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까지는 이동통신 기지국 커버리지 분석을 통한 조난자의 위치 분석 사례에 있어 경험적 커버리지를 이용해 수색 범위를 좁혔다.
이번 호부터는 기지국 분석 연구 과정 중 합류하게 된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전파누리’와 ‘솔빛시스템’에서 운용 가능한 프랑스 ATDI 사의 전파분석 S/W인 HTZ Communications를 이용, 기지국 커버리지 시뮬레이션을 통한 분석과 구조대상자의 입산 정보를 분석해 구조(발견)한 사례들을 싣겠다.
1. 천등산 조난자 구조 2019년 12월 10일 관광버스를 이용해 전라북도 완주군 천등산 단체 산행에 나선 구조대상자는 오전 10시 40분께 일행과 함께 원장선 마을에서 산행 시작 후 일행과 뒤떨어졌다.
낮 12시 30분에 천등산 정상이라는 통화 후 오후 2시 40분께 다른 일행은 모두 하산 지점인 고산촌 마을로 집결했다.
그러나 구조대상자 모습이 보이지 않고 전화 통화도 되지 않아 일행이 경찰과 소방에 구조 신고를 했다.
구조대상자의 휴대전화가 꺼지기 전 마지막으로 수신된 기지국의 시간과 위치는 오후 4시 47분 충남 논산시 양촌면 인천리 170-1번지다.
이 기지국은 조난자가 산행한 천등산 정상 기준 도상거리 8㎞ 떨어진 곳에 있다. 마지막 수신 기지국 위치를 놓고 수색에 나선 수색팀은 두 가지를 예상했다.
양촌면 기지국 위치가 호남고속도로 인근이라 인천이 거주지인 구조대상자가 자력으로 하산해 다른 교통편을 타고 이동했을 수 있다는 것과 아직 천등산에 있을 거라는 예측이다.
구조대상자 가족과 연락이 안 되는 상황이라 수색에 나선 119, 112, 민간 산악구조대는 천등산 수색에 돌입했다.
수색에 나선 119 구조대원이 구조대상자에게 통화를 시도했을 때 약 1초 정도 연결됐다가 다시 끊어졌다. 이때 수신된 기지국은 충남 금산군 진산면 묵산리 산87-13 대둔산 자연 휴양림 근처였다.
구조대상자가 산행한 천등산 정상에서 수신된 기지국까지의 도상거리는 약 5㎞ 정도다.
이때 구조에 나선 경찰과 소방, 민간 산악구조대 모두 천등산에서 철수해 마지막 수신 기지국 반경 인근을 수색하고자 대둔산 자연 휴양림 근처로 이동했다.
필자는 천등산 조난 수색에서 원격으로 기지국 커버리지를 분석했다. 구조대상자가 천등산 하산로 방향 마지막 수신된 기지국과 해발고도가 비슷한 지점에 있다고 판단해 전북 경찰청 상황실과 관할 경찰에게 알렸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바로 대한산악구조협회 민간구조대에게 분석 결과를 알려 민간구조대 5명이 천등산으로 이동, 하산로 해발 400m 지점 계곡에서 구조대상자를 극적으로 구조했다(수색 지휘 경찰).
천등산 조난자도 모악산 조난의 경우처럼 등산로를 이탈해 조난 후 계곡을 따라 하산을 시도하다 계곡 지형상 더는 진행이 안 되는 상황에서 부상과 저체온 등으로 ‘삶의 마지막 순간이다’ 싶을 때 구조됐다.
천등산 조난 커버리지 분석 방법은 이렇다 구조대상자의 입산과 하산 예정지 정보, 정상에서의 통화 시간 그리고 일행의 하산 시간을 알 수 있었기에 구조대상자의 이동 패턴을 예상할 수 있었다(구조대상자 입산 정보).
이에 논산 양촌리에 수신된 기지국 커버리지를 분석했을 때 천등산에 얕게 흩뿌려진 커버리지와 수색 중 추가로 수신된 기지국 정보ㆍ커버리지를 구글 지도에서 보니 해발 400m 정도에 설치된 기지국이 천등산 방향 좌우 해발고도가 450m 이내의 범위였다.
최적의 직진성 전파 길을 만들어본 후 천등산 하산로 방향 기지국과 해발고도가 비슷한 지점을 우선 수색 범위로 정했다(수신 기지국 커버리지 분석).
이런 분석이 나온 이유는 구조대상자가 입산한 지점에 설치된 기지국과 정상 기점 좌측 그리고 도로변을 따라 설치된 비수신 기지국 커버리지에 대한 분석을 추가하고 전파 차감법을 이용했기 때문이다(비수신 기지국 커버리지 분석).
