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119] “희로애락 순간에 늘 음악으로 감동의 하모니를 전하겠습니다”[인터뷰] 소방 역사 최초로 창단한 중앙소방악대 악대장 맡은 윤주식 소방령
서울과 충북, 광주, 대전 등 시ㆍ도 소방본부별로 소방악대가 활동해 왔지만 소방청이 직접 주관ㆍ운영하는 건 최초다. 중앙소방악대엔 플룻 2, 테너색소폰 5, 트럼펫 8, 유포니움 3, 타악 6, 베이스기타 2, 클라리넷 10, 호른 1, 알토색소폰 6, 트럼본 5, 수자폰ㆍ튜바 4, 키보드 2명 등이 연주자로 활동한다.
“군과 경찰 등 제복공무원 중 유일하게 소방에만 존재하지 않았던 중앙악대가 드디어 창단했습니다. 충북소방악대에서 13년간 활동한 저로선 감개무량한 일이 아닐 수 없죠. 탄생은 조금 늦었지만 악대원들과 열심히 합주를 연습해 우리 소방대원뿐 아니라 일반 시민에게도 다양한 연주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초대 악대장으론 윤주식 충북 청주동부소방서 소방령이 선임됐다. 1994년 1월 7일 충북소방 공채로 소방에 입직한 윤 소방령은 소방제복을 입은 지 올해로 꼭 28년이 됐다. 그동안 소방차량 운전과 화재진압, 구급뿐 아니라 민원업무와 상황실 근무 등 안팎 구분 없이 다양한 직무를 겪었다. 특히 그는 소방관으로선 한 번도 목격하기 힘든 출산을 네 번이나 경험했다.
“2005년 충북 단양 영춘지역대에서 근무할 때였어요. 곧 아이가 나올 것 같다며 빨리 병원으로 가달라는 신고 전화가 걸려왔죠. 산모와 남편을 태운 후 병원으로 가는 도중 보호자께서 아이의 머리가 보인다고 말하더라고요. 너무 당황스러웠습니다”
1분 1초가 급박했다. 그러나 병원까지 남은 시간은 30분. 설상가상으로 산모의 양수까지 터진 상태였다. 더는 지체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자 윤 소방령은 갓길에 차를 세우고 분만 키트를 이용해 직접 아이를 받았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당시 구급대원에겐 탯줄을 자를 수 있는 권한이 없어 흡입기를 이용해 태아의 이물질을 먼저 제거했어요. 다행히 산모는 의식이 있는 상태였습니다. 무사히 병원으로 이송하고 며칠 뒤 미역 등을 사서 찾아뵀더니 고맙다고 연신 인사하셨어요. 소방관으로서 가장 뿌듯했던,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습니다”
베테랑 소방관인 그에겐 소방만큼이나 소중하고 특별한 활동이 있다. 바로 클라리넷이다. 2008년 우연히 아는 선배 소개로 클라리넷 동호회에 들어갔다가 부드러운 소리에 매료됐다.
“고등학교 땐 기타를 치고 군대에선 찬송가 반주를 하는 등 원래 음악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간 잊고 살다가 20년 만에 아름다운 선율을 만나니 그야말로 푹 빠져버렸죠. 관악기는 처음이어서 힘들기도 했지만 배우는 재미가 있었어요. 무엇보다 스트레스 해소에 큰 도움이 됐죠”
같은 해부터 충북소방악대에서 활동한 윤 소방령에겐 늘 소방을 대표하는 악대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군과 경찰, 소방, 교정직 등 제복공무원 중 소방만 중앙소방악대를 창단하지 않았기 때문. 그의 바람은 10년이 지나서야 이뤄졌다.
“2019년 12월 독도 인근 해상에서 소방헬기가 추락해 소방대원 5명이 순직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영결식을 해야 하는데 중앙악대가 없어 군악대가 대신 연주를 해줬죠. 이를 안타깝게 여긴 당시 정문호 청장님이 중앙소방악대의 필요성을 절감해 본격적으로 창단이 추진됐습니다”
소방청은 지난해 6월 중앙소방악대원 선발 계획 공고를 각 시ㆍ도에 시달하고 오디션을 진행했다. 평소 악기를 취미로 다루는 90명의 소방대원이 지원해 연주 기량을 평가받았다. 그 결과 서울과 부산, 대전, 대구, 경기, 충청, 전북, 강원, 제주 등 전국 각지에서 모인 소방대원이 창단 멤버가 됐다. 이 중엔 의용소방대원도 있다.
“생각보다 많은 분이 지원해서 깜짝 놀랐어요. 악대 관련 전공자와 군악대 출신도 있더라고요. ‘우리 소방에 악기를 취미로 하는 대원이 이렇게 많구나’를 새삼 느끼면서 앞으로 중앙소방악대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단 안도감도 함께 들었습니다”
이들은 앞으로 소방의 날이나 소방기술경연대회, 영결식, 간부후보생 졸업식 등 소방청이 주관하거나 관계기관이 요청하는 행사에서 합주를 맡는다. 또 가칭 ‘국민안전기원 소방음악회’를 개최하고 오는 8월엔 제주 관악페스티벌에 참가해 기량을 뽐낼 계획이다.
“중앙소방악대가 창단했지만 전용 연습실이 없고 악기 구입비, 수리비 등의 예산도 없어 아직 갈 길이 멉니다. 팀파니 연주자는 있는데 악기가 없어 옆 공군사관학교에서 대여하는 상황이에요. 이런 문제들이 조속히 해결돼 대원들이 마음껏 연주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라봅니다. 우리 악대원 모두 음악으로 감동을 전하기 위해 열심히 연습하겠습니다”
박준호 기자 parkjh@fpn119.c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2년 2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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