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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직관적으로 적용하는 적정 유효수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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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소방서 박지수 | 기사입력 2021/05/20 [10:00]

현장에서 직관적으로 적용하는 적정 유효수량

서울 용산소방서 박지수 | 입력 : 2021/05/20 [10:00]

‘적정 유효수량’이란 현장진압대원의 신체적인 과부하를 최소화하는 동시에 건물의 수손 피해와 연소작용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이상적인 물의 양을 말한다.

 

이번 연재에서는 적정 유효수량을 판단하는 연구를 선행한 영국 켄트지역 소방본부의 연구내용 일부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 글을 통해 초기 화세 진압을 결정짓는 추가 지원대 요청과 소방력 배치ㆍ조정을 판단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한다.

 

화재피해 줄이는 이상적인 유량

영국 켄트지역 소방본부는 켄트와 맨체스터 지방의 실제 화재 5천여 건을 데이터화해 3년간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건물의 화재피해를 줄일 수 있었던 이상적인 물의 양을 수치화할 수 있었다.

 

몇몇 사례에선 물양이 좀 많다 싶기도 했는데 3년이라는 연구 기간 중 현장에서 사용하는 장비가 19㎜ 호스릴에서 22㎜ 호스릴로 바뀌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19㎜ 호스릴에서 22㎜ 호스릴로 교체하면서 평균적으로 100ℓ/min 유량 차이가 난다).

 

일련의 연구를 진행하면서 근래 화재의 경향이라고 볼 수 있는 초기 단계의 높은 화재하중1)과 화재 강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또 이를 소화할 적절한 유효수량을 수치화할 수 있었다. 

 

▲ [그림 1] 초기진압 시 필요한 적정 유량(출처 Euro Firefighter2, 6,701 Building Fires, Paul Gri㎿ood PhD, FIFireE)

 

[그림 1]에서 보이는 유량은 추가 환기로 인한 성상 변화가 없는 초기 화재진압에 사용되는 수치다. [그림 1] 가장 왼쪽의 UHP(Ultra High Pressure) FOG는 초고압 미분무를 만들어 화재실 내부공간 전체를 질식, 냉각하는 방식이다. 가장 물이 적게 사용되지만 화점을 공격적으로 직접 소화할 수 없다.

 

[그림 1]을 오른쪽으로 따라가면 공간별 구분에 따른 열 방출율과 그에 따른 적정 유량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첫 번째 불꽃은 방 하나의 공간, 두 번째는 방 하나를 넘어 한 세대 전체가 화재의 영향을 받을 때, 세 번째는 개방형 사무실이나 창고시설, 네 번째와 다섯 번째는 갑작스러운 구조적 붕괴가 일어날 정도의 규모 또는 방어전략을 택해야 하는 상황이다. 

 

데이터를 종합해본 결과 선착대를 비롯한 초기 단계 진압 작전에서의 유량은 200ℓ/min에서부터 750ℓ/min 정도까지가 적당했다. 드물긴 했지만 선착대 도착 후 대형화재에서는 수분 이내에 1천~2천 정도의 유량이 필요하기도 했다.

 

적정 유효수량으로 판단되는 기준은 진압 중 화재의 영향을 받지 않은 부분에 불필요한 수손 피해가 없으면서 동시에 추가적인 열이나 연기에 의한 피해도 없어야 했다.

 

유량은 주거유형이나 격실의 크기에 따라 달라져야 하지만 화재장소 1㎡당 5ℓ의 공식을 적용하면 간편하게 대략적인 유량을 가늠할 수 있었다.

 

▲ [표 1] 현장에서 쓰이는 장비별 실제 유량2)

 

연구 결과 1㎡당 5를 곱하는 간단한 유량공식은 100~600㎡ 크기의 화재 현장까지 적용할 수 있었다. 이보다 더 큰 공간에서는 열 방출율 증가와 더불어 다른 변수들의 개입으로 간단한 공식적용에 무리가 있었다.

 

공식을 적용해보면 100㎡의 공간에 불이 났다고 가정했을 때 최소 500ℓ/min의 물이 필요하다. 이를 한국 실정에 맞게 적용하면 주택법에서 정한 국민주택 기준인 85㎡ 이하의 대다수 주택은 400ℓ/min 내외의 유량으로 초기대응이 가능함을 유추할 수 있다.

