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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압병

서울 중부소방서 한정민 | 기사입력 2022/05/20 [10:00]

감압병

서울 중부소방서 한정민 | 입력 : 2022/05/20 [10:00]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든 시기임에도 어김없이 봄이 왔다. 봄을 알리는 꽃들이 만개하는 걸 보면서 겨우내 껴입었던 옷들을 한 꺼풀씩 벗어내며 완연한 봄기운을 느끼는 요즘이다.

 

하지만 바다만큼은 봄이 오는 걸 시샘하는 듯 여전히 차가운 수온을 유지하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한겨울보다 현재의 수온이 더 차갑다고 할 수 있다.

 

다이버들이 주로 활동하는 강원도 동해안의 수온은 현재 영상 5~6℃ 정도다.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수온은 상승한다. 참고로 서울 한강의 수온은 13℃다.

 

수온에 따라 슈트 선택이나 다이빙 시간, 감압계획 등 구조 활동 계획이 달라질 수 있기에 바다 또는 내수면을 담당하는 부서에서는 계절에 따라 수온을 미리 알고 있는 게 도움이 된다.

 

특히 공기보다 열전도율이 약 25배 이상 높은 물의 특성은 다이버들의 영원한 과제인 감압병과도 직접적인 연관이 있으므로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번 호에서는 감압병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 [사진 1] 다이빙 교육 중인 다이버들

 

감압병을 부르는 ‘추위’

몇 해 전 강원도 양양군 남애리에서 테크니컬 잠수 교육 중 있었던 일이다. 드라이슈트는 슈트 내부로 물이 유입되지 않기 때문에 수온에 따라 적절한 내피를 착용하면 열 손실을 막을 수 있다. 따라서 장시간 또는 차가운 물 다이빙에는 필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누수가 생기지 않는다는 조건에서 말이다. 동해의 차가운 수온과 깊은 수심, 테크니컬 잠수라는 교육 목적상 드라이슈트는 필수요건이었는데 교육생 중 한 명에게 몇 가지 문제가 발견됐다. 

 

▲ [사진 2] 감압기체 교환 연습 중인 다이버

 

교육생은 매우 얇은 내피를 입고 있었다. 한 자릿수인 차가운 수온에 맞지 않는 내피라고 생각해 더 두꺼운 내피가 없으면 얇은 옷 몇 장이라도 더 껴입으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본인은 추위에 강해서 문제가 없다”는 용감무쌍한 답변을 받아 더 강요하지 않았다.

 

게다가 그 교육생은 드라이슈트 배기 밸브에서 누수가 있어서 교육 내내 매회 다이빙을 마치고 돌아오면 왼쪽 팔 상박이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이 두 가지가 계속 마음에 걸렸는데 그 걱정은 기우(杞憂)로 끝나지 않았다.

 

결국 마지막 잠수에서 일이 터졌다. 약 한 시간의 잠수(21/35, 바닥 수심 45m, 감압기체 산소 50%)를 마치고 보트에 올라 축하의 의미로 서로 악수를 하는 순간 그 문제의(?) 교육생이 “욱!” 하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왼쪽 어깨를 잡으며 주저앉았다.

 

순간 ‘감압병이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 미리 준비해둔 농도 100%의 산소를 호흡하게 했다.

 

그리고 곧장 강릉 아산병원 고압산소 재압챔버로 가서 치료받도록 했다. 교육생에게 다음날 바로 귀가토록 했다.

 

대관령을 거쳐야 했기에 혹시나 감압병이 더 악화(고지대로 올라가며 낮아지는 기압으로 인해 감압병을 유발한 기포의 부피가 커져서)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교육생이 감압병에 걸린 건 어쩌면 예고된 일이다. 감압병의 발생 요인은 무수히 많지만 이번엔 ‘추위’가 주원인이었다.

 

특히 왼쪽 어깨가 젖은 상태로 추위에 장시간 노출되는 바람에 불활성기체 배출이 원활하지 못했던 게 큰 원인이 됐다. 그 일 이후 그 교육생의 용감무쌍함을 다신 볼 수 없었다. 적절한 교육과 피드백을 통해 그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잘 일러줬고 필자도 다시 한번 주의를 환기하는 기회가 됐다.

 

감압병,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감압병에 걸렸다고 하면 대부분의 다이버는 본인의 잠수 실력이 부족한 것으로 여기는 탓에 그 사실을 숨기기에 급급하고 알리기를 꺼린다. 하지만 자신을 위해서도, 모두를 위해서도 숨기지 말고 공유해야 한다.

 

사실 필자도 감암병에 걸린 적이 있다. 전라남도 가거초에 해양과학기지를 만들기 전 수중 조사와 관측계를 설치하러 갔었는데 무리하게 잠수해서 왼쪽 팔목 부분에 감압병이 발생했다.

 

잠수를 좋아하고 오래 한 사람들과 얘기하다 보면 적지 않은 수의 다이버가 감압병에 노출된 걸 알 수 있다. 중요한 건 감압병이 발생했을 때 바로 알고 대처하면 좋은데 걸려도 모르고 지나가서 나중에 더 악화한 때도 많다는 점이다.

