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PANY+] “기술력으로 평가받겠다” 특장 업계 새바람 (주)지브이티기업부설연구동 운영… 국내 유일 550마력 테스트 엔진 보유
|
기술개발을 위한 거침없는 투자와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최근 소방특장차 시장에서 주목받는 기업이 있다. 바로 (주)지브이티(대표이사 홍창기)가 그 주인공이다.
2011년 설립된 지브이티는 경쟁사들에 비해 역사가 짧다. 그렇다고 실력이 부족한 건 아니다. 놀랍게도 이 기업은 소방에서 주력으로 사용하는 펌프차와 물탱크차, 화학차, 구조공작차를 비롯해 항공기급유차, 구급차를 만드는 기술력까지 모두 갖췄다.
소방 특장 업계는 노후소방차 교체 사업이 한창이던 2015년부터 2017년 사이 호황을 누렸다. 조달청의 다수공급자계약(MAS) 방식으로 구매가 이뤄지면서 업계는 적정 마진을 보장받을 수 있었고 대기업의 시장 개입도 막혀 있었다. 말 그대로 황금기였다.
지브이티 역시 이 기간 급성장한 기업 중 하나다. 시기적으로 운도 따랐지만 기업이 성장할 수 있었던 진짜 이유는 보유 기술력의 우수성 때문이다.
당시 소방 차량은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의 KFI 인정을 획득해야만 조달청과 MAS 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 대상 차량은 펌프차와 물탱크차, 화학차, 구조공작차 등으로 세분화하면 모두 13종에 달했다. 모든 품목 조달청 계약을 완료한 업체는 지브이티가 유일했다.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첫걸음 ‘사업 다각화’
지브이티는 ‘Global Vehicle Technology’의 약자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특장 기술을 갖춘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임직원 모두의 염원이 담긴 문구기도 하다.
설립 10주년이 되던 2020년. 지브이티는 글로벌 시장 진출의 목표 실현을 위해 첫걸음을 내디뎠다. 바로 사업의 다각화였다. 소방에 집중된 업무 영역부터 확대해야 한다는 판단에 항공기급유차 개발을 시작했다.
항공기의 경우 가스터빈 엔진용으로 생산되는 전용 연료를 사용한다. 이 연료는 가솔린이나 등유보다 취급이 까다롭다. 항공기급유차 제작에 정밀한 기술력이 요구되는 이유다.
지브이티에 따르면 항공기급유차는 소방에서도 사용하지만 군과 경찰, 산림청은 물론 항공기를 운영하는 민간기업에서도 사용한다. 그만큼 시장이 크다.
항공기급유차 개발은 성공적이었다. 2020년 충북소방을 시작으로 산림청과 경기도, 부산소방에 연이어 납품했다.
사업 다각화 계획은 구급차 개발로도 이어졌다. 지브이티에 따르면 개발이 완료된 구급차는 보완점 몇 가지를 개선하는 과정만 남았다. 지난 8월에는 대구에서 열린 국제소방안전박람회에 참가해 처음으로 시제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지브이티 관계자는 “박람회장을 찾은 많은 구급대원이 시제품을 살펴봤고 평가 역시 긍정적이었다”며 “시장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설연구동 운영… 550마력 테스트 엔진 보유
부설연구동은 지브이티가 보유한 가장 큰 자산이다. 차량에 적용하는 특장 기술이 모두 부설연구동에서 개발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소방청은 소방차량 5종(펌프, 고가, 물탱크, 화학, 구조)의 검인증 제도를 KFAC 인증으로 전환했다. KFAC 인증은 ‘소방장비관리법’ 시행에 따른 후속 조치로 소방장비 기본규격에서 요구하는 성능 이상의 제품을 기업이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지 심사한 뒤 인증을 부여하는 제도다.
KFAC 인증과 관련된 업무는 모두 부설연구동에서 담당한다. 이와 함께 소방펌프와 방수총, 관창 등 수입품에 대한 검ㆍ인증 절차와 기술특허 관리도 모두 부설연구동에서 처리한다.
