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차 작동불량으로 이송 늦어져… “진실 밝혀 달라” 청원소방당국 “공인기관 통해 구급차 불량 원인 조사할 것”
[FPN 최누리 기자] = 교통사고로 아들을 잃은 부모가 현장에 출동했던 119구급대의 문제를 지적하며 진실 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달 2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어린 초등학생이 다시는 교통사고로 안타깝게 죽지 않도록 해 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청원 글에 따르면 교통사고는 지난 4월 30일 오후 3시 51분께 서울 성북구의 한 아파트단지 정문 앞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에서 발생했다.
자전거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던 한 초등학생이 아파트단지 정문 출구에서 비보호 좌회전을 하던 SUV 차량과 부딪혔다. 이 충격으로 몸이 날아간 초등학생은 결국 해당 차량에 깔려 치명상을 입었다.
사고를 목격한 주변 사람들은 119에 신고 후 다친 초등학생을 빼내 주변 인도로 옮긴 후 119구급대가 오길 기다렸다.
청원인은 “구급차를 기다리는 동안 제 아들은 엄마의 휴대전화 번호를 말하며 ‘살려주세요’라고 할 정도로 의식이 있는 상태였다”면서 “119구급대가 도착한 건 신고 접수 후 10여 분이 지난 오후 4시 3분께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평소 5분이면 올 거린데 구급차의 자동잠금장치 불량 때문에 10분이 넘게 소요됐고 아들이 구급차에 탑승하기 전까지 구급대원은 적절한 응급조치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구급차는 현장에서도 작동상 문제가 있었던 거로 알려졌다. 청원인은 “구급차는 사고 현장에 도착해서도 자동잠금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문이 열리지 않았고 이로 인해 구급장비가 실려 있는 뒷문이 개방될 때까지 실질적인 응급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사고를 낸 SUV 차량의 운전자 요구에 따라 서울대병원 소아응급실로 출발하려 했지만 이번엔 차량에 시동이 걸리지 않아 또 시간이 지체되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했다.
또 “구급대원들은 이송 중에 산소마스크(비재호흡마스크)만을 아들에게 제공했다고 한다”며 “이 역시 구급차에 설치된 5대의 CCTV가 모두 녹화 불량 상태로 확인조차 불가능했다”고 전했다.
이어 “아직도 고장 원인을 밝히지 못하고 있는 폐차 예정인 구급차를 아들이 왜 타야 했는지 너무 슬프다”며 “구급차 불량으로 인한 시간 지체와 적절한 응급조치가 시행되지 못한 점이 아들 죽음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밝혀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에 성북소방서는 지난달 3일 소방청, 서울소방재난본부, 전문가 등과 함께 합동 점검을 진행했다. 그 결과 전기적 요인으로 해당 구급차의 자동잠금장치에 오류가 발생했던 것으로 추정했다.
성북소방서 관계자는 “전기적 요인으로 자동잠금장치에 충돌 문제가 발생했던 거로 보이지만 우리도 추정할 뿐 결론이 난건 아니다”며 “해당 구급차가 이 사건이 발생하기 전 두 건의 출동을 나갔는데 이상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구급차에는 도난상태로 인식되면 자동으로 시동이 꺼지는 자동잠금장치가 설치돼 있다. 2015년 8월 성북소방서에 배치될 당시에는 관련 규정이 없어 자동잠금장치가 없었다. 그러나 구급차 도난 사건이 지속되면서 2018년 2월에 설치했다. 현재는 자동잠금장치를 제거한 상태다.
성북소방서 관계자는 “향후 공인기관을 통해 구급차의 작동 오류에 대한 원인을 분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누리 기자 nuri@fpn119.co.kr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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