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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 상식] 양육책임 다하지 않은 부모가 사망한 자녀의 재산을 상속받을 수 있을까

– 고 강한얼 소방관 사건을 돌아보며

변호사 한주현 법률사무소 한주현 | 기사입력 2021/11/19 [11:00]

[법률 상식] 양육책임 다하지 않은 부모가 사망한 자녀의 재산을 상속받을 수 있을까

– 고 강한얼 소방관 사건을 돌아보며

변호사 한주현 법률사무소 한주현 | 입력 : 2021/11/19 [11:00]

반복되는 반인륜적 행태 - 자녀 사망 이후 갑자기 나타나는 부모

이혼 후 연락을 완전히 끊고 자녀 양육비 한 번 제대로 보내지 않았던 부모가 자녀 사망 이후 자녀의 생전 재산이나 사망 보험금을 상속받겠다며 갑자기 나타나는 반인륜적인 행태, 한 번쯤은 뉴스에서 본 기억이 있을 겁니다.

 

대형 참사 때마다 국민의 공분을 사던 이러한 사건은 유명 연예인 구하라 씨의 사망, 그리고 강한얼 소방관의 사망을 계기로 개선안이 도출됐습니다.

 

한 소방관의 순직 이후 

강한얼 소방관은 한 소방서에서 응급구조대원으로 근무하던 중 극단적 선택을 해 사망했습니다. 강 소방관의 사망이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것이었다는 점이 인정돼 강 소방관은 순직을 인정받았습니다.

 

문제는 강 소방관에게는 연락을 끊고 지내던 어머니(이하 ‘친모’)가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친모는 강 소방관이 생후 20개월일 때 강 소방관의 아버지와 이혼했습니다. 친모는 양육비를 제대로 지급하지도 않았고 강 소방관의 장례식에조차 참석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법적으로는 친모가 강 소방관의 상속인에 해당하기 때문에 유족보상금 등으로 8천만원 가량을 타가게 됐습니다. 그에 더해 친모는 본인이 사망할 때까지 월 91만원 가량을 유족급여로 지급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분노한 강 소방관의 아버지와 언니는 양육책임을 전혀 이행하지 않은 친모에게 강 소방관의 사망으로 인한 돈을 한 푼도 지급할 수 없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이 사건은 언론을 통해 알려져 사회적 관심을 받게 됐습니다.

 

비양육친의 상속을 막는 방법

현행법에 따르면 아무리 양육책임을 다하지 않은 부모라 하더라도 법적 상속인에 해당하는 이상은 자녀의 재산이나 보험금 등을 아무런 문제 없이 상속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양육책임을 다하지 아니했음을 이유로 비양육친이 지급받게 될 상속재산을 다소 줄여볼 수는 있습니다.

 

방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그간 비양육친이 지급하지 않았던 사망한 자녀에 대한 양육비를 모두 계산해 그 금액만큼을 비양육친이 받아갈 상속금액에서 실질적으로 제외하는 방법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과거 양육비 청구 소송’을 제기해야 합니다. 두 번째, 사망한 자녀를 양육해 온 부모가 자신의 ‘기여분’을 주장함으로써 비양육친에 비해 높은 비율로 상속재산을 분할하는 방법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상속재산분할 심판 청구소송’을 제기해야 합니다.

 

강 소방관의 아버지는 친모에게 ‘과거 양육비 청구 소송’을 제기해 7700만원 가량의 과거 양육비를 인정받았다고 합니다. 즉 친모가 유족보상금 등으로 타간 돈 8000만원 가량의 대부분은 과거 양육비 명목으로 강 소방관의 아버지에게 반환될 수 있게 됐습니다.

 

비양육친의 유족급여 지급을 제한하는 법 개정

그렇다면 친모가 사망 시까지 받을 수 있다던 유족급여 91만원은 어떻게 됐을까요? 강 소방관 사건이 국민적 관심을 일으키자 정부는 발 빠르게 관련 법을 개정했습니다. 그 결과 개정된 ‘공무원 재해보상법’과 ‘공무원연금법’에 따라 양육책임을 다하지 않은 부모에게는 공무원 유족급여를 감액할 수 있게 됐습니다.

 

개정된 공무원 재해보상법 개정된 공무원연금법

제44조(고의 또는 중과실 등에 의한 급여의 제한)

④ 재해유족급여를 받을 수 있는 사람 중 공무원이거나 공무원이었던 사람에 대하여 양육책임이 있었던 사람이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였던 경우에는 심의회의 심의를 거쳐 양육책임을 이행하지 아니한 기간, 정도 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해당 급여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급하지 아니할 수 있다.

제63조(고의 또는 중과실 등에 의한 급여의 제한)

④ 퇴직유족급여를 받을 수 있는 사람 중 공무원이거나 공무원이었던 사람에 대하여 양육책임이 있었던 사람이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였던 경우에는 「공무원 재해보상법」 제6조에 따른 공무원재해보상심의회의 심의를 거쳐 양육책임을 이행하지 아니한 기간, 정도 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해당 급여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급하지 아니할 수 있다.

 

강 소방관의 아버지는 개정법에 따라 재해유족급여 제한 신청을 했고 심사 결과 친모가 받을 수 있는 유족급여는 기존 법정 상속분 50%에서 15%로 대폭 감액됐습니다. 즉 친모는 기존에는 월 91만원씩 받을 수 있었던 유족급여를 약 월 27만원 정도만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비양육친의 상속권을 상실시키는 민법 개정안(소위 ‘구하라법’)의 향방은? 

이처럼 법 개정에 따라 비양육친에 대한 유족급여 지급은 제한이 가능하게 됐으나 여전히 사망한 자녀의 재산에 대한 비양육친의 상속 자체를 막을 방법은 없습니다. 과거 양육비 청구 소송 또는 상속재산분할 심판 청구소송에서의 기여분 주장 등과 같은 우회적인 방법을 통해서만 비양육친이 상속받게 될 금액을 다소 제한할 수 있을 뿐입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무부는 양육책임을 다하지 않은 부모의 상속권을 아예 상실시킬 수 있는 민법 개정안(소위 ‘구하라법’)을 예고했고 현재 국회에서 이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입니다. 과연 상속권 상실 제도가 담긴 민법 개정안은 최종 통과될 수 있을까요? 진행과정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몇 년 전 강 소방관의 아버지와 유사한 상황에 계시던 아버지 한 분을 대리해 과거 양육비 청구 소송을 제기했던 기억이 납니다. 대형 참사로 인해 홀로 애지중지 키우던 자녀를 갑작스레 떠나보내야 했던 분입니다.

 

자녀 사망 이후 십여 년간 연락이 없던 전 배우자가 갑자기 나타나 보험금과 배보상금의 일부를 타갔습니다. 소송을 통해 과거 양육비 몇천만원 가량을 인정받아 전 배우자가 지급받은 돈의 일부나마 되찾아 올 수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는 그 아버지의 황망한 마음을 위로할 수는 없었습니다. 참사 때마다 이런 가슴이 답답한 사건들을 계속 접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상속권 상실 제도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한주현 변호사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조사관으로 근무하며(2018-2020) 재난ㆍ안전 분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현재는 변호사 한주현 법률사무소의 대표변호사로 보험이나 손해배상 등의 민사사건을 주로 담당하고 있다.

 


 

법률사무소 청원_ 한주현 : attorney.jhhan@gmail.com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1년 11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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