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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현대프리미엄아울렛 화재, 우리가 알고 얻어야 할 것들…

한국안전인증원 박경환 소장(소방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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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안전인증원 박경환 소장(소방기술사) | 기사입력 2022/11/25 [10:12]

[특별기고] 현대프리미엄아울렛 화재, 우리가 알고 얻어야 할 것들…

한국안전인증원 박경환 소장(소방기술사)

한국안전인증원 박경환 소장(소방기술사) | 입력 : 2022/11/25 [10:12]

▲ 박경환 한국안전인증원 소장(소방기술사)  

지난 9월 26일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지하에서 발생한 화재로 7명이 사망하고 1명이 중상을 입었다. 이들은 모두 지하 1층에서 숨졌다. 화재 발생 두 달이 지났지만 당시 화재에 대한 정확한 원인과 스프링클러 작동 여부, 가연성 내장 단열재의 위험성, 피난(계단)문 폐쇄 여부, 방화셔터 동작 여부 등 여러 사안이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결과적으로 대형 사고로 이어진 이유는 여러 요인의 복합적인 문제가 있었을 거로 판단된다. 이 중 가장 심각한 문제로 추정되는 건 방화문의 폐쇄 여부일 거다. 피난을 방해한 결정적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화재 피해를 키운 요인은 다양하다. 어떤 부분이 문제였을까. 그리고 유사 사고 방지를 위해 우린 무엇을 고민해야 할까. 

 

인명피해 키운 요인은 뭐였나 

막혀버린 피난 경로 ‘계단문과 방화셔터’ = 백화점이나 아울렛 같은 대규모 매장은 개장시간 이전 상품 도난을 방지하기 위해 이용객의 이동 동선을 차단한다. 이용객의 동선 차단 외에도 직원들의 이동 경로 역시 철저히 단속하는 게 통상적이다. 개장 전 상품들이 입고되는 과정에서 검품과 사람의 동선도 최소화해야만 보안이 지켜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대아울렛도 이런 특성에서 예외일 순 없었을 거다. 사고 당일에도 중앙에 위치한 에스컬레이터 3개소는 물론 상품 하역장과 연결되는 직원 동선상 피난계단은 1개소만 개방되고 나머지는 모두 Electric Door Lock에 의해 차단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 지하주차장 형태와 사망자 발견 위치  © FPN/소방방재신문


이 추정은 사망자 7명 모두 현대아울렛 노동자였고 사망 위치가 피난구 근처 또는 승강기 내부라는 점에서 유추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화재감지기가 동작하면 Electric Door Lock 해정 기능이 작동하게 된다. 하지만 실제로는 보안 시스템 연동 신호를 정지시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천장 단열재로 사용된 가연성 우레탄폼 = 지하주차장 천장은 1층으로의 열 손실을 줄이기 위해 경질우레탄(발포)을 사용한 뒤 그 위에 흡음뿜칠을 했다. 천장에서 바닥으로 고체의 우레탄폼이 녹으며 연속적으로 불똥이 떨어지는 영상 기록들에선 우레탄폼을 통한 급격한 화재 확대를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 화재 발생 전 주차장의 모습과 화재 당시 하역장 쪽에서 불이 확산되는 모습


우레탄폼의 연소는 다량의 맹독성 가스인 HF, HCl, HBr와 일산화탄소를 발생시킨다. 동시에 짙은 농연은 급격히 시야를 가려 피난 경로를 차단할 수밖에 없다.

 

준비작동식 스프링클러 미작동 = 과거 여러 번의 주차장 화재에서 연속적으로 지적되는 문제는 준비작동식 스프링클러의 미동작이다. 아직 결과가 발표되진 않았지만 현대아울렛 역시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공개된 화재 당시 영상에 따르면 CCTV 하역장에 세워진 차량 하단 쪽에서 화재가 시작되지만 이를 제어하거나 진압하진 못했다. 이는 스프링클러가 제 기능을 하지 못했을 거란 추정을 하기에 충분한 근거다. 