 

특히 수중구조 활동을 하다 보면 과도하게 힘을 쓸 때도 있고 얕은 수심이지만 장시간 또는 반복 잠수를 자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다. 그로 인해 발생하는 가벼운 근육통이나 저림 현상들을 감압병의 증상으로 인지하지 못해 무시하고 지나치곤 한다.

 

▲ [사진 3] 관절에 감압병이 걸린 상황(출처 www.thediverclinic.com)

 

감압병이란?

흔히들 말하는 감압병(DCS, De Compression Sickness)은 급상승 등으로 인한 폐과팽창상해(기흉, 폐기종, 공기색전증)와 함께 DCI(De Compression Illness)라고 불리는 감압증의 한 종류다. 

 

▲ [사진 4] 피부 감압병(출처 link.springer.com/article/10.1007/s11606-019- 05208-y)

 

감압병은 잠수나 고압에 노출된 후 혈액에 용해된 기체가 다 제거되지 않으면 우리 몸의 조직과 혈액에 남아 신경 경로를 차단하거나 혈류가 막혀 통증, 마비, 질식, 심한 경우 사망을 유발한다.

 

감압병은 운동이나 온도(차가운 수온), 여성(비슷한 잠수 상황에 노출됐을 때 DCS 발생률이 세 배 높다), 나이, 비만, 탈수, 증가한 이산화탄소 분압, 음주, 신체 손상, 바운스 잠수, 24시간 내 수행한 재잠수가 원인이 된다.1) 잠수 후 24시간 동안 완전히 증상이 없으면 이후 나타나는 증상은 감압병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미 해군에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42%는 1시간 이내, 60%는 3시간 이내, 83%는 8시간 이내, 98%는 24시간 이내 발생했다.

 

이런 감압병은 TYPE 1형과 TYPE 2형으로 나뉜다. TYPE 1형에는 감압병에 가장 흔한 증상인 근골격계 통증과 피부 가려움증, 림프계 증상이다.

 

림프계 증상은 림프관이 기체로 막혀 연관된 림프절의 통증과 조직 부종을 말한다. TYPE 2형은 TYPE 1형보다 위험하다. 초기 단계에서는 피곤함이나 쇠약감을 느껴 과로라고 생각한다.

 

이런 이유로 상황에 맞닥뜨려도 바로 치료하지 않는다. 2형의 증상들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신경학적 증상과 내이 관련 증상(비틀거림), 심폐 증상(질식)이다. 이런 증상들은 1형 감압병 증상이 동시에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신경학적 증상은 모든 수준의 신경계 개입의 결과일 수 있다. 무감각이나 감각 이상(따끔거림, 찌르기, 기는 소리, ‘핀과 바늘’ 또는 피부의 ‘전기’ 감각), 촉각 감소, 근육 약화, 마비, 정신 상태  또는 운동 기능 변화가 가장 흔한 증상이다. 더 높은 뇌 기능 장애는 성격 변화나 기억상실증, 기괴한 행동, 가벼움, 조정 부족, 떨림을 초래할 수 있다.2)

 

내이 감압병의 증상은 이명(귀에 울림)과 청력 상실, 현기증, 메스꺼움, 구토다. 심폐 증상(초크)은 심혈관 내 거품이 발생해 폐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질식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더는 감압병을 두려워하지 말자

수난 구조 활동을 하면서 감압병을 겪지 않기 위해선 계획된 잠수를 해야 한다. 레크레이션 다이버보다 구조대원에게 감압병이 올 확률이 높다.

 

임무를 수행하는 구조대원들은 맡은 임무를 완수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에 계획된 잠수를 하다가도 간혹 무리하게 잠수를 진행하기 때문이다. 이럴 땐 과감하게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하고 항상 계획대로 잠수해야 한다.

 

잠수를 하지 않는 이상 감압병은 우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감압병은 우리에게 위협을 줄 수 있는 게 분명하다. 그렇다고 감압병이 두려워 잠수하지 말아야 할까?

 

물론 아니다.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랴?’는 속담과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는 고사성어가 딱 맞는 답변일 거다. 수중 스킬과 함께 이론도 뒷받침될 수 있도록 늘 공부하고 연구하는 자세로 임한다면 더는 감압병은 두려운 존재가 아니다.

 

특히 수난 구조를 전문적으로 하는 대원들이라면 감압이론과 챔버 운영까지도 염두에 두길 바란다. 구조대원으로서 용감무쌍함도 필요하지만 조금 더 영리해질 필요도 있지 않을까? 늘 안전한 잠수를 위하여! 

 


 

1) US NAVY DIVING MANUAL REVERSION 7

2) US NAVY DIVING MANUAL REVERSION 7

 

독자들과 수난구조에 관한 다양한 얘기를 나누고 싶다. 사건ㆍ사례 위주로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자 한다. 만일 수난구조 방법에 관해 궁금한 점이 있다면 e-mail : sdvteam@naver.com facebook : facebook.com/chongmin.han로 연락하면 된다.

 

서울 중부소방서_ 한정민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2년 5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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