2. 전북 임실 도지봉 조난 수색 2020년 10월 7일 신흥리 마을 주민인 구조대상자가 밤을 따러 간다며 산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마을 CCTV에 찍혔지만 하산하는 모습은 발견되지 않았다.
수백 명의 민관군 수색대가 편성돼 초기 마을 뒷산 밤나무 군락지를 중심으로 집중적 수색했으나 발견하지 못했다. 이후 점차 수색 지역을 확대해 나갔다.
조난 이틀째 전북소방본부로부터 수색 협조 요청을 받고 구조대상자 정보와 기지국 정보를 토대로 분석했다.
구조대상자 가족을 만나 평소 산행 형태를 물어보던 중 구조대상자가 오래전부터 산에 야생동물 포획을 위한 덫을 놨었다는 점과 고령에 다리가 불편해 심한 오르막은 오르지 못할 거라는 점, 간헐적 치매가 있다는 점들을 종합적으로 참고해 수신 기지국과 비 수신 기지국 커버리지를 분석했다.
간헐적 치매가 있는 사람의 경우 최근 기억부터 잃어 가지만 오랜 시간 해왔던 일에 대한 반복적 패턴이 재연된다는 부분도 참고했다.
필자가 현장 수색에 동참해 구조대상자에게 전화를 걸면 신호가 가고 계속 동일 기지국에서 수신이 확인됐다. 이는 구조대상자가 통화권 지역에 있으나 움직임이 없는 상태임을 짐작할 수 있다.
산악지역에서 전화가 꺼지고 최종 수신 기지국 정보로만 분석하는 경우보다 이처럼 휴대전화 신호가 가는 사례는 커버리지 분석이 비교적 쉬운 편이다.
수색 지휘부는 최종 수신 기지국이 입산 지역에서 4㎞ 이상 떨어진 고갯마루에 있어 수색 범위를 정할 때 수신 기지국 정보를 반영하지 않았다.
수신 기지국 커버리지를 분석하면서 기지국 전신주에 직접 올라가 구조대상자가 입산한 지점과 주변 산들의 지형을 보면서 최적의 전파경로를 시각으로 확인했다.
기지국 안테나의 방향과 틸트(기울기) 등의 체크도 잊지 않았다. 이처럼 종종 기지국에 직접 올라가 실종 지역 주변 산세를 보는 건 커버리지 시뮬레이션 이전의 수동적인 방법이지만 경험적인 최적의 전파경로를 파악하기에 좋은 방법이다.
조난 지역 산 주변 가까이에 여러 개의 기지국이 있는데도 이처럼 원거리 수신이 되면 수신 기지국의 해발고도와 비슷한 위치를 우선 수색 범위로 둔다.
이는 천등산 조난에서도 최종 수신 기지국과 조난자 거리가 4~5㎞ 정도였고 조난자의 위치가 기지국 해발고도와 거의 일치했던 걸 참고할 수 있다.
다음으로 구조대상자 마을 앞 철탑(높이 45m) 기지국 비 수신 커버리지를 분석하니 수신 기지국 커버리지 교차점과 영역이 비교적 뚜렷하게 구분돼 나타났다.
이를 바탕으로 우선 수색 범위를 도지봉 일대에서 상사봉 일대로 변경해 수색에 돌입하고 10월 9일 오후 조난 3일 만에 수신 기지국과 해발고도가 거의 같은 곳인 상사봉 일대에서 군 수색팀에 의해 구조대상자를 발견했다.
이번 조난자 수색의 경우 300여 명의 민관군 수색팀이 꾸려져 기지국 커버리지 분석을 하지 않고 입산 목적 정보만으로 수색에 임했다.
따라서 수색하지 않아도 되는 지역에 대규모 수색 인력을 투입하는 것보다 입산 정보, 수신ㆍ비 수신 기지국 커버리지 분석을 통해 수색 범위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좁혀지는지와 이른 시간에 구조대상자를 찾을 수 있다는 걸 명확히 보여준 사례다.
3. 전북 부안 도심봉 실종 수색 광주광역시에 거주하는 구조대상자는 2020년 10월 11일 서울에 있는 아들을 만난다며 집을 나선 후 미귀가해 동거인이 경찰에 신고했다.
구조대상자 관할지인 광주 광산경찰서에서 소재를 파악하던 중 휴대전화 최종 수신 기지국이 전북 부안군 진서면 석포리로 확인되면서 부안경찰서로 공조 요청됐다.
이에 경찰, 소방은 10월 25일부터 기지국 반경 중심으로 수색에 들어갔다.
