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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소방 이야기가 아니다. 04 큰 다크나이트, 작은 다크나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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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아산소방서 조이상 | 기사입력 2021/08/20 [10:00]

이 글은 소방 이야기가 아니다. 04 큰 다크나이트, 작은 다크나이트

충남 아산소방서 조이상 | 입력 : 2021/08/20 [10:00]

모든 일의 발단은 19살 음주운전자부터 시작되었다. 승용차는 전신주를 정면으로 들이박고 전신주는 승용차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로 넘어졌다. 세 명의 대학 초년생들은 모두 살았으나 한 명만 남기고 모두 도주했다. 새벽 4시, 왕복 8차로 도로에 전선과 전신주가 쓰러져서 자동차들은 경찰의 수신호에 따라 역주행에서 갈 길을 가야 했다. 

 

한 명이 남은 이유는 그 차가 아버지 차이기 때문이다. 죄송하다는 말을 연발했고 병원에 가기를 거부했다. 구조상황도 없고, 아픈 사람도 없어 우리는 센터로 발걸음을 돌렸다. 돌아오는 길의 한쪽 건물 아파트와 상가의 불빛이 갑자기 없어졌다. KT에서 복구공사를 시작했나 보다. 센터로 돌아오니, 비상발전기가 연결된 지령컴퓨터를 제외하고 컴퓨터가 다 꺼졌다. 속으로 숫자를 셌다. 하나, 둘, 셋, 넷… 와우! 

 

도미노처럼 신고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출동하는 길에 불빛이 꺼진 도시를 보니 영화 ‘다크나이트’가 떠올랐다. 먼저 A 아파트에서 사람들이 엘리베이터에 갇혔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마스터키로 구조대상자를 구했다.

 

그 아파트에서 기름타는 냄새가 난다고 해서 조사를 해보니 전기가 나가면서 비상용 발전기가 등유를 태워 나는 냄새였다.

 

B 아파트에서는 남편 호흡이 안 된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아파트 전기가 나가면서 충전식 산소호흡기가 1시간밖에 가동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급한 대로 구급차 안에 포터블 산소를 공급했다. 19살 음주운전자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다시 전기가 다시 들어왔다. 전기의 소중함은 전기가 없을 때 알게 된다. 빛의 소중함은 다크나이트일때 알게 된다. 다크나이트(night)에 괜스레 우리가 다크나이트(knight)가 된 기분이었다. 

 

다음 날 팀장님과 차 한잔하면서 어제 있었던 사건을 과장해서 이야기했다. 1987년도에 서울에서 임용된 팀장님은 이야기를 차분히 들으신 후 그것은 다크나이트도 아니라고 삼풍백화점 사고를 겪지 않았으면 조용히 있으라고 했다. 사회적 재난 중에 가장 큰 재난은 삼풍백화점 붕괴참사였다.

 

삼풍백화점은 강남 부의 상징이었다. 교대역과 강남터미널역의 중간지점, 현재는 아크로비스타란 주상복합 아파트가 있는 그곳이 삼풍백화점의 위치다. 1995년 6살인 삼풍백화점은 붕괴했다. 팀장님이 하시는 말씀이 시멘트 잔해를 걷어내면, 산 사람도 보이고 죽은 사람도 보였다고 한다. 아비규환 그 자체였다. 백화점이니까 여러 좋은 물건도 많았다. 그것들을 훔쳐 가는 사람도 많았다고 한다.

 

인터넷에서 악마의 미소라고 하는 사진도 기억난다. 그때가 대한민국 소방의, 대한민국의 다크나이트(night)였다. 부실시공이 없었더라면 흔들림을 감지하고 모두 탈출하라는 한마디만 했더라면 이런 다크나이트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항상 사고 후 대한민국은, 소방청은 대책을 수립한다. 난 그 대책 수립이 슬프다. 

 

우리나라가 G7 회의에 참여했다는 뉴스를 보고 누군가 우리나라가 이제는 선진국이라고 평가했다. 나는 분노가 치밀었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이 아니다. 그 마천루처럼 높은 건물을 짓느라 일 년에 2300명씩 죽는다. 뉴스에 안 나올 뿐이지 우리나라는 여전히 다크나이트의 고담시다. G7 안 해도 좋으니, 건물 천천히 올라가도 좋으니, 제발 이런 희생을 줄이자. 다크나이트를 없애자. 배트맨을 은퇴시키자!

 

충남 아산소방서_ 조이상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1년 8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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