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부분은 이 지침의 꽃으로 가장 중요한 핵심이다. 앞서 살짝 언급한 셀 배출 기체(Cell Vented gas; 배출가스)는 기존에 오프가스(Off-Gas)로도 알려진 열 폭주 이전 전조현상으로 알려진 전해질로부터의 증발과 분해반응 등에 의해 발생한 화학물질(기체)이다. 테슬라도 이를 열 폭주 반응의 일반적인 ‘초기 지표’로 단언한다.
이는 서구권의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줄 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부족한 현실과는 대조되는 부분이다. 우리나라는 제조사에서 소방 등 현장 대응을 특별하게 인식해 이런 부분을 명시하지도, 밝히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간 언론을 통해 제조사 등에서의 협조가 중요하고 제조 시의 비밀이 아닌 사고 초기의 발생 기체 등의 정보공개가 소방관들에게는 정말 중요하다고 계속 강조해 왔으나 여전히 아무런 반응이 없다. 열 폭주 이전의 리튬이온배터리 초기 이상 상황에서 발생한 물질을 알면 이를 조기 탐지해 낼 탐지 수단도 명확해진다.
또 테슬라는 필자가 2021년<FPN/119플러스>매거진에 ‘리튬이온배터리에서 불이나면 불산이?(Ⅰ·Ⅱ)’에서 네이처 논문을 통해 밝힌 바와 같이 불화수소, 플루오르화포스포릴, 오불화인(PF5) 발생에 대해서도 명시하고 있다. 초기에 발생하는 이러한 배출 기체들은 인화성으로 폭발을 일으킬 수 있다(인화 범위=폭발 범위).
추가로 이 물질들이 다른 물질과 반응해 또 다른 수소(H2) 등의 폭발성 기체들을 생성하기 때문에 현장은 매우 위험하며 보호장비 없이는 절대 접근해선 안 된다. 폭발을 생각하면 소방관 등 현장대원도 항상 안전거리를 유지하는 게 맞는다고 여겨진다(세부 안전거리는 뒤에서 다시 명시됨).
마지막으로 배출 기체는 온도가 그 자체로 이미 600℃를 넘을 수도 있어 이미 멈출 수 없는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서구권은 리튬이온배터리를 건물 외부에 위치시키고 될 수 있으면 사람이 들어갈 수 없도록 한다.
또 폭발 배연(Deflagration Ventilation)을 반드시 설치해 하늘 방향으로 폭발 압이 발생하도록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리튬이온배터리 화재 시 일반 시민은 극히 일부의 인명구조 상황을 제외하고는 현장에 접근하지 않는 게 맞는다고 생각되며 이에 대한 안전캠페인도 필요해 보인다.
화재진압 부분은 지침의 모든 내용을 실었다. 그만큼 생략할 내용이 없다. 우선 리튬이온배터리에서 연기가 발생한 경우 이미 열 폭주는 시작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명시한다. 이 연기는 초기의 배출 기체 발생과는 별도의 개념으로 봐야 한다. 이미 열 폭주가 발생한 이후 화재에 의한 연기로 봐도 무방하다.
이로 인해 이미 서구권 Fluence 등은 ESS에서의 화재를 리튬이온배터리 화재와 기타 부분의 화재로 엄격히 구분하고 있다. 리튬이온배터리 화재는 기존 예방시설로는 감지나 진화가 어렵고 차별화가 필요하다는 게 이미 공감대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화재진압ㆍ현장 대응과 관련해 각 배터리와 구성요소를 겹겹이 감싸고 있는 봉합물에 절대 정면이나 후면으로 접근해선 안 되고 측면으로만 접근하라고 한다. 이는 봉합물 자체의 폭발로 인해 케이스가 날아가면 정ㆍ후면의 현장 대원이 다칠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APS 사고사례 적용).
추가로 ESS 화재 시 모듈에서 모듈로 화재가 확산될 때 3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언급한다. 이는 모듈마다 화재ㆍ폭발을 막기 위해 강하게 포장돼 있어 역으로 이미 화재가 발생한 이후에는 꺼지지도 않지만 빠르게 진행되지도 못한다는 걸 의미한다. 따라서 ESS 화재 시 장시간에 걸친 대응이 이뤄질 수 있음을 초기부터 가정하고 대응하는 게 맞아 보인다.
