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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119] “구급대원 후배들에 희망 줄 수 있는 소방서장 되겠다”

[인터뷰] 전국 최초 구급대원 출신 김난희 경북 예천소방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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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누리 기자 | 기사입력 2022/08/22 [10:00]

[Hot!119] “구급대원 후배들에 희망 줄 수 있는 소방서장 되겠다”

[인터뷰] 전국 최초 구급대원 출신 김난희 경북 예천소방서장

최누리 기자 | 입력 : 2022/08/22 [10:00]


“‘119구조ㆍ구급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구급은 응급의료를 가미한 소방의 전문 분야로 확고히 자리 잡았어요. 구급이 국민에게 신뢰받는 만큼 구급대원으로서 첫 소방서장으로 임용돼 무한한 영광입니다. 한편으론 어깨가 무겁기도 합니다”

 

전국 최초로 구급대원 출신 소방서장이 탄생했다. 그 주인공은 2022년 7월 1일자로 경북 예천소방서장에 부임한 김난희 소방정이다.

 

 

소방관이 되기 전 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했던 김 서장. 그는 평소와 다름없이 환자를 돌보고 자리로 돌아오다 눈에 띄는 벽보를 발견했다. ‘전국 최초 경북소방 구급대 경력 간호사 채용’ 공고였다.

 

“직업군인이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항상 제복에 대한 존경과 동경이 있었어요. 간호사관학교를 지망할 정도였죠. 하지만 사정이 여의찮아 꿈을 접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공고문을 보는 순간 접었던 꿈을 다시 꾸기 시작했죠”

 

김 서장은 1994년 6월 119구급대원 특별채용에 응시해 합격했고 그해 6월 7일 1기 구급대원이 됐다. 그토록 꿈에 그리던 제복 공무원이 된 순간이었다.

 

“합격자 명단에 제 이름 석 자가 있는 걸 보고 너무 기뻤죠. 하얀 제복을 입고 임명장을 받았을 땐 가슴이 벅차올랐어요. 무엇보다 구급대원이란 새로운 길을 걷게 된다는 생각에 가슴이 뛰기 시작했습니다”

 

 

그토록 원하던 구급대원이 됐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당시 근무 체계는 24시간을 근무한 뒤 24시간을 휴식하는 2조 1교대였는데 비번날이라도 온전히 쉴 수 없었다. 여러 훈련에 참여해야 했기 때문이다.

 

“소방서에 살다시피 했어요. 근무를 마치면 소화전 점검을 나갔죠. 집에 들러 잠깐 눈을 붙이고 다시 소방서로 돌아와 훈련하는 게 일상이었습니다. 여름철 익수자가 발생해 며칠을 집에 가지 못한 적도 있어요. 그때마다 3년만 버티고 그만둬야겠단 마음이 굴뚝같았죠”

 

그러던 어느 날 댐 하천 하류에 아이가 빠졌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으로 급히 달려갔다. 구조된 아이는 의식이 없었다. 머릿속엔 어떻게든 살려야겠단 생각뿐이었다. 심폐소생술을 한 지 20분 정도 지났을까? 아이의 의식과 호흡이 돌아왔다.

 

“꺼져가는 생명이 다시 깨어나는 걸 눈으로 보면서 ‘내가 정말 값진 일을 하고 있구나’란 걸 다시금 깨닫게 됐어요. 그때부터 아무리 힘들어도 구조대상자를 내 손으로 살릴 수 있다는 보람과 기쁨을 진정으로 느낀 것 같아요. 소방이 천직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김 서장이 안전을 책임지는 예천군은 인구 5만6천명이 사는 소규모 지역이다. 하지만 주변으로 신도시가 빠르게 들어서면서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소방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화재 등 재난을 대비한 교육과 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봅니다. 이를 위해 화재 대피나 소방시설 관리 방법 등 맞춤형 소방 교육ㆍ훈련을 추진할 생각입니다. 신축 건축물이 많이 지어지는 만큼 소방시설이 제대로 적용됐는지를 초기부터 살펴보려고요”

 

구급대원 출신답게 고품질 구급서비스를 위한 고민도 깊다. 예천군엔 상급병원이 없어 중증환자가 발생하면 40분 거리의 안동이나 1시간 반 거리의 대구까지 이송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코로나19 상황에선 환자 수용 가능 병원이 부족해 이마저도 쉽지 않다.

 

“치료가 가능한 병원 선정이 어려워 이송 시간이 늘면 구급대와 환자가 느끼는 부담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환자가 희망하는 병원으로 이송하지 못할 때도 많아요. 현장 구급대가 환자를 정확히 평가한 뒤 적정 병원으로 이송하는 체계가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구급대원이 적정 이송 가능 병원 정보를 빨리 받아볼 수 있는 시스템이 있어야 합니다”

 

 

김 서장은 이를 실현하기 위해 도내 병원, 보건당국과 협의해 나갈 계획이다. 이송 시간 지체나 희망 병원으로 이송이 어려울 때 느낄 환자나 보호자의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시스템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구급대원 역할도 중요하다.

 

“가까운 병원에서 환자 수용이 곤란하면 다른 병원으로 이동해야 하기에 이송 시간이 지체될 수밖에 없습니다. 환자로선 불안한 게 당연해요. 현재 상황을 이해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설명한다면 환자나 보호자가 느끼는 불안감을 조금 덜어줄 수 있지 않을까요” 

 

예천소방서장으로 맡은 임무를 충실히 해내는 게 현재 최우선의 목표라는 김난희 서장. 그는 퇴임 후엔 ‘구급제도 정책전문가’로 활동하고 싶다는 꿈을 그리고 있다.

 

“정년퇴직 후 건강이 허락되면 우리나라 소방에 구급 분야가 생긴 이래로 늘 함께해 온 제 경력과 노하우를 살려 구급 발전을 위한 정책전문가로 활동하고 싶어요. 구급의 시작부터 발전과정을 지켜보고 역사를 함께 써왔으니 꿈꿔볼 만하지 않을까요. 그때까진 서장으로서 구급만이 아닌 소방 지휘관 역할에 혼신의 힘을 쏟겠습니다”

 



최누리 기자 nuri@fpn119.c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2년 8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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