 

실제 스프링클러가 동작하지 않으면 화재를 억제(소화)할 수 없고 결국 대형 화재로 이어지게 된다. 스프링클러의 설계 적정성은 물론 유지관리 측면의 다양한 문제를 세밀하게 따져 봐야 하는 상황이다.

 

지하주차장에 없던 제(배)연설비 = 지하주차장 면적은 약 3만5천㎡로 대단히 큰 공간이었다. 하지만 방화구획을 적용하지 않아 하역작업과 일과를 준비하던 직원들에게 연기는 빠르게 확산할 수밖에 없었을 거로 추정된다.

 

▲ 대전 현대프리미엄아울렛 화재 시 지상층 밖에서 진압 활동을 벌이고 있는 소방관들


분출하는 연기로 인해 소방대가 지하로 진입하는 게 어려워 구조 작업도 지연됐다. 만약 적절한 제(배)연설비가 있었다면 연기를 외부로 배출하고 소방대가 진입하는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유사 사고 방지, 어떤 대책 필요할까

이번 사고는 가연성 단열재를 사용한 건축 자재 문제와 구획되지 않은 대공간에서의 연기 확산, 스프링클러 미동작이 중첩되면서 피해가 컸던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앞으로 이런 화재사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측면과 기술적 측면의 보완이 동시에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우린 어떤 대책을 고민해야 할까.

 

단순 점검 넘어 진단 개념 접근해야 = 이번 화재사고의 문제를 왜 불이 났는지에 초점을 맞춰선 안 된다. 그보다는 효과적인 대응에서 왜 실패했는지를 쫓아야 한다.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 역시 화재 원인을 떠나 포괄적이고 종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소방시설의 유지관리에서 그칠 게 아니라 건축물의 방화구획과 방범, 제연, 피난대책 등 다각적인 분석과 검토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대안 중 하나는 건축, 구조, 전기 분야에서 시행하는 안전진단제도와 유사한 개념을 갖는 거다. 화재의 발생과 확산, 대응, 예방을 위한 활동에서부터 조직, 경영자의 투자 등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체계가 제도적으로 마련돼야 한다.

 

소방시설의 정상 여부만을 살피는 ‘작동기능점검’이나 ‘종합정밀점검’ 또는 소방서의 조사 등 육안점검과 시설의 작동시험만으로는 유사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따라서 화재안전과 관련한 모든 위험요소를 종합적으로 진단하고 이를 공학적으로 검증하는 체계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수많은 위험요소를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건 불가능하다.

 

주차장 제(배)연설비 도입해야 = 현대아울렛 건물의 연면적은 13만㎡다. 20만㎡ 미만이기 때문에 ‘성능위주소방설계’ 대상물이 아니었다. 보통 성능위주설계 대상물은 지하주차장 화재 시 연기를 배출하거나 제어할 수 있는 시설을 적용하도록 제안하고 심의를 통해 설계의 적정성을 평가한다.

 

그렇다고 성능위주소방설계 대상 연면적을 낮춰 제연설비를 적용하기보다는 ‘방화구획 완화 건축물’의 지하주차장은 독립적인 제(배)연설비를 적용하도록 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 주차장 제(배)연 설비의 개념

 

지하주차장의 제(배)연기준은 ‘기계설비 기술기준’에서 정하는 바닥면적 ㎡ 당 27CMH를 참고할 수 있다. 제연설비의 환기 횟수는 중국(싱가포르·말레이시아)이 6회, 미국은 단위 ㎡ 당 18CMH(6회), 호주(뉴질랜드)는 10회 이상이다. 또한 환기팬의 내열기준, 전기배선의 내화배선 적용, 비상전원 연결ㆍ경보설비(스프링클러)와 연동제어 등 기술적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우레탄폼 단열재 사용 제한해야 = 우레탄폼은 연소속도가 매우 빠르고 점화온도가 낮아 작은 에너지에도 불이 쉽게 붙어 위험성이 매우 크다. 게다가 연소 시 발생하는 연기에는 HF, HCl, HBr 등 독성가스가 가득하다. 하지만 단열성능이 뛰어나고 가벼우며 시공성과 취급까지 쉬워 건축재료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대부분의 대형 화재 시 인명피해는 연기 흡입에 의한 질식사다. 따라서 위험한 단열재의 사용 자체를 규제하지 못한다면 화재 노출이 우려되는 곳에 불연성 재료를 추가로 적용해 쉽게 점화되지 않도록 하는 등의 제도 개선이 요구된다. 