그리고 대망의 안전거리 부분이 나온다. 사실 필자가 전기차, ESS 등의 리튬이온배터리 화재에 관해 연구를 시작한 이유는 우리나라에서 안전거리 적용 없이 기존의 화재진압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는 등 지나치게 열 폭주 중인 리튬이온배터리에 근접한 화재진압 방식을 고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지침에서는 시원하게 안전거리 지침을 명시하고 있어 매우 반갑고 우리나라에서도 속히 적용하길 바란다.
위 내용을 약간 보완 적용하면 가정용 예비전원이나 전기차에는 어떠한 방향으로부터도 5m 이상의 안전거리(인명구조 등 극히 일부의 상황 제외), 상업ㆍ산업용 ESS에는 어떠한 방향으로부터도 10m 이상의 안전거리, 공공시설용은 20m 이상의 안전거릴 적용해야만 소방관의 인명에 대해 최소한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을 거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서울소방학교에서 작성한 ‘친환경자동차의 이해와 사고대응’에서 현장대원의 안전거리를 명시하고 있는데 사고 대응 시 무엇보다 제1의 원칙이 ‘소방관의 인명 안전’임을 다시 한번 아니 영원히 확고히 해야만 한다.
마지막으로 리튬이온배터리 화재 대응에 대해 개인적으로 그동안 가장 답답했던 내용을 명시하고 있다. 리튬이온배터리 화재는 물 분무가 가장 효과적이긴 하지만 어쨌든 소방의 대응으로는 끌 수 없다는 점이다.
결국 리튬이온배터리 화재에 대한 분무 주수는 화재를 지연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고 인접한 화재대상물로의 화재 확산을 막는 건 확실하지만 직접 화재 원점에 대해 리튬이온배터리를 냉각시키거나 열 폭주의 전파를 막진 못한다고 명시한다.
간단히 리튬이온배터리는 일단 ESS에서 열 폭주가 발생하면 결코 멈출 수 없으며(물속에 담가버리는 건 차량 같은 중소형 배터리만 가능), 현재의 단단한 봉입물/케이스 속에 담긴 배터리에 주수하는 행위는 직접적인 화재진압에 영향을 주지 않고 자체연소되는 것뿐이라는 거다.
물론 대형화재에서 원점의 화재를 멈추는 것보단 추가로 훨씬 규모가 큰 화재 확산을 막는 게 효용성이 크다는 건 당연지사다.
어쨌거나 무리하게 리튬이온배터리 화재를 멈추려고 하거나 지나치게 근접하는 행위는 전혀 효용이 없다. 오히려 일정한 안전거리를 반드시 유지하며 추가적인 화재 확산을 막는 걸 대응 목표로 하는 게 더욱 적절하다는 점에 대해 모든 소방 조직ㆍ구성원들이 공감대를 가져야 한다. 그래야 불필요하고 안타까운 현장대원의 부상 등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
추가로 화재가 일단 초진(완진)이 난 이후에도 약 12시간 동안은 아무런 조치를 하지 말고 그대로 식히라고 돼 있다. 무리하게 리튬이온배터리를 외부로 이동시키려고 시도할 수 있는데 이런 행동은 이동과정 중 추가적인 화재 발생이나 열 폭주를 일으킬 수 있기에 엄금해야 한다. 미국 APS 사고 때 약 일주일 동안 배터리 에너지가 소진돼 안전해지길 대기한 사례도 있다는 걸 꼭 참고해야 한다.
소화약제에 대해선 기존 NFPA 입장처럼 물 분무를 강조하며 나머지 금속화재용 분말소화약제는 소용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D급 소화기 사용에 대한 면밀한 검토ㆍ추가 지침 필요).
그리고 리튬이온배터리는 전기적 성질을 띠다 보니 화재진화에 사용한 물이 전기분해를 일으켜 수소와 물이 발생한다는 걸 명시하는데 이는 아직 국내에서는 한 번도 밝혀지지 않았던 내용이다.