지브이티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불경기 속에서도 기술개발을 위한 투자를 이어갔다. 대표적인 게 바로 압축공기포 소화장치 CAFS(COMPRESSED AIR FOAM SYSTEM)와 소방펌프 등의 성능을 시험하는 테스트 모듈이다.
지브이티는 이 장비를 이용해 소방차량이 검인증 과정을 거쳐 출고되기 전까지 항시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관리하고 있다.
고용량 소방펌프를 테스트할 수 있는 550마력 독립 엔진도 자랑거리다. 국내에서 이 펌프를 보유한 특장 업체는 지브이티가 유일하다.
한글지원 컨트롤러 탑재 ‘CAFS 소방펌프차’
지난 2019년 소방청 국정감사에선 물로만 화재를 진압하는 방식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건축물이 초고층ㆍ대형화, 지하화되고 있는 요즘 시대에 6~70년대의 소방전술을 그대로 적용하는 건 걸맞지 않다는 거였다.
이듬해 소방청은 절수는 물론 화재진압 효과가 탁월한 CAFS 탑재 소방펌프차의 보급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CAFS 소방펌프차가 도입된 배경이다.
CAFS는 포 수용액에 공기를 주입, 폼에 안전막을 형성해 산소를 차단하고 연소체에 포 수용액을 침투ㆍ흡착시켜 화재를 진압하는 시스템이다. 미국과 독일, 일본 등 선진 외국에선 이미 1998년부터 현장에서 사용하고 있다. 특히 독일과 일본은 대부분의 소방차량에 CAFS 탑재를 의무화하고 있다.
지브이티는 지난 2018년 국내에서 세 번째로 CAFS 개발에 성공했다. 2020년엔 우수한 기술력을 인정받아 소방산업대상에서 소방청장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지브이티의 CAFS는 시스템 모듈의 시인성을 높이기 위해 대형 모니터를 사용한다. 조작반 내 설치된 한 개의 전용 컨트롤러로 운용 현황을 전반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컨트롤러에는 한글이 지원되고 펌프 룸 내 일체형 배관을 사용해 별도의 설치 공간이 필요치 않다는 점도 특징이다.
‘품질로 승부하겠다’ 구급차 시장 출사표
지브이티가 만든 구급차는 타사 차량 대비 시인성이 우수하다. 업계에서 가장 많은 파워 LED 모듈(50개)을 경광등에 적용했다. 운전자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국내 최초로 8inch 중앙집중 터치식 디스플레이 컨트롤러를 탑재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여름철 뜨거운 태양열로 환자실 내부 온도가 급상승하는 걸 방지하기 위해 루프 열 차단 패드를 장착했다. 장비 적재의 편리성을 높이기 위해 네트형 수납함도 적용했다.
환자실 내부 천장에는 대형버스 등에 설치하는 대용량 송풍벤트를 설치했다. 에어컨 풍량이 부족했던 기존 구급차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다. 필터 교환이나 공조 장치의 점검ㆍ수리 등이 쉽도록 탈부착식 서비스 커버를 적용하기도 했다.
지브이티 관계자는 “구급활동에 있어 구급차는 가장 기본이 되는 장비이자 핵심 이송수단으로 선진국 수준의 전문적인 구급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그에 걸맞은 차량이 꼭 필요하다”며 “내년도 시장 진입을 목표로 조달청과의 MAS 계약도 완료한 상태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만큼 성능과 품질이 우수한 차량을 공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특장 분야에서 기술력으로 인정받는 100년 기업 만들겠다”
[인터뷰] 홍창기 지브이티 대표이사
“선진외국의 경우 오랜 역사와 전통, 기술력을 보유한 특장 기업이 많습니다. 애석하게도 우리나라엔 아직 100년 기업이라고 불릴 만한 곳이 없죠. 직원들이 평생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기업을 만드는 게 최종 목표입니다”
지난 5월 지브이티는 한국소방산업기술원으로부터 KFI 인정을 획득하며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로 소방용 특수구급차를 생산하는 기업이 됐다. 화재진압과 구조는 물론 구급 현장에서 사용하는 차량 제작 기술을 보유한 국내 최초의 기업이 된 셈이다.
