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넓고 넓은 우주에 오로지 생명체라고는 지구인 밖에 살고 있지 않다면 얼마나 큰 공간의 낭비일 것인가”
코스모스의 저자 칼 세이건이 한 말이다. 우주의 크기는 대략 130억 광년이다. 빛의 속도로 130억년을 달려야만 도달할 수 있는 거리다. 하지만 이후 이 우주의 끝에는 또 무엇이 있을까. 이런 생각에 생각을 무는 질문들은 과연 인간의 호기심의 끝은 어디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지구 이외에 지적인 생명체가 존재할 곳으로 추측되는 곳은 네 군데 정도다. 알파 센타우리와 입실론 에리다니, 입실론 인디, 타우세티 등이다. 이 중에서 SF영화에 주로 등장하는 곳이 알파 센타우리다.
알파 센타우리는 지구로부터 4.37광년(41조3천억㎞) 떨어져 있다. 빛의 속도로 달릴 수 있는 우주선이 있다고 해도 알파 센타우리까지 가기 위해선 4.37년이 걸린다는 뜻이다.
기술이 발달한 먼 미래에 우주여행을 꿈꾸고 있는 인류는 아인슈타인 덕분에 절망을 경험하게 된다. 모든 양의 질량을 가진 물체는 빛보다 빨리 이동할 수 없다는 그의 이론 때문이다. 아무리 빠른 우주선도 초속 30만㎞ 이상으로 달릴 수 없고 광속에 가깝게 달리는 우주선은 질량이 무한대로 커진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의 이론에 반한다 하여 과학적으로 전혀 불가능한 건 아니다. 영화 아바타에 등장하는 우주왕복선이 알파 센타우리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7년으로 광속도의 70%까지 가속이 가능하다.
반물질 엔진을 사용하는 이 우주선은 먼 미래의 이야기로 그전에 많은 우주선의 모형이 제시됐는데 핵연료 우주선도 그중 하나다.
이 우주선은 기존에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아폴로 11호에 비하면 말할 수 없이 빠르다. 재래식 화석연료가 아닌 핵연료를 추진체로 사용하는 우주선은 광속에 3.3%까지 가속할 수 있다.
기존의 아폴로 11호의 속도는 광속의 0.0037%에 불과했다. 아폴로 11호가 달까지 가는 데 4일이 걸렸는데 핵연료를 사용한다면 불과 몇 분이면 갈 수 있다. 1950년대 미국 NASA에서는 실제로 이와 같은 엔진 개발에 착수한 적이 있다. 이른바 오리온 프로젝트다.
핵연료 우주선 오리온 이 발상은 1881년 러시아의 폭발물 전문가 리콜라이 카르바치치가 처음 제안했다. 1946년 미국의 수소폭탄의 개발자인 스타니스와프 마르친 울람에 의해 최초로 고안됐다. 실제로 미국은 1947년 맨해튼 프로젝트를 연구한 로스앨러모스에서 이 미친 계획을 착수한다.
당시 행성 간을 운행할 수 있는 슈퍼오리온 우주선의 경우 질량만 800만t이고 하나의 질량이 3천t인 핵연료를 1080개나 실어야 했기 때문에 핵연료의 질량만 324만t이나 됐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발상 자체가 미친 짓이었다. 냉전시대의 정치적인 이슈도 큰 문제였지만 우주선을 발사하는 과정에서 방사선 낙진문제가 거론됐다.
수백만t의 핵연료를 실은 우주선이 발사에 실패했을 때 그 파장은 인류를 멸망시키고도 남을 위험한 시도였다. 결국 1963년 핵실험 금지 조약(우주에서의 핵실험 금지)으로 인해 프로젝트는 종료되고 만다.
과학자들이 그다음에 생각해낸 건 다이달로스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영국에서 시작됐다. 다이달로스는 항성 간을 여행하는 우주선으로 핵융합 엔진을 사용한다. 핵융합에너지를 사용하면 광속의 13%까지 가속할 수 있다. 오리온 우주선보다 네 배 빠르다.