특히 수소 폭발범위(4~75%)를 생각하면 근접 접근이 얼마나 위험한지에 대해 다시 한번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리튬이온배터리를 물류창고 등에 보관할 때에 관한 내용으로 이 경우 대체로 한 공간에 많은 물량이 적재돼 있을 수 있다. 이에 따라 대규모의 대응이 어려운 화재가 발생할 수 있어 중요한 내용이다. 보관할 땐 운용 시의 최대온도(50℃)에 비해선 조금 높은 온도인 60℃까지 가능하다고 언급한다.
하지만 실제로 장기간 보관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면 온도 범위는 30℃ 이하로 크게 좁혀진다. 또 보관 시의 충전 상태(SOC)는 결코 완전 방전이나 완전 충전(이 경우 화재 시 최고 온도는 타 충전 상태에 비해 최소 3~4배는 높다)이어선 안 되고 50% 이하를 권장하고 있다.
특히 항공 운송에서는 30% 수준으로 결정한 걸 볼 때 가장 안전한 충전수준은 30%로 실험결과가 도출됐다고 보여진다. 운송 등의 안전에 있어 참고할 만하다.
특히 화재(열 폭주)가 발생한 이후 리튬이온배터리 처리에 대해 간과하기 쉽다. 아직 사고사례가 적고 경험도 없으며 제대로 된 교육이나 지침이 잘 전파돼 있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화재가 발생한 이후에 전기차를 포함해 ESS 등의 리튬이온배터리를 옮겨야 할 경우 반드시 24시간 이상을 대기하고 관찰한 이후에 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최소한의 안전 지침이 우리나라도 필수적으로 보인다. 또 최근 테슬라 차량에 이상이 발생한 경우 주말엔 차량 보관장소로 옮기게 돼 있다.
다수의 전기차가 모여있는 장소에 차량을 옮기도록 한 어이없는 규정은 이 지침에서 말해주듯이 열 폭주의 전조증상 등(냄새, 끓는 소리, 연기, 꾸겨진 손상 등)이 있는 경우 권역별로 안전한 장소를 마련해 이에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꼭 필요해 보인다.
앞으로 폐배터리 활용도 활발해지는 만큼 이와 연계해 이상이 발생한 전기차의 경우 소방에 통보한 후 안전한 장소로 차량을 신속하게 이동시키거나 인근의 적절한 장소(공터에 위험물이 없는, 거주지와 약 15m 이상 떨어진 공터 등)로 차량을 이동토록 하는 등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
또 관련 업계 종사자나 상황실 요원 등에 대한 교육이 필요해 보인다. 추가로 국제 운송에 있어 리튬이온배터리의 UN 번호는 3480, 선적명칭은 리튬이온배터리(Lithium-Ion Battery), 위험 분류(Hazard Class)는 9종 기타 위험물질(Class 9 Miscellaneous Hazardous Material)에 해당하니 항만이나 공항 쪽의 국제 물류 운송과 관련된 종사자나 소방 관계자는 참고하면 좋겠다.
마치며 이렇게 리튬이온배터리/ESS에 대한 NFPA에서 검증된 서구권의 대표적인 기업인 테슬라가 직접 작성한 비상대응가이드(ERG)를 살펴봤다. 그간 필자도 매우 목말랐던 현장에서 적용 가능한 세부적인 내용이 담겨있어 많은 관계자분에게도 유용한 내용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뿐만 아니라 소방 조직에서도 여러 가지 안전 측면을 강화하는 데 좋은 관련 근거로써 안전 지침을 만드는데 일조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 외에도 여전히 보완하고 알아야 할 내용이 많지만 앞으로 시간이 흐름에 따라 아무리 리튬이온배터리가 위험하더라도 전 세계가 힘을 합쳐 반드시 온전한 해결책을 찾아갈 거로 믿는다.
이 내용을 많은 사람이 알게 돼 리튬이온배터리로 인한 위협으로부터 우리나라가 더 안전해지고 현장 소방관 중 부상자가 절대 발생하지 않길 기원한다.
경기 용인소방서_ 김흥환 : squalkk@naver.com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3년 4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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