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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119] “영원히 기록될 찰나의 순간을 담고 싶어요”

[인터뷰] 렌즈에 동료를 담는 소방관… 신경호 서울 성동소방서 소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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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호 기자 | 기사입력 2023/02/20 [10:30]

[Hot!119] “영원히 기록될 찰나의 순간을 담고 싶어요”

[인터뷰] 렌즈에 동료를 담는 소방관… 신경호 서울 성동소방서 소방장

박준호 기자 | 입력 : 2023/02/20 [10:30]


“선배 퇴임식에 영상이 나오는데 젊었을 때 현장 활동사진이 하나도 없더라고요. 가족들은 그런 모습을 보고 싶고 또 기대했을 텐데 제가 다 아쉬웠죠. 그때부터 카메라를 들기 시작했습니다. 오롯이 우리 동료들의 가장 멋진 순간을 담기 위해서예요. 기회가 된다면 앞으로도 계속 셔터를 누르고 싶습니다. 가장 찬란한 순간을 그냥 보내기엔 너무 아쉽잖아요”

 

빛 하나 없는 캄캄한 새벽이지만 화재가 발생한 현장은 여느 대낮보다 뜨겁고 밝다. 불을 끄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소방관 뒤로 빛이 번쩍인다. 순간을 놓칠세라 카메라 플래시를 연신 터트리는 한 사람. 바로 신경호 서울 성동소방서 소방장이다.

 

신경호 소방장은 2012년 소방관련학과 특별채용으로 소방에 입직했다. 전북 남원소방서에서 근무하다 2016년 시도 인사교류를 통해 서울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강북소방서 구조대에서 특수구조차 운전 업무를 수행했다.

 

“운전 담당자였지만 동료들을 따라 현장까지 가곤 했습니다. 그랬더니 한 선배가 저보고 차량 담당이니 무전으로 장비를 가져달라고 할 때만 오면 된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마냥 무전 대기만 하고 있기엔 대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어 고민하다 문득 동료들이 활동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야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신 소방장은 소방관이 되기 훨씬 전부터 사진을 찍는 게 취미였다. 친구들을 만나거나 여행을 갈 때면 늘 카메라부터 챙겼다. 사진 기사를 자처하며 친구들 얼굴을 렌즈에 담았다. 정작 본인이 나온 사진은 별로 없었지만 그저 사진 찍는 게 좋았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 집에 카메라가 없었습니다. 졸업식에서 사진을 촬영해야 하는데 카메라가 없어 빌려 찍어야 했죠. 그때 많이 창피하기도, 부모님이 원망스럽기도 했어요. 그래서 언젠간 꼭 카메라를 갖고야 말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성인이 된 후 용돈을 모아 처음 산 물건이 바로 카메라였어요”

 

이후 본격적으로 동료들을 카메라 렌즈에 담기 시작한 그는 화재, 구조 현장은 물론 좋은 그림이 나올 것 같은 훈련장을 직접 찾아갔다. 비번 날에도 카메라를 들었고 시간이 도저히 안 되는 날은 연차까지 써가며 대원들을 촬영했다. 지난 6년간 그가 촬영한 사진만 수만 장이다. 

 

 

“처음에 사진 찍는 걸 어색해하던 동료들도 인화한 사진을 액자에 넣어 선물해주니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소방관인데 정작 자신이 활동하는 사진은 처음 본다며 눈물을 글썽인 동료도 있었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반응에 덩달아 보람을 느껴 더욱 열심히 촬영했던 것 같아요”

 

신경호 소방장이 직접 촬영한 사진은 제28회 서울소방안전 작품공모전 대상, 32회에선 안전홍보상을 수상했다. 서울소방이 출간하는 ‘아이러브 119’ 등 다양한 곳에 실리기도 했다.

 

“기회가 된다면 모든 소방대원의 프로필 사진을 촬영해보고 싶습니다. 제복 입은 증명사진은 조금 딱딱하잖아요. 또 바람이 있다면 소방관 가족분들이 우리 아버지, 어머니가 국민을 위해 이렇게 열심히 살았다는 걸 사진으로나마 알려주고 싶어요”

 

 

동료들에게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하는 신경호 소방장. 그는 선행하는 소방관으로도 유명하다. 지난 2016년부터 배우 진태현 씨, 사진작가, 방송국 pd 등 4명과 크루를 구성해 기부라이딩을 하고 있다.

 

평소 자전거 애호가로 알려진 진태현 씨가 개인 SNS를 통해 시작한 기부라이딩은 자전거와 기부가 결합한 새로운 나눔 캠페인이다. 크루원이 하루를 정해 자전거를 타면서 시민으로부터 후원금을 모금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지인을 통해 알게 된 태현이 형이 자전거 타면서 아픈 어린아이를 돕는 걸 기획하고 있다며 같이 하자고 제안했어요. 평소 자전거를 즐겨 타는데 운동도 되고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게 뜻깊어 동참하게 됐습니다”

 

이들은 지금까지 11번의 기부라이딩을 진행해 총 7116만원을 모금했다. 이 돈은 사회복지법인인 밀알복지재단에 전달돼 언어치료가 필요한 아이의 교육비나 병원비가 없는 아이의 치료비로 쓰였다. 성금은 아이 부모가 아니라 치료를 받은 병원에 직접 전달된다. 병원비가 아닌 다른 곳에 쓰일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그간 단순하게 기부는 해왔지만 어떤 파장을 주는지 까진 알 수 없었던 신 소방장. 그는 2년 전 받게 된 한 영상을 보고 기부의 의미를 다시금 체감했다. 다리가 아파 걷지 못했던 아이가 성금으로 치료 받은 후 재활에 성공해 자전거를 타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었다.

 

“사실 기부금이 어떻게 쓰이는지가 늘 궁금하긴 했어요. 영상을 받아 제 눈으로 아이가 건강해진 모습을 확인하니 정말 뿌듯하더라고요. 아이가 3년간 엄청나게 노력했다고 들었어요. 여러 시민의 도움이 있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아이가 건강해질 수 있도록 더욱 열심히 달리겠습니다”

 

 

그는 기부라이딩을 계기로 유니세프와 국경없는의사회에도 정기 후원을 시작했다. 소방관이기 이전에 아이를 키우는 아버지로서 더 많은 아이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마음이 커져서다.

 

“기부라는 게 굉장히 어려운 건 줄만 알았어요. 그런데 적은 금액이라도 일단 시작하니까 마음이 따뜻해지더라고요. 소방관으로서 시민을 돕는 것과는 또 다른 보람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우리의 미래인 아이들을 위해 꾸준히 기부를 이어 나갈 계획입니다”

 

 

박준호 기자 pakrjh@fpn119.c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3년 2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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