 

미국의 경우 화재시험을 통해 안전성능이 확인되는 경우에만 복합재료로 사용이 가능하다. NFPA 265에선 바닥 면 복사열류량 25kW/㎡ 이내, 천장온도 650℃ 이내, 화염분출이 없는 걸 사용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호주(뉴질랜드)에서도 50㎜ 이상의 석고판 또는 콘크리트판으로 가연성 단열재를 덮어야만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제한다.

 

준비작동식 스프링클러 신뢰성 가져야 = 지하주차장에 준비작동식 스프링클러를 사용하는 주된 이유는 배관에 물이 채워져 있을 때 겨울 동파를 우려해서다. 습식 스프링클러 방식과 달리 준비작동식 스프링클러는 감지기 동작과 함께 압력을 해정하는 솔레노이드밸브가 동작하는 두 가지 과정이 추가로 필요하다. 북미에서는 일반적으로 이런 장소에 건식 스프링클러설비를 사용하지만 상대적으로 유지관리가 어려워 국내에선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2022년 8월에 발생해 677대의 차량 피해를 입힌 천안 주상복합 지하주차장 화재를 비롯해 11월 전기차 충전 중 발생한 화재, 2013년 의왕 아파트 지하주차장 화재 등 모두 준비작동식 스프링클러가 동작하지 않아 큰 물적 피해가 났다.

 

따라서 준비작동식 스프링클러의 신뢰성을 확보하는 방법 또는 습식(건식) 스프링클러로 변경하는 방법에 대한 기술적 고찰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일방적으로 준비작동식을 불허하는 규제는 유지관리나 비용의 측면에서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소방안전관리자 지원제도 = 소방안전관리자는 법적으로 소방계획서 작성과 자위소방대 구성ㆍ운영ㆍ교육, 피난시설, 방화구획ㆍ방화시설 유지관리, 소방훈련ㆍ교육, 화기취급 감독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그러나 소방안전관리자는 관계인에게 경제적으로 예속돼 있기에 문제가 발생해도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그 결과로 대형 화재에서 적절하게 동작하지 않는 소방, 방화, 피난시설이 나오기도 한다. 

 

법에서는 소방안전관리자가 관계인에게 안전조치를 하도록 요청할 수 있고 불응하면 소방관서에 신고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으로 충분하게 소방안전관리자가 보호받긴 어렵다. 

 

따라서 소방안전관리자가 적극적으로 안전관리를 수행할 수 있는 지원체계가 필요하다. 그중 하나로 ‘한국소방안전원’과 같은 기관이 안전관리자를 법률적, 경제적으로 지원하는 제도가 시행되면 좋을 거로 생각한다.

 

민ㆍ관 협력 통해 해결법 찾아야 = 현대아울렛 지하주차장 화재에서 인명피해가 컸던 원인으로는 여러 가지 문제를 꼽을 수 있다. 다양한 대안을 고민하는 이유는 유사 사고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지하주차장 화재에 대응하기 위한 올바른 교훈을 얻는 게 중요하다. 

 

무엇보다 지하주차장 화재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선 민간 기술자들과 소방공무원의 협력이 필요하다. 안전 정책ㆍ안전기술은 동전의 양면이다. 안전규제와 민간기술이 상호 보완적이면서도 종합적으로 작동해 화재 예방과 대응의 사각을 메울 수 있는 대책이 마련되길 바란다.

 

한국안전인증원 박경환 소장(소방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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