하지만 인류의 핵융합 기술은 아직 미완성 상태다. 2020년 한국의 핵융합발전인 K-star라는 인공태양이 세운 기록이 1억℃에 20초 유지였고 2021년 중국이 1억2천만℃로 101초 유지 성공했을 뿐이다.
또 다른 문제는 연료인데 다이달로스를 5.5광년 떨어진 버나드 성계까지 보낸다고 했을 때 우주선의 질량은 5만4500t, 연료가 5만t으로 우주선 대부분을 연료로 채워야 한다.
인류는 그 후 연료탱크가 필요 없는 버사드 램제트 프로젝트를 개발하기 시작한다. 이 기술은 미국의 로버트 버사드라는 물리학자가 제안한 것으로 우주에 떠도는 수소를 연료로 사용한다. 항해에 필요한 연료를 우주 공간에서 채취하므로 연료비용이 들어가지 않고 무거운 연료탱크를 만들 필요도 없다.
우주 공간 1㎥에는 수소원자 2개가 들어있다. 버사드 램제트 엔진은 초기 가속을 통해 우주선 속도를 광속의 1%까지 끌어올리고 광속의 1% 이상 속도가 되면 수소포집기를 열어 우주 공간에 무한정 분포된 수소를 빨아들여 핵융합 엔진을 돌린다.
우주선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수소의 유입속도도 빨라지기 때문에 광속의 30%까진 달릴 수 있다. 이 속도로 비행이 가능하다면 빛의 속도에 가까운 아광속 비행까지도 가능하다. 무게도 다이달로스에 비해 1천t이면 가능하다.
문제는 우주선의 초기가속도가 수소를 포집하기에 충분한 광속의 1% 속도를 내야 하고 수소포집기의 지름이 최소 96㎞ 이상이 돼야 한다는 점이다.
칼텍의 킵 손(Kip Thorne) 교수가 제안한 우주선이다. 1985년 칼 세이건이 소설 콘택트를 쓰고 있을 때 킵 손에게 자문을 요청했다. 그는 웜홀을 이용한 우주여행을 제안한다.
세이건은 그의 조언대로 웜홀을 이용해 주인공인 애로웨이 박사를 베가(Vega)라는 별로 보낸다. 그 후 킵 손은 1988년에 ‘미국물리학회지’에 ‘시공간의 웜홀과 항성 간 여행 때의 사용법’이라는 논문을 발표한다.
웜홀은 블랙홀 2개를 이어붙여 공간을 휘어지게 만들어 서로를 연결해 주는 지름길이다. 인류가 버사드 램제트 엔진을 개발하더라도 타우세티까지 가기 위해선 35년이 걸린다. 하지만 웜홀을 이용하면 빛보다도 빨리 갈 수 있다.
웜홀 우주선은 음의 에너지(negative energy)라고 불리는 특이물질(Exotic matter)을 연료로 한다. 이 물질은 질량이 음수이기 때문에 중력과는 반대로 서로를 밀어낸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따라 중력이 반대로 작용하기 때문에 웜홀 유지가 가능하다. 이론뿐 아니라 실제 실험을 통해 음의 에너지를 소량 생산하는 것도 성공했다. 문제는 에너지의 양이다. 사람의 몸이 통과할만한 90㎝ 격경 웜홀을 만들려면 목성의 질량과 맞먹는 음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워프 우주선은 공간을 일그러뜨려 4차원으로 두 점 사이의 거리를 단축시키는 이른바 축지법과 같은 우주여행이다. 워프 우주선은 반물질을 연료로 사용한다. 반물질은 물질과 반응하면 광자에너지가 만들어지고 우주의 시공간이 왜곡된다.
워프 우주선 앞에 설치된 방어막 생성기는 앞쪽의 공간은 압축하고 뒤쪽의 공간은 확장시킨다. 이렇게 하면 빛보다 빠른 여행이 가능하다.
빛보다 빠른 속도로 나르는 우주선은 상대성이론에 위배된다고 하는데 멕시코의 물리학자 미겔 알쿠비에레에 의하면 상대성이론을 위반하지 않고서도 여행이 가능하다.
그가 1994년에 발표한 왜곡거품 이론(Warp-bubble theory)에 따르면 반물질의 반응으로 발생한 광자에너지가 우주선 주변에 시공간을 왜곡시키면 왜곡 거품이 발생하는데 이 거품에 둘러싸인 우주선 내부는 외부세계의 물리법칙에 적용받지 않게 된다.
