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 발견 프로메테우스(Prometheus)는 대지의 신 가이아가 낳은 티탄족 12신 중 하나인 이아페토스와 바다의 요정 클리메네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의 형제로는 아틀라스와 에피메테우스, 메노이티오스, 헤스페로스가 있는데 그중에 유명한 인물은 아틀라스와 에피메테우스다.
프로메테우스는 미래를 내다보는 예지력이 있었지만 에피메테우스는 일을 저지른 후에야 알게 되는 신중하지 못한 자로 프로메테우스(Prometheus)는 ‘미리 알다(forethought)’, 에피메테우스(Epimetheus)는 달리 ‘나중에 알다(hindsight)’라는 뜻이다.
프로메테우스는 예지력이 있었기 때문에 제우스가 티탄족과 벌인 전쟁에서 자신의 형제인 티탄족이 아니라 제우스 편에 섰다. 그 결과 전쟁이 끝난 후에도 살아남을 수 있었다.
하지만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를 위해 예언하는 일을 거부해 제우스의 미움을 샀다. 프로메테우스는 흙과 물을 반죽해 각종 동물과 인간을 만들었다. 인간에게 직립 자세를 주어 다른 동물은 다 얼굴이 밑을 향해 땅을 봤지만 인간만은 얼굴을 하늘로 향하고 별을 바라볼 수 있도록 했다. 프로메테우스의 동생인 에피메테우스는 인간에게 생존에 필요한 능력을 부여했다.
그러나 뒷일은 생각지 않았던 에피메테우스는 동물들에게 각종 무기를 다 주고 나니 정작 인간에게는 줄 게 없었다. 이 사실을 프로메테우스에게 알렸고 프로메테우스는 고심 끝에 인간에게 불을 주기로 한다. 불은 신들의 세계에서만 허용되는 것으로 제우스는 인간에게 불을 금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프로메테우스는 아테나의 도움을 받아 헤파이스토스의 대장간에서 불을 훔쳤다.
머리끝까지 화가 난 제우스는 힘의 신 크라토스와 폭력의 신 비아를 시켜 프로메테우스를 잡아다가 카우카소스산 바위에 쇠사슬로 묶어 놓고 지독한 형벌을 내렸다.
매일 독수리를 보내 바위에 묶인 프로메테우스의 간을 파먹게 하고 파 먹힌 간이 다음날 다시 돋아나면 다시 독수리가 와서 또 파먹게 했다. 프로메테우스는 훗날 헤라클레스가 구해주기까지 이런 고통 속에서 삼천 년을 견뎌야만 했다.
아프리카 도곤족에도 이와 유사한 신화가 등장한다. 도곤족의 시조가 되는 여덟 조상 중 하나가 천상의 대장장이었다. 인간을 위해 천상에서 불을 훔쳐 지상으로 내려오자 신이 보낸 천둥과 번개로 인해 그의 관절이 꺾이게 되면서 농경 생활을 하는 데 적합한 팔다리 구조로 변했다. 중국 소수민족인 이족의 창세신화에서도 불이 등장한다. 천상의 신인 어아마가 세상의 생물들을 창조했는데 나중에 물고기가 변해 원숭이가 됐다. 원숭이는 우연히 불을 발견해 음식을 불에 익혀 먹기 시작하면서 인간이 됐다. 우리나라에도 불에 대한 신화가 존재한다. 함경도 지역에서 구전을 통해 전승된 ‘창세가’를 살펴보면 태초에는 하늘과 땅이 마치 솥뚜껑을 서로 엎어놓은 것처럼 맞붙어 있었다고 한다. 이때 미륵이라는 거인이 태어나 하늘과 땅을 벌려놓고 다시는 서로 맞닿지 못하도록 동서남북으로 네 개의 구리기둥을 세웠다.
