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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택구의 쓴소리 단소리] 소방법엔 유지관리에 대한 개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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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택구 소방기술사ㆍ소방시설관리사(한국소방시설관리사협회장 | 기사입력 2021/12/10 [18:20]

[이택구의 쓴소리 단소리] 소방법엔 유지관리에 대한 개념이 없다

이택구 소방기술사ㆍ소방시설관리사(한국소방시설관리사협회장 | 입력 : 2021/12/10 [18:20]

▲ 이택구 소방기술사ㆍ소방시설관리사(한국소방시설관리사협회장)

소방청 통계연감이나 대형 화재사례에서 나타나듯 소방시설의 정상 작동률이 매년 떨어지는 상황은 의례적이 돼버렸다. “화재 사고가 발생했는데 OO시설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언론 보도는 이제 흔한 일이다.


특히 주차장에 화재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데도 스프링클러가 정상적으로 작동했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 이 같은 상황은 그간 지속해서 제기해왔던 “소방시설에 대한 유지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필자의 주장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하다.


유지관리 문제를 꾸준히 지적하는 이유는 우리나라 소방법엔 그 개념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상식적으로 유지관리의 개념은 유사시 소방시설이 각 설비의 기능과 성능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도록 평상시 주기적인 성능시험을 통해 관리하고 성능이 미달하거나 노후된 시설을 교체하는 걸 의미한다.


그런데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ㆍ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는 이런 내용이 단 한 줄도 명시돼 있지 않다. 화재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를 위해 제정된 법률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이는 애초부터 ITM(Inspection Testing Maintenance) 국제기준이 아닌 일본법을 도입해 적용하다 보니 나타난 부작용이라 생각한다.


일단 가장 큰 원인은 법률 구조와 체계다. 소방이나 건축 관련법 구조를 살펴보면 소방시설과 건축방화 피난시설은 모두 설치에 대한 기준이 시방서식으로 제정됐다.


국가화재안전기준과 소방용품의 형식승인 기준을 비롯한 성능인증, KFI인정 기준 모두 건설초기 설비 설치에 대한 기준 일색이다. 이는 건축 관련법도 마찬가지다.


가장 상위법인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ㆍ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만 보더라도 유지관리에 대한 오해만 부추기고 있다는 걸 쉽게 알 수 있다.

 
우선 법률명에 있는 ‘유지’의 의미부터 다르다. 법률 제9조(특정소방대상물에 설치하는 소방시설의 유지ㆍ관리 등)에는 ‘특정소방대상물의 관계인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소방시설을 소방청장이 정하여 고시하는 화재안전기준에 따라 설치 또는 유지ㆍ관리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여기서 말하는 ‘유지’는 화재안전기준에 따라 유지ㆍ관리하라는 의미다.


또 제10조(피난시설, 방화구획 및 방화시설의 유지·관리)에는 ‘특정소방대상물의 관계인은 ‘건축법’ 제49조에 따른 피난시설, 방화구획 및 같은 법 제50조부터 제53조까지의 규정에 따른 방화벽, 내부 마감재료 등(이하 “방화시설”이라 한다)에 대하여 다음 각 호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돼 있는데 이 역시 기능과 성능을 유지하기 위한 기준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이렇듯 우리나라의 법률상 ‘유지’의 의미는 설비의 기능과 성능이 유지되는지를 확인하는 게 아니라 관련 기준에 따라 이상 없이 설치돼 있는지를 따진다는 거다.


준공을 득한 후에는 자체점검이 매우 중요하다. 안전관리자 또는 점검업체에서 자체점검을 실시해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자체점검 마저 소방설비의 기능과 성능을 살피는 유지관리 시험과 전혀 무관하다는 사실이다.


소방서에 제출하는 점검 결과보고서의 점검표마저 소방설비의 설치 여부를 판단하는 점검표에 불과하다.
소방시설의 기능과 성능 유지를 위해선 소방시설관리사가 성능시험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하지만 유지관리에 대한 개념조차 없는 소방법률 때문에 감리자 역할을 또다시 이중으로 하는 모순이 발생한다.


더욱이 소방특별조사도 한 몫을 더한다. 점검업체에 화재안전기준 위반업무를 살피게 하는 건 처벌 등으로 법적책임을 지우기 위한 것으로 밖엔 해석이 안 된다.


‘기계설비법’의 기계설비유지관리기준을 참고해서라도 법 제도를 재정비하는 게 소방시설을 정상적으로 작동시킬 수 있는 첫걸음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이택구 소방기술사ㆍ소방시설관리사(한국소방시설관리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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