이 이론을 적용한 우주선이 알쿠비에레 엔진, 일명 워프 엔진이다. 실제 NASA에서는 미 국방성과 공동으로 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우주선이라면 알파 센타우리까지 2주면 갈 수 있다.
2022년 10월 노벨 왕립 스웨덴 과학한림원(Kungliga Vetenskapsakademien)은 양자 얽힘을 연구한 프랑스의 알랭 아스페 교수(Prof. Alain Aspect)와 미국의 존 프랜시스 클라우저 교수(Prof. John Francis Clauser), 그리고 오스트리아의 안톤 차일링어 교수(Prof. Anton Zeilinger)에게 노벨 물리학상을 수여했다.
스웨덴 한림원은 이들이 양자 얽힘 현상을 밝혀냄으로써 새로운 양자 정보기술과 새로운 물리학 분야를 개척했다고 평했다.
지금까지 소개한 공간이동방법 외에 연구되는 또 다른 기술은 양자원격 전송(Quantum teleportation)이다. 인류는 1990년대 초 IBM의 찰스 베넷이라는 과학자에 의해 광자(photon)의 원격전송에 성공했다.
2016년에는 중국이 쏘아 올린 양자통신위성(묵자호)에서 1200㎞ 떨어진 티벳 고원의 과학기지로 양자 정보를 이동시키는 데도 성공했다.
이후 중국은 2018년에도 7600㎞ 떨어진 베이징과 비엔나에서 이미지 파일의 양자 정보를 주고받는 실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한다. 이러한 전송이 가능하다면 이제 곧 사람도 순간 이동시키는 게 가능한 날이 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간의 몸을 원격 전송하는 건 생각보다 매우 까다로운 일이다. 주기율표에는 총 118개의 원소가 등장한다. 하지만 93번 이상의 원소들은 입자가속기에서 만들어진 원소들로 반감기가 짧아 생성 후 바로 소멸된다.
따라서 자연계에 존재하는 원소들은 사실 92개가 전부다. 이런 원소 중에서 인체를 구성하는 원소는 27개뿐이며 그중에서도 탄소(C)와 수소(H), 산소(O), 질소(N) 등 4개의 원소가 세포 질량의 99%를 차지한다. 4개의 원소 중 가장 많은 건 산소로 65%를 차지하고 있으며 탄소(18.5), 수소(9.5), 질소(3%) 순이다.
인간의 의식을 데이터로 전송할 수 있다 하더라도 먼저 인간의 신체를 전송할 정도의 기술 수준까지 가려면 인간의 DNA 정보를 비롯해 각 세포 원자단위의 구성비율까지 완벽하게 연산할 수 있어야 한다. 사람의 몸을 구성하는 원자의 개수는 10²⁸개다.
따라서 엄청난 연산이 가능한 초당 테라비트의 정보를 취급할 수 있는 슈퍼컴퓨터를 사용한다 해도 이 정보를 연산하는 데에만 수억년 이상이 걸린다.
또 어떤 물체를 순간 이동시킬 때 원자 위치와 속도를 정확히 계산할 수 있어야 하는데 고전역학에서는 이게 가능하지만 양자역학에서의 불확정성 원리에 의하면 이 둘을 동시에 알 방법은 없다. 즉 위치를 알면 속도를 알 수 없고 속도를 알면 위치를 알 수 없다.
결국 과학기술이 양자 전송을 구현할지라도 사람을 순간 이동시키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 될 거다. 하지만 향후 초당 수천만 테라비트까지 연산할 수 있는 양자컴퓨터가 개발된다면 전혀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2022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들은 이를 가능케 한 사람들이었다.
양자 얽힘 양자 얽힘 현상은 제5차 솔베이 회의 때 아인슈타인과 닐스 보어가 격돌한 이후 매우 논란이 되는 이슈였다. 양자는 관측 전까진 모든 상태가 중첩돼 있어야 한다. 보어는 입자들이 관측될 때 중첩된 상태가 붕괴되면서 그 상태가 결정된다고 주장한다. 양자 얽힘 상태에 있는 두 입자를 서로 분리해 각각 멀리 보낸다고 생각해보자.
