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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소방 이야기가 아니다. 01 - 참전용사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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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아산소방서 조이상 | 기사입력 2021/05/20 [10:00]

이 글은 소방 이야기가 아니다. 01 - 참전용사 할아버지

충남 아산소방서 조이상 | 입력 : 2021/05/20 [10:00]

우리 할머니보다 두 살 젊은 89세 할아버지가 머리가 어지럽다고 신고를 하셨다. 어떤 약을 먹고 머리가 아프다고 하셨다. 여쭤보니 그 약은 5년 전부터 계속 먹던 약이고 아무런 인과 관계가 없었다. 할아버지는 응급실로 가는 내내 불만이 많으셨지만 이내 응급실에 도착했다.

 

원무과 직원은 할아버지에게 언질을 줬다. 

 

“비용이 많이 나올 수 있어요” 

“지금 겁주는 거냐?” 

“할아버지, 신분증 좀 주세요” 

 

할아버지는 지갑을 꺼냈고 지갑 안에서 6.25 참전증을 건넸다. 직원은 이거 말고 주민등록증을 달라고 했다. 할아버지는 지갑 안에 감춰진 주민등록증을 건넸다. 난 신분을 증명하기엔 문제가 있지만 6.25 참전용사의 참전증은 분명 몇 차례 까방권이 있다고 생각했다. 

 

처의 할아버지가 생각났다. 그는 3년 전쯤 6.25 참전용사로 인정을 받았다고 한다. 그때 할아버지의 나이는 87세였다. 전쟁 상황에 대해 여쭤봤다. 21살에 결혼한 상태로 제주도에서 한 달 훈련받은 후 바로 전장에 투입됐다고 한다. 1952년도에는 김일성 고지에서 북한군과 대치했다고 한다.

 

얼마나 많은 동료가 전사했는지 여쭤보니 1개 중대 3대 소대였는데 전우의 반이 죽었고 할아버지는 운 좋게 살았다고 한다. 북한군은 더 많이 죽었다고 한다. 

 

혹시 지휘관이 돌격 앞으로 하면 소대원들이 가느냐고 여쭤보니 지휘관이 안 가는데 왜 가냐고 반문했다. 죽음의 생사기로인 그 시절이 화나지 않냐고 여쭤보니 국가의 의무니까 당연히 하셨다고 했다. 몇 년 전 국가보훈처 강릉지청에서 참전기록을 갖고 와 한 달에 십수만 원씩 나온다고 한다. 

 

6.25 참전용사는 처의 할아버지, 어지러운 할아버지를 포함해 현재 13만명이 살아 계신다. 그분들 한 분 한 분의 노력으로 우리나라를 지켜냈다고 생각한다. 6.25 전쟁을 직접 겪진 않았지만 전쟁의 무서움은 라이언 일병 구하기나 군 생활을 통해 직ㆍ간접 경험했다.

 

분명 대단한 분들이다. 참전용사 할아버지를 병원 침대에 옮겨드리면서 나는 평소 안 하던 말을 했다. 

“할아버지, 수고하세요” 

 

할아버지도 나에게 수고했다고 했다. 같이 탄 구급대원은 생각이 달랐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나는 저렇게 되지 말아야겠다’는 거였다. 과거의 훈장이 뭐가 중요하냐, 지금 여기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그의 말도 맞고 까방권이 몇 개 있다는 나의 말도 맞다. 

 

충남 아산소방서_ 조이상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1년 5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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