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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고속도로 터널 유지관리 용역 입찰 놓고 공정성 논란

관련 업계 “입찰 출발선부터 공정하지 못해, 특정 업체를 위한 것”
한국도로공사 “‘국가계약법’ 등에 따라 투명한 입찰 진행, 문제없어”

신희섭 기자 | 기사입력 2022/05/25 [13:04]

[이슈분석] 고속도로 터널 유지관리 용역 입찰 놓고 공정성 논란

관련 업계 “입찰 출발선부터 공정하지 못해, 특정 업체를 위한 것”
한국도로공사 “‘국가계약법’ 등에 따라 투명한 입찰 진행, 문제없어”

신희섭 기자 | 입력 : 2022/05/25 [13:04]

 

한국도로공사가 올해 발주한 11개 권역의 ‘터널 환기 및 방재시설 유지관리 용역(이하 터널 용역)’ 입찰을 놓고 특정 업체에 유리한 조건으로 진행됐다는 공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터널 용역은 터널 내부에 설치된 시설물 관리의 효율성을 도모하고 터널 환경을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실시된다. 

 

한국도로공사(이하 도로공사)는 2년마다 자체 전자 조달시스템을 통해 권역 본부와 지사 등에서 관리하는 고속도로 내 터널 용역의 입찰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역시 1월부터 2월 사이 11건의 용역 입찰을 진행한 상태다. 발주 금액은 약 480억원 규모에 달한다.

 

시설 유지관리 업계 내에선 올해 진행된 도로공사의 터널 용역 입찰 진행 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업계는 입찰 과정에서 준용하는 사업수행능력평가기준에 민간부문 실적이 갑작스럽게 제외됐고 낙찰 업체의 투찰 사정률 평균이 103%를 넘는 건 쉽게 이해할 수 없다는 시각이다.

 

하지만 도로공사 측은 관련법에 따라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된 입찰이라는 입장을 내비치며 문제성을 부인하고 있다. <FPN/소방방재신문>이 관련 논란을 들여다봤다.

 

“입찰 조건부터 수상하다”는 관련 업계

 

올해 진행된 터널 용역 입찰은 현재 모두 마무리된 상태다. 1건을 제외하곤 기존에 해당 용역을 수행하던 업체 두 곳에서 모두 낙찰받았다.

 

업계에 따르면 계약자로 선정되기 위해선 투찰 가격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사업수행능력평가기준(이하 평가 기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야 한다.

 

관련 업계는 평가 기준에 담긴 평가 방법부터 공정하지 못했다는 주장을 펼친다. 입찰에 참여하려면 관련 법률에서 규정하는 기계설비공사업 면허와 소방시설관리업 면허를 모두 보유해야 한다. 단 기계설비공사업 면허를 가진 업체가 소방시설관리업 면허를 가진 업체와 분담이행방식으로 참여할 경우에도 입찰 자격을 갖춘 것으로 인정한다.

 

업계는 “도로공사가 면허 보유 여부를 업체의 입찰 자격요건으로 정해 놓고 별도의 유사용역 인정 범위라는 평가 방법을 평가 기준에 담아 업체의 참여를 제한하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입찰 평가 기준 내 업체평가 항목에는 유사용역의 인정 범위를 규정하고 있다. 환기시설의 경우 ‘도로법’에서 정하는 터널 기계설비분야(터널 내 환기 및 제연을 목적으로 하는 제트팬 또는 축류팬을 포함)의 유지관리용역과 기술용역(TABㆍ설계)만 해당한다.

 

업계 관계자 A 씨는 “입찰 자격을 갖춘 업체라 할지라도 유지관리와 기술용역 실적이 없으면 결국 평가 기준에서 점수를 받지 못하는 구조”라며 “유지관리와 기술용역은 실적으로 인정하면서 시공은 실적으로 인정해주지 않는 것도 아이러니”라고 말했다.

 

특히 A 씨는 “기계설비공사업 면허가 있는 업체 중 도로공사 측에서 발주한 환기시설의 시공 실적을 갖춘 곳만 해도 국내에 30여 곳이나 된다”면서 “이런 조건을 만들어 입찰참여를 제한하는 건 특정 업체 밀어주기로밖에 생각되지 않는다”고 쓴소리를 냈다.

 

일각에선 평가 기준 내 유사용역 발주기관 인정 범위를 갑작스럽게 공공부문으로 한정한 것도 특정 업체를 위한 거라는 시각을 내비치고 있다.

 

업계 관계자 B 씨는 “지난 회차 입찰까지만 해도 발주기관 범위에 민간부문이 포함돼 있었다. 과업이 변한 게 없는데 왜 제외했는지 모르겠다”며 “공공부문, 특히 도로 터널과 관련된 실적은 기존에 이 용역을 수행했거나 하고 있는 업체가 아니면 쌓기가 힘들다. 신규 업체는 아예 발조차 못 들이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C 씨는 “소방시설 면허를 보유한 업체의 경우 대부분이 민간실적만을 보유했거나 공공부문 실적이 있어도 미미한 수준이다”며 “도로공사가 제시하는 평가 기준에서 만점을 받을 수 있는 건 사실상 용역 참여 이력을 가진 몇몇 특정 업체밖에 없다. 이 입찰은 출발선부터가 공정치 못하다”고 했다. 