타 경찰서에서 공조 요청된 사건이다 보니 구조대상자에 대한 정보가 확보되지 않아 최종 수신 기지국 커버리지만으로는 수색 지역을 특정하기 어려운 사건이었다. 10월 29일 전북소방본부로부터 수색 지원 요청을 받고 현장으로 출동해 기지국 커버리지를 요청했다.
부안경찰서에는 구조대상자 정보를 요청해 수색 3일 차에 구조대상자 모친 선산이 마지막 수신 기지국에서 약 3㎞ 떨어진 왕포리에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이후 수색 범위를 모친 선산 일대로 변경ㆍ수색했고 경찰 수색견에 의해 도심봉 정상 인근에서 발견했다.
이번 도심봉 실종 수색에서는 최종 수신된 기지국 커버리지가 구조대상자 발견지점과 일치되지 않아 의문이 생겼다. 사건 종료 후 필자가 수신 기지국에 직접 올라가 기지국 안테나의 방위각과 틸트를 확인한 결과 안테나 틸트가 커버리지 분석 입력값과 7°의 차이가 있음을 확인했다.
이는 수신 기지국에서 구조대상자자 발견된 거리 3㎞를 7°의 차를 두고 계산해보니 약 350m 고도가 차이 났다. 틸트 값을 수정해 입력하니 구조대상자가 발견된 위치에 커버리지가 형성됐다. 구조대상자가 발견된 고도 역시 기지국 고도와 거의 일치하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기지국 커버리지 분석 시 기지국 안테나의 정확한 정보(좌표, 고도, 주파수 대역, 기울기, 이득, 방위각 등) 입력이 필수임이 확인되는 사례였다.
경찰에서 제공된 기지국 주소(좌표)와 실제 현장에 설치된 기지국 좌표 정보 또한 차이가 있어 정확한 커버리지 분석에 방해 요소가 됐다.
도심봉 사건처럼 골든타임이 아닌 상황에서는 기지국 정보 오류를 기지국에 직접 가서 확인하는 방법으로 수정할 수 있다. 하지만 긴급 구조 상황에서 잘못된 기지국 정보는 심각한 분석 오류를 가져올 수 있어 정확한 정보가 필요하다.
이에 대한 해결은 오직 이동통신사에서 할 수 있다. 기지국 증설 등 기존 기지국 정보가 변경되거나 기지국 위치 정보 오류 등을 통신사에서 바로 잡아야 골든타임 내 정확한 분석이 가능하다.
4. 전북 남원 지리산 구룡계곡 조난 광주광역시에 거주하는 구조대상자는 남원에 있는 산에 간다고 집을 나선 후 일몰 뒤 연락이 끊기고 귀가하지 않아 9월 28일 오후 7시께 가족이 119에 구조 요청했다.
구조대상자에게 휴대전화 통화 연결을 시도해 신호가 가고 동일 기지국에 수신되는 것으로 볼 때 움직임이 없는 추락이나 심장마비 등을 예측했다.
구조대상자의 최종 수신 기지국의 위치는 남원시 주천면 호경리 산 40-1번지였다. 이곳은 지리산 국립공원 전북사무소가 있는 곳에서 운봉 방향으로 올라가는 지방 도로변에 있고 기지국 커버리지가 구룡계곡 등산객을 위해 설정돼 있었다. 조난 당일 119 구조대가 최종 수신 기지국 반경을 야간에 수색했으나 발견하지 못했다.
다음날인 9월 29일 소방서로부터 지원 요청받아 수신 기지국 커버리지를 분석하고 현장에 출동하는 사이 구조대상자가 구룡계곡 비폭동에서 익사 상태로 발견됐다.
구룡계곡 조난의 경우 수신 기지국 커버리지가 구조대상자가 발견된 구룡계곡을 따라 형성됐기에 수색 범위를 구룡계곡 등산로 인근으로 한정할 수 있는 좋은 사례다.
구조대상자의 입산 정보가 매우 부족한 상황이었지만 등산 목적의 입산이었고 입산지를 쉽게 특정 지을 수 있는 위치에 최종 수신 기지국이 있었다.
또 수신 기지국 커버리지 주변 등산로가 구룡계곡이어서 별도로 비 수신 기지국 커버리지를 분석하지 않고도 수색 범위를 한정 지을 수 있었다.
특히 구룡계곡이 협곡처럼 생겨 등산로와 계곡을 이탈하기 힘든 지형이고 구조대상자가 움직임이 없을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는 커버리지를 바탕으로 수색 범위를 한정하기 쉽다.
대한산악구조협회_ 최종찬 : ekdckadl@hanmail.net 강원 양양소방서_ 장남중 : jnj119@korea.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3년 4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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