족, 나의 동료 ▲당신의 마지막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등 소방관으로 활동해 온 그의 일대기가 담겼다.

 

김강윤 소방위는 부산진소방서와 부산소방학교, 기장소방서, 특수구조단 등에서 구조대원으로 활동한 14년차 베테랑 소방관이다. 평소에도 책 읽기를 좋아한 그가 처음 펜을 든 계기는 “지인이 운영하는 인터넷 언론사에 소방 관련 얘기를 써달라”는 고향 친구의 부탁 때문이었다.

 

“그 글이 생각보다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나중에 개인 블로그에 기고문을 소개했는데 그때 활동하는 온라인 독서 모임에서 ‘책을 내면 좋겠다’고 할 만큼 반응이 좋았습니다. 그때부터 책을 써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던 것 같아요”

 

‘레스큐’ 속에는 지금껏 활동해오며 보고, 듣고, 느낀 많은 기억이 담겼다. 그중 가장 아픈 기억의 기록은 아침에 웃으며 근무 교대한 선임이 오후에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 일이다.

 

“막상 현실로 맞닥뜨리니 실감 나지 않았어요. 어린 마음에 그 선배의 죽음을 알아주지 않는 세상이 얄미웠죠. 타인을 구하기 위해 목숨까지 걸었던 구조대원이니 많은 사람이 슬퍼해 주길 바랐지만 소방관이기에 그저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후 순직소방관 등을 볼 때면 항상 그 선배의 장례식이 떠오르곤 하죠”

 

2014년 혈관육종암에 걸려 사망한 고 김범석 소방관의 죽음이 5년 만인 2019년 공무상 사망으로 인정받았다. 김 소방위에게 고 김범석 소방관은 굉장히 특별한 존재다.

 

‘레스큐’에도 ‘내가 있는 위치나 나의 경력 그리고 생각까지도 범석이의 영향을 받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로 나는 범석이를 좋아했다. 한참 어린 동생이었지만 그를 존경했다. 가끔 소방서 생활이 힘들 때면 술 취해 전화해 현실을 한탄하며 범석이에게 위로 받았다’고 적혀 있을 정도다.

 

“범석이가 떠나고 난 후 가족들의 노력과 뜻있는 분들의 도움 덕에 공무상 순직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비록 떠나고 없지만 범석이의 명예가 조금은 지켜진 듯해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아무것도 도움 되지 못해 늘 죄스러웠는데 제 글을 통해 범석이가 많은 사람의 기억 속에 오래 남았으면 합니다. 동료들과 술을 마실 때면 늘 범석이 술잔을 한잔 더 따라 놓는데 어디선가 녀석이 이 모습을 보고 우리가 잊지 않고 있음을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재난 현장은 불길이 솟구치고 갑작스러운 사고가 발생하는 등 늘 위험이 뒤따른다. 소방관은 이런 악조건에서도 인명구조를 위해 현장에 뛰어든다. 소방관이 두려움을 이겨내고 현장으로 나아가는 원동력은 어디서 나올까. 김 소방위는 자부심과 동료애, 행위의 가치가 두려움을 이겨내는 원동력이라고 말한다.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도 현장에 들어가면 ‘이 일은 나만 할 수 있다’는 자부심이 생기더라고요. 또 동료와 함께라면 뭐든지 해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막내 때는 저를 지탱해주는 선배들이, 지금은 뒤에서 서로를 지켜주는 후배들이 있어 든든합니다.

 

무엇보다 ‘생명을 구하는 행위를 내가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몸이 저절로 움직입니다”

 

 

김 소방위가 책을 집필한 가장 큰 이유는 책을 읽는 독자들이 자신을 돌아보고 삶의 소중함을 간직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스스로 삶에 감사했으면 좋겠어요. 우리는 보통 먹고살기 힘들다고 말해요. 뉴스만 봐도 갑갑한 내용뿐이죠. 하지만 사람이 죽고 다치는 현장과 마주하면 살아있는 이 순간이 얼마나 행복한지 생각하게 됩니다. 그런 이유로 책 뒷부분에는 ‘숨 쉬는 지금 이 순간에 대해 감사한다면 우리 인생은 더 멋질 겁니다’고 적기도 했어요”

 

김 소방위는 집필하는 내내 이 책을 읽어 내려가는 독자들이 기존에 가진 소방관에 대한 인식을 변화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많은 응원과 격려를 보내주시지만 때론 측은한 눈빛으로 바라보실 때가 있어요. 보통 국민이 생각하는 소방관의 모습은 그을린 방화복을 입은 채 컵라면을 먹는 장면이거든요. 앞으로는 옆에만 있어도 든든하고 언제나 자랑스러운 존재로 인식되고 싶어요. 화재진압뿐 아니라 구조와 구급 등 국민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소방관으로 기억되길 소망합니다”

 

이젠 자신을 넘어 동료들의 진솔한 얘기를 글로 알리고 싶다는 김 소방위. 삶과 죽음의 현장을 경험한 동료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게 그의 목표다.

 

“동료들이 겪은 현장 경험과 죽음의 순간, 순직 동료, 가족 등 그간 속으로만 담아뒀던 얘기를 제가 대신 글로 전달하고 싶어요. 다시 과거를 되짚고 아픈 기억을 얘기한다는 건 힘들 수 있어요. 하지만 기회가 된다면 세상 사람들에게 영웅적 모습이 아니라도 늘 우리 곁에서 가족 또는 친구와 같은 소방관의 실제 모습을 따뜻하게 담아내고 싶습니다”

 

 

최누리 기자 nuri@fpn119.c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1년 4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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