 

높은 투찰 사정률… “이해할 수 없어”

 

도로공사가 올해 진행한 터널 용역은 총 11건이다. 조달시스템에 접속하면 이 중 낙찰자가 선정된 용역 10건에 대한 입찰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낙찰받은 업체는 평균적으로 설곗값 대비 82.15~83.17% 정도로 투찰 금액을 제시한 것으로 확인된다.

 

관련 업계는 이 투찰 금액 역시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업계에 따르면 투찰 순위는 설곗값이 아닌 예정값을 기준으로 정해진다. 정부나 공공기관 등이 발주하는 용역이나 입찰은 대부분 설곗값의 ±2~3% 사이에서 예정값이 정해지는 게 통상적이다. 도로공사의 경우도 ±3% 사이에서 예정값을 정하고 있다. 

 

입찰 과정에선 이 예정값이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업체들은 저마다 각자의 셈법으로 사정률을 예측하며 투찰 금액을 산정한다. 이같은 사정률 예측이 잘못되면 투찰 순위 밖으로 밀려나거나 탈락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예정값을 모르는 상태에서 이뤄진 투찰 사정률로 보기엔 터무니없이 높은 수치로 입찰이 진행됐다는 게 업계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B 씨는 “설곗값과 낙찰 하한률은 입찰 참여 업체 모두에게 공개되는 자료로 설곗값으로 투찰 순위를 정하면 모두가 1순위 금액을 제시할 수 있다. 그래서 비공개 예정값을 정해 투찰 순위를 정하게 된다”며 “예정값은 낙찰이 종료되면 공개되는데 이를 통해 업체의 투찰 사정률을 분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용역에서 낙찰자로 선정된 업체의 투찰 사정률을 계산해보니 평균 103% 이상이 나왔다”며 “예정값도 모르는데 어떻게 이런 수치가 나올 수 있는지 의아하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타 분야의 조달 참여 기업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정부 입찰에 참여하며 사업을 수행하는 D 씨는 “정부나 공공기관 등에서 발주한 일반 경쟁입찰의 업체 투찰 사정률을 분석해 보면 대부분이 90~99% 사이다. 100%가 넘는 경우는 보기 힘들다”며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예상값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너무 높거나 낮은 금액으로 투찰할 경우 자칫 순위 밖으로 밀려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FPN/소방방재신문> 취재 결과 도로공사가 2020년 진행한 터널 용역에선 낙찰 업체의 평균 투찰 사정률은 94.6% 정도였다. 하지만 올해 진행된 입찰은 2년 전과 비교할 때 8%가량의 차이를 보였다.

 

도로공사 “’국가계약법’ 등 절차 준수하며 낙찰자 결정한 것”

 

도로공사 측은 이 같은 논란에 대해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을 <FPN/소방방재신문>에 공식적으로 밝혀왔다. ‘국가계약법’에서 정한 규정을 철저히 준수했고 논란 자체가 관련 업계의 오해에서 비롯됐다는 설명이다.

 

도로공사는 우선 전자 조달시스템을 통해 발주하는 모든 입찰은 ‘국가계약법’ 등에 따라 계약이행능력심사를 거쳐 낙찰자를 선정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입찰참여 자격에 시공 실적을 포함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고속도로 터널 환기시설 공사는 토목공사에 포함되기 때문에 유지관리에 대한 실증이 어렵고 일반 건설공사는 유지관리 용역 대비 고액으로 진행돼 대형사에 유리할 수 있다”며 “평가 기준이 2006년도에 제정된 이후 지금까지 시공 실적이 포함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또 용역수행 실적 인정 범위 중 발주기관으로 민간부문을 삭제한 건 실적 증빙자료에 대한 공신력 부족과 서류 위증 등의 부작용을 고려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방재(소방) 분야의 실적 인정 범위는 공공부문으로 국한하는 게 아니라는 해명도 내놨다. 도로공사 측은 “이는 업계와의 소통 부재로 인한 오해인 것 같다”며 “환기 분야의 점검대상은 제트팬과 차단문, 계측기 등으로 도로 터널에만 존재하는 특수 시설이기에 터널 환기만 실적으로 인정해주는 게 맞지만 방재(소방) 분야는 민간부문까지 인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터널 내에는 소화전과 소화기, 소방펌프 등이 설치된다. 이는 건축물 등에서도 일반적으로 쓰이는 설비이기에 유사용역 범위를 폭넓게 인정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낙찰 업체의 투찰 사정률이 높게 나온 이유에 대해 도로공사는 “적정대가 지급을 통해 용역의 품질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해 용역 적격심사 세부기준을 개정한 바 있다”며 “이로 인해 낙찰 하한률이 최대 7%P 상향됐고 낙찰 업체의 투찰 사정률 역시 지난 회차(2년 전) 입찰 때보다 높아진 것”이고 설명했다.

 

도로공사 측은 “터널 용역의 과업 대상인 고속도로 터널은 국민 안전과 직결돼 있어 적정 과업 수행을 위한 참여업체의 평가는 필수적으로 시행돼야 한다”며 “앞으로는 기술력 있는 업체의 신규참여와 용역 수행이 가능하도록 적극적으로 유도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신희섭 기자 ssebi79@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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