홍창기 대표는 1998년 항공기급유차를 생산하는 가나공항산업에 입사한 후 기술영업을 담당하며 특장에 관한 공부를 시작했다. 이후 2004년 소방사다리차를 생산하는 기업으로 이직하면서 본격적으로 소방과 인연을 맺었다.
하지만 소방사다리차 기업에서의 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생각지도 못한 사고가 발생하면서 기업 경영이 급격히 어려워진 탓이다. 경영진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직원들은 하나둘 회사를 떠나기 시작했다. 홍 대표 역시 이 시기 퇴사를 결심했다.
퇴사 후 홍 대표는 마음이 맞던 직원들과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지브이티의 탄생 배경이다.
“처음엔 실업급여를 받으며 아르바이트부터 시작했습니다. 특장 업계에서 A/S 등의 일감을 받아 하루하루 처리해주는 일이었죠. 그렇게 자금을 모아 조그마한 창고를 얻어 본격적으로 특장차 제작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시작은 어려웠지만 지브이티는 이후 승승장구하며 사세를 확장해 나갔다. 특장 기술이 우수하다고 소문나면서 민수기업에서도 지브이티를 찾기 시작했다.
창고에서 일을 시작할 때만 해도 지브이티의 직원은 홍 대표를 포함해 4명뿐이었다. 지금은 20명이 넘는 직원이 함께 일하고 있다. 지난해엔 코로나19 장기화와 경기불황 등의 어려움 속에서도 16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성과를 거뒀다.
“내년도 시장 진입을 목표로 구급차 사업 준비에 한창입니다. 글로벌 시장 진입을 핑계로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사실 직원들에게 더 안정적인 일자리를 보장해주고 싶은 게 진짜 이유죠. 기업 경영이 어려워지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직원들 몫이 됩니다. 그 일을 직접 겪어봤기에 누구보다 잘 알고 있죠”
홍 대표는 구급차 사업 시작과 함께 제2공장 설립을 준비 중이다. 지금의 공장보다 2.4배 큰 부지도 확보한 상태다. 코로나19 장기화와 반도체 수급 문제, 환율 상승 등으로 특장 업계 모두가 움츠리고 있지만 홍 대표는 오히려 이 시기를 기회로 삼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소방 특장차의 경우 완성차 업체로부터 차대를 공급받아 현장 활동에 필요한 전장 장치, 소방펌프 등의 특장을 올려 최종적으로 현장에 전달합니다. 올해는 경기불황에 반도체 수급 문제까지 겹치면서 업계의 어려움이 그 어느 때보다 컸습니다. 하지만 내년부턴 상황이 달라질 겁니다. 차대 공급도 다시 예전처럼 수월해 질 전망입니다. 품목이 많아진 만큼 준비해야 할 게 많다고 판단했습니다. 무엇보다 고객에게 최상의 제품을 제공하기 위해선 우리의 제조 환경부터 개선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홍창기 대표는 누구보다 기업의 미래에 대한 목표가 뚜렷하다. 고객에겐 항시 최상의 제품을 공급하고 직원들에겐 최적의 근무 여건을 제공하는 거다. 이런 목표를 이루려면 무엇보다 탄탄한 시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나라 특장 시장은 아직 불안한 요소가 많습니다. 특히 소방 분야만 해도 매년 차량 구매량이 들쑥날쑥하죠. 더욱이 최근엔 너무 빠른 정책 변화로 인해 특장 업체들이 난처해지는 일도 많이 발생합니다. 빠른 정책 변화는 오히려 기술 발전이 아닌 로비 등 불법적인 영업을 만연하게 할 뿐입니다. 특장 업계가 탄탄한 시장 속에서 건전한 경쟁을 통해 발전할 수 있도록 정부가 스탭을 맞춰주길 기대해 봅니다”
신희섭 기자 ssebi79@fpn119.c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2년 12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