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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119] “많은 분의 따뜻한 마음 감사해 하면서 살아가겠습니다”

[인터뷰] 평택 화재로 순직한 고 이형석 소방경 딸 이유리 씨

유은영 기자 | 기사입력 2022/07/20 [10:00]

[Hot!119] “많은 분의 따뜻한 마음 감사해 하면서 살아가겠습니다”

[인터뷰] 평택 화재로 순직한 고 이형석 소방경 딸 이유리 씨

유은영 기자 | 입력 : 2022/07/20 [10:00]

 

2022년 새해가 시작된 지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은 1월 6일, 경기도 평택시의 한 물류센터에서 불이 났다. 

 

현장에 출동한 소방은 밤새 화재를 진압했다. 오전 6시 32분 초진을 선언한 소방은 7시 10분 대응단계를 해제했다. 잔불 정리와 인명검색을 위해 경기 송탄소방서 구조3팀 5명이 현장으로 들어섰다. 이게 불행의 서막이 될 줄은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갑자기 번진 불로 인해 고 이형석, 조우찬, 박수동 소방관이 현장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그렇게 그들은 하늘의 별이 됐다.

 

“아빠는 제게 친구 같은 존재였어요. 저와 떼어낼 수 없는 존재였죠. 제가 제일 존경하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제가 잘못한 게 있을 땐 확실히 훈육해 주셨는데 그래서 지금의 제가 있지 않나 싶어요”

 

 

방학이라 늦잠을 자던 고 이형석 소방관의 딸인 이유리 씨는 오전 8시 50분께 어슴푸레 눈을 떴다. 매일 같이 “밥 먹었니?”라며 안부를 묻는 아빠의 문자가 오지 않았다. ‘많이 바쁘신가 보다’란 생각에 다시 잠을 청하고 오전 11시께 눈을 뜬 그녀는 ‘평택에서 불이 났다’는 연락을 받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소방관 세 분이 실종 상태인데 송탄소방서 구조3팀이라는 뉴스 속보를 보고 마음을 다잡았어요. 연락이 끊긴 것 자체가 목숨과 연관돼 있으니까요. ‘세 분 중 한 분이 우리 아버지일 수도 있겠구나’란 생각이 들면서 뭔가 끊어진 듯한 기분이 들었죠”

 

소방관 가족으로 살아간다는 건 늘 불안함의 연속이었다. 혹시나 하는 기대로 간절하게 기도했지만 끝내 아버지는 돌아오지 못했다. 눈물조차 나지 않았다. 군대에 있는 동생에게 알려야겠단 생각에 연락했지만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장례식장에서 아버지 영정사진을 봤는데도 눈물이 안 나더라고요. 실감이 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러다 마지막 날 엄청 눈물이 쏟아졌죠.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게 그제야 실감이 나는 것 같아서 눈물이 멈추지 않았습니다”

 

 

유리 씨의 아버지인 고 이형석 소방경은 1971년생으로 1994년 소방관이 됐다. 성남소방서와 오산소방서, 화성소방서를 거쳐 2019년 8월부터 송탄소방서 119구조대에서 근무했다. 27년간 각종 화재 현장에서 인명구조 활동을 한 그는 아흔의 노모를 모시는 효자였다. 자식들에겐 친구 같은 아버지이자 직장 동료들에겐 매사 솔선수범하는 든든한 동료였다.

 

“장례식부터 분향소, 영결식까지 정말 많은 분이 순직한 세 분을 애도해 주시고, 슬퍼해 주시고, 응원해 주셔서 놀랐어요. 그분들이 계셨기에 버틸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장례식장에 오신 어떤 시민분은 ‘소방관은 우리 영웅이다. 그래서 찾아왔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정말 기억에 남습니다”

 

아버지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해야할 일도, 챙겨야 할 일도 많았다. 경황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 유족 중 한 분에게 연락이 왔다. “우리가 받은 걸 사회에 환원해 보자. 순직하신 세 분이 평택 송탄소방서 구조대에 계셨으니 근무지 쪽 청소년들을 지원해 보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하셨다.

 

“기뻤어요. 생각지도 못했는데 이렇게 값진 경험을 하게 돼서요. 선뜻 하기 힘든 일이지만 그런 뜻깊은 제안을 받은 것 자체가 정말 감사해서 주저하지 않고 바로 동참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유리 씨는 고 조우찬, 박수동 유족과 함께 순직 소방공무원의 고귀한 희생정신과 숭고한 뜻을 이어받은 평택지역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장학사업을 하기로 했다. 유족들은 각 5천만원씩 총 1억5천만원을 후원한다. 평택행복나눔본부를 통해 매년 선발된 장학생 50명에게 3년간 100만원씩 지원한다.

 

 

“경제적으로 힘듦이 있는 청소년들이 장학금을 바탕으로 조금 나은, 여유가 있는 삶으로 나아가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작은 바람이 있다면 아버지를, 그리고 조우찬, 박수동 소방관을 기억해 주셨으면 하는 거에요. 우리 곁에서 항상 소중한 생명을 구해내고자 노력하시는 모든 소방공무원 분들의 소명의식과 노고 역시 기억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서서히 일상으로 회복하고 있지만 이따금 슬픔이 밀려오는 건 어쩔 수 없다. 마음을 다잡을 때마다 ‘나는 아빠 딸이고 아빠 딸이니까 할 수 있다’고 되뇐다. 이렇게 다시금 힘을 낼 수 있는 원동력은 다름 아닌 많은 분의 지지와 응원에서 비롯된다. 

 

“영결식장에서 울고 있는 저를 안아 주셨던 소방관 유족분, 항상 응원해 주시는 송탄소방서 직원분들을 포함한 많은 소방관분 등 감사를 전해야 할 분이 너무나 많아요. 모든 분의 사랑과 관심 속에서 제가 잘 버텨내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늘 감사하는 마음 간직하면서 살아가겠습니다” 

 

 

유은영 기자 fineyoo@fpn119.c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2년 7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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