그때 하늘에는 두 개의 태양과 달이 있었는데 낮에는 너무 뜨겁고 밤에는 너무 추워 인간이 살기 어려웠다. 그래서 태양과 달을 양손으로 부숴 하늘에 흩뿌려 별을 만들었다. 그리고 금덩산에 들어가 한 손에는 차돌을, 한 손에는 쇠붙이를 들고 툭툭 쳐서 불을 만들어 인간에게 줬다. 이처럼 고대 여러 신화에서 불이 등장하듯 인류의 문명은 불과 함께 시작됐다. 인류가 최초로 불을 사용하기 시작한 건 호모 에렉투스가 살았던 약 140만 년 전으로 추정된다. 불의 사용은 인류를 다른 영장류로부터 구별되게 한다. 아무리 똑똑한 어떠한 동물도 불을 사용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인류의 문명은 불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불을 사용하면서 어둠과 시간을 통제할 수 있었고 활동영역을 넓혀나갈 수 있었으며 도구를 만들어 사용할 수 있었다. 또 음식을 익혀 먹고 맹수들의 위협에서 안전한 보금자리를 갖게 되면서 공동체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불은 인간의 뇌용량을 증가시켰다. 성인의 평균 몸무게인 65㎏을 기준으로 뇌 무게는 1.3㎏다. 몸 전체의 2%에 불과하지만 뇌가 쓰는 에너지는 신체가 사용하는 전체 에너지의 20%를 차지한다.
그러나 인간의 소화기관은 다른 동물들과는 달리 매우 작아 다른 영장류 소화기관의 무게에 비해 60%밖에 되지 않는다. 소화기관이 작으면 뇌 활동에 필요한 열량을 효과적으로 흡수할 수 없다.
하지만 불을 사용해 음식을 소화하기 좋은 상태로 섭취할 수 있게 되자 뇌가 필요로 하는 에너지를 더 효과적으로 흡수할 수 있게 됐다.
불의 사용으로 인류는 예전에는 먹을 수 없었던 걸 먹을 수 있게 됐고 먹거리가 풍부해지자 식량을 구하는 시간도, 음식을 먹기 좋게 요리하는 시간도 절약되면서 잉여시간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인류는 그 잉여시간을 지적 활동에 투입해 인류의 문명을 더욱 발전시켰다. 인류는 1500년까지는 불 자체의 열을 이용했다. 하지만 18세기에 접어들면서 불의 힘을 다른 용도로 이용하기 시작했다. 음식을 요리하고 혹독한 자연환경과 맹수들로부터 인간을 지켜주는 단순한 수단뿐 아니라 물을 끓이고 물의 증기압을 이용해 증기기관을 만들어 동력원으로까지 사용했다.
18세기에 등장한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인간은 기존에 자연에서만 얻을 수 있었던 동력원을 스스로 만들어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증기기관을 통해 수백 명분의 동력을 얻을 수 있게 되자 재화의 대량생산이 가능해졌다.
식량 문제 해결과 재화의 대량생산이 가능해지자 지구의 인간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18세기 10억명이었던 인류는 2021년 78억7천만명으로 증가했다.
1831년 인류는 제2의 불인 전기를 발견했다. 사람들은 전자기 유도 현상으로 전기를 발견한 마이클 패러데이에게 전기를 어디에 쓰겠냐고 물었다. 마이클 패러데이는 “지금 막 태어난 갓난아이에게 그 쓸모를 묻는다는 건 어리석은 짓이지만 머지않아 영국의 모든 가로등이 전기로 대체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1870년 독일의 지멘스는 전기를 만들어내는 발전기를 발명했고 1880년에는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했다. 그리고 1887년에는 우리나라 경복궁에서 최초의 전등이 밝혀졌다. 제2차 산업혁명인 전기혁명이 시작되자 인류는 전기를 이용해 정보기술혁명을 일으켰다.
이게 바로 제3차 산업혁명인 정보통신기술혁명이다. 지금 우리는 정보통신기술혁명으로 비롯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으로 모든 게 연결되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살고 있다. 이 모든 것의 시작은 불이었다.
김훈 리스크랩 연구소장(공학박사)은 ㆍ한국소방정책학회 감사 ㆍ한국화재감식학회 정보이사 ㆍ한국기술혁신평가단 정위원 ㆍ소방청 화재감식 전문자문위원 ㆍ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전문자문위원 ㆍ현대해상 위험관리연구소 수석연구원 ㆍ한국기술사회 4차산업위원회 전문위원 ㆍ미(美)공인 위험관리전문가 ㆍ미(美)공인 화재폭발조사관 ㆍ안전보건전문가(OHSAS, ISO45001) ㆍ재난관리전문가(ISO22301, 기업재난관리사) ㆍ기술사(기계안전, 인간공학, 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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