 

추가로 현장 경험 데이터를 종합했을 때 75㎡ 정도의 공간에서 발생한 화재를 관창 하나 배치로 대응할 수 있다는 실증적인 결과가 도출됐다. 같은 원리로 300㎡ 정도 공간에서의 화재도 관창 네 개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간편 유량공식이 600㎡ 면적이라는 한계가 있는 듯 보이지만 실제 일상에서 접하는 특정소방대상물 상당수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화재예방, 소방시설설치ㆍ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소방시설법)의 특정소방대상물 중 면적 기준이 500㎡ 미만인 근린생활시설만 포함하더라도 대부분 근린생활시설이 포함된다.

 

85㎡ 이하 국민주택과 500㎡ 내외의 근린생활시설, 다중이용업소만 하더라도 현장에서 상당히 폭넓게 적용할 수 있을 거다.

 

적정 유효수량을 가늠할 수 있는 ‘열 방출율’

▲ [표 2] 일반적인 열 방출율

열 방출율 측면으로 접근해도 적정 유효수량을 가늠하는 데 도움이 된다. 1㎿의 열 방출율에 25ℓ/min 정도의 유량이 필요하고 4㎿에는 최소 100ℓ/min으로 진압 작전을 펼칠 수 있다.

 

[표 2]를 보면 CFBT 훈련 컨테이너에서의 열 방출율은 실제 화재보다 낮은 열 방출율을 보인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따라서 실제 화재현장에서는 훈련보다 훨씬 많은 양의 물이 필요함을 염두에 두고 작업에 임해야 한다.

 

또 최근 영국에서 유행하는 리모델링된 상가건축물 화재 상황을 가정해보면 1㎡당 5를 곱하는 간편 공식을 좀 더 응용해 볼 수 있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의 여러 국가는 오래된 건물을 리모델링할 때 1층에는 전면 유리를 사용하는 동시에 빈공간을 의도적으로 배치해 개방감을 주고 건물 1층과 2층 출입구 먼 쪽으로 많은 양의 물건을 적치하는 추세다.

 

이런 경우 유량을 계산할 때 1㎡당 5를 곱하는 것에서 좀 더 보수적으로 잡고 더 많은 양으로 진압작업을 해야 한다. 

 

만약 이 공간에 화재가 발생하면 대형 전면 유리창이 있는 1층은 거대한 환기구로 변하고 1층과 2층의 진입구에서 멀리 떨어진 적치물은 훌륭한 가연물이 돼 화재진압을 어렵게 할 것이다. 물은 화점부근 까지 도달하기 힘들어 많은 유량이 필요한 상황에 놓이게 되는 건 불보듯 뻔하다.

 

또 오래된 건축물을 리모델링하면 그 특성상 새로 만들어진 샤프트나 설비 등이 추가된 숨은 공간으로 화세가 빨리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이 사례는 단순히 5를 곱하는 간편 유량공식에서 한발 나아가 건물의 디자인과 배치 등을 고려해 진압할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

 

영국의 건축물 리모델링을 예시로 들었지만 최근 경향을 보면 한국에서도 충분히 참고할 만하다. 적정 유량을 건물화재에 적용한다는 건 그 화재가 가진 강도와 열에너지, 일의 양을 극복하는 걸 의미한다.

 

만약 방출되는 에너지보다 유량이 못 미치면 화재는 연료가 소진될 때까지 계속 확산된다. 이는 곧 열 방출율에 적정 유효수량이 미치지 못하면 건물피해는 커지고 인접한 곳으로 연소가 확대되면서 추가인력과 자원이 필요하게 된다는 걸 뜻한다.

 

화재하중과 환기 상태가 화재 강도(열 방출율)에 어떤 영향을 줄지 생각해보는 것도 유용하다. 열 방출율이 화재 현장에서 맞닥뜨리는 격실의 온도를 직접적으로 의미하는 건 아니지만 연소 지속 시간과 화재진압의 어려움을 가늠하는 척도로 사용할 수 있고 진압에 필요한 유량을 예상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1) 화재의 규모를 판단하는 척도로 모든 가연성 물질의 완전 연소에 의해 발생하는 방화지역 또는 방화구역의 열량을 말한다(화재위험도 분석에 관한 기술기준). 쥴(J)이나 메가쥴(MJ)로 측정함.

2) 일반적으로 한국 현장에서 많이 사용하는 40㎜ 호스 연결용 피스톨 관창의 경우 0.7MPa 기준 최대 490ℓ/min, 65㎜ 호스 연결용은 최대 945ℓ/min이다(신라파이어 웹페이지 참조).

 

참고문헌

Euro Firefighter2, 6,701 Building Fires, Paul Gri㎿ood PhD,FIFireE

화재위험도분석에 관한 기술기준(원자력안전위원회고시 제2018-9호)

 

서울 용산소방서_ 박지수 : pjs8891@seoul.g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1년 5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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