코펜하겐 해석에 의하면 관측되기 전까지 양자 입자들은 상태가 결정돼 있지 않지만 하나의 상태를 확인할 때 다른 입자의 상태도 그 즉시 결정된다.
이렇게 복잡하게 설명되는 보어의 코펜하겐 해석을 아인슈타인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한 입자의 상태가 원래 정해져 있는 게 아니고 관측되는 순간에 멀리 떨어져 얽힌 입자의 상태도 함께 결정된다면 한 입자의 상태가 결정될 때 다른 입자의 상태에도 영향을 줘야 한다. 이게 아인슈타인이 말한 먼 거리에서의 유령 같은 작용(Spooky action)이다.
아인슈타인이 양자역학의 코펜하겐 해석에 반대한 이유는 국소적 실재론(멀리 떨어져 있는 물체는 서로 영향을 주지 못하며 관측에 상관없이 물질은 실재하고 그 실재성은 관측이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에 위배됐기 때문이다.
1935년 아인슈타인은 EPR 논문을 통해 이런 일은 물리학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언급하며 양자역학은 현실 세계에 대한 납득할 만한 설명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결론짓는다.
이 논쟁은 아인슈타인과 보어가 사망할 때까지도 끝나지 않았다. 이들 모두가 사망한 후인 1964년에 CERN에서 근무하던 아일랜드의 물리학자 존 벨은 우연히 EPR 논문을 보다가 이들의 논쟁을 수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벨이 생각한 건 하나의 전자가 붕괴하면서 만들어지는 스핀업 상태의 전자와 스핀다운 상태의 전자다. 벨은 두 전자가 충분히 떨어진 뒤 개별 전자의 양자 스핀을 측정할 때 존재하는 상관관계에 주목했다.
벨은 두 스핀 검지기의 방향을 변화시키면서 아인슈타인의 주장이 옳은지, 보어의 주장이 옳은지를 밝혀낼 수 있었다.
즉 두 스핀 검지기가 평행이라면 이론과 관계없이 하나가 업 스핀이면 다른 하나는 다운 스핀이다. 그러나 검지기 하나를 회전시킬 경우 상관관계가 줄어들면서 90°가 되면 0이 되고 180°가 되면 반(反)상관적 관계가 된다.
보어의 주장에서는 검지기의 방향에 따른 스핀 상관도를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의 숨은 변수이론으로는 그런 계산이 가능하지 않았다.
이후 미국의 존 프랜시스 클라우저는 벨의 사고실험을 실제 실험으로 구현하는 데 성공한다. 그는 1972년 전자의 스핀 대신 광자의 편광 특성을 이용해 양자 얽힘 현상이 보어의 해석에 가깝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프랑스의 알랭 아스페는 1980년 클라우저의 실험을 보완해 실험의 완성도를 끌어올린다.
그리고 오스트리아의 안톤 차일링거는 양자 얽힘을 이용해 거리가 떨어진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광자를 전송하는 실험에 성공한다.
김훈 리스크랩 연구소장(공학박사/기술사)은 * 서울과학기술대 공학박사(안전공학) * 리스크랩(김훈위험관리연구소) 연구소장 * 현대해상 위험관리연구소 수석연구원 * 한국소방정책학회 감사 * 한국화재감식학회 정보이사 * 소방청 화재감식 자문위원 * 한국지역정보개발원(KLID)평가위원 *,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평가위원 * 국립재난안전연구원(NDMRI) 평가위원 *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 평가위원 *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KETEP)평가위원 * Crane & construction Equipment 칼럼리스트 * 소방방재신문 119 Plus Magazine 칼럼리스트 * 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칼럼리스트 * 기술사(국제기술사, 기계안전기술사, 인간공학기술사) * 미(美)공인 위험관리전문가(ARM), 미(美)공인 화재폭발조사관(CFEI) * 안전보건전문가(OHSAS, ISO45001),* 재난관리전문가(ISO22301,기업재난관리사)
리스크랩_ 김훈 : firerisk@naver.com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2년 12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