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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119] “구급대원 처우가 개선돼야 국민이 안전해집니다”

[인터뷰] 안지원 강원 양양소방서 소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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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호 기자 | 기사입력 2023/04/20 [10:00]

[Hot!119] “구급대원 처우가 개선돼야 국민이 안전해집니다”

[인터뷰] 안지원 강원 양양소방서 소방장

박준호 기자 | 입력 : 2023/04/20 [10:00]

 

“국민 안전을 위해선 구급대원이 역량을 개발해야 하는데 격무에 시달리면 스스로 성장할 동력이 사라집니다. 중앙에서 구급대원의 업무를 과중시키는 정책을 펼치는 부분이 조금 아쉽기도 합니다. 앞으로 구급대원의 복리 증진에 더 목소리를 내고 현장에서 응급환자 소생률을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FPN/119플러스> 편집위원이자 구급 베테랑으로 소문이 자자한 안지원 강원 양양소방서 소방장은 뜻밖에도 컴퓨터공학과를 전공한 공학도 출신이다. 

 

졸업 후 안 소방장은 삼성전자 서비스팀에서 컴퓨터와 에어컨 등 가전제품이 고장 났을 때 수리ㆍ유지ㆍ관리하는 업무를 맡았다. 그러던 어느 날 인천의 한 소방서 A/S 담당자로 배치되면서 인생의 큰 변화를 맞이한다. 

 

“소방서에 자주 오가다 보니 대원분들이랑 친해졌어요. 어느 날 수리를 마치고 함께 치킨을 먹으면서 이야기하던 중 갑자기 출동이 걸리자 먹던 닭 다리를 그대로 둔 채 후다닥 뛰어가는 거예요. 그 모습이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그때부터 소방공무원에 관심이 생겼어요”

 

안 소방장은 소방공무원 시험 준비를 위해 직장까지 그만두고 아무런 연고도 없는 강원도로 향했다. 아무래도 주변에 친구나 지인이 있으면 공부에 방해가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서다. 도를 닦는 심정으로 2년간 매진한 그는 2010년 강원소방 공채 시험에 합격하며 소방관이 됐다.

 

 

“소방서 배치 후 화재진압대원으로 근무하다 구급차 운전을 한 적이 있어요. 2011년 삼척에서 폭설이 내렸을 때 출산이 임박한 임산부를 병원에 이송했는데 굉장히 뿌듯했죠. 이후 구급에 자원했습니다. 출동이 워낙 많아 남들은 기피하는 직무지만 왠지 잘할 수 있고 성격에도 맞을 것 같았거든요”

 

구급운전원으로 활동하다 보니 구급 처치에도 관심이 생겼다. 자격이 필요했기에 2012년 응급구조사 2급 자격증을 취득한 후 2013년도부터 주 처치를 담당했다. 당시엔 2급 응급구조사도 주 처치를 할 수 있었다. 

 

 

내 손길이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다는 생각 때문에 매 출동은 긴장의 연속이었다. 실수가 잦아졌고 환자를 응급처치하는 게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자칫 큰일 날 수도 있을 거란 두려움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가 선택한 건 ‘응급구조학을 제대로 공부해 보자’였다.

 

“구급 관련 지식을 쌓으면 현장 일을 더욱 잘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강원대학교 응급구조학과에 편입했습니다. 현장 일과 병행해 체력적으로 아주 힘들었지만 배운 지식으로 환자에게 효과적인 처치를 했을 때 정말 뿌듯했습니다”

 

 

안 소방장은 학사 졸업 후 바로 동 대학원에 진학해 석사학위를 취득했고 지난해 박사과정까지 수료했다. 이렇듯 국민 생명을 살리는 고귀한 일에 진심으로 다가간 컴퓨터공학도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응급구조학 전문가가 됐다.

 

2018년 4월부터 2021년 1월까지 3년 9개월간 강원소방학교에서 구급 교관으로 활동한 안지원 소방장. 2021년부턴 강원대학교 응급구조학과에서 강의를 진행했고 강원소방 구급대원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동아리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구급대원의 역량 강화는 곧 국민 안전으로 이어진다고 확신합니다. 구급대원이 응급처치를 논의하는 모임이 활성화돼야 구급대원 능력도 향상됩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하루에 적게는 3~4회, 많게는 10회 이상 현장에 출동하는 구급대원에게 자기계발은 쉬운 일이 아니죠”

 

구급대원의 복리 증진에도 힘쓰고 있는 그는 구급정책협의회에서 활동한 인연으로 지난해부터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정책국장을 맡았다. 구급대원의 처우개선을 위해서라면 지휘부를 향해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 그다.

 

“소방청이 공익과 노동자 복지를 함께 끌어올릴 수 있는 정책을 개발해야 하는데 직원 복지보단 일반 국민의 공익만 생각하는 것 같아 아쉬움이 큽니다. 구급대원도 국민이잖아요. 구급대원이 격무에 시달리면 스스로를 개발하는 동력은 사라져요. 당장 일이 힘든데 무슨 공부를 하겠습니까”

 

최근 소방청은 ‘중환자용 특별구급대’ 전원을 본격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지역별 의료자원 편차가 커 불가피하다는 게 소방청 입장이다. 하지만 일선에선 안 그래도 출동이 많은데 사설에서 해도 될 일을 소방에서 떠안는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는 불만이 쏟아진다.

 

“농ㆍ어촌 지역은 사설 구급차가 부족하니 소방이 중환자 병원 간 이송을 하는 게 맞습니다. 대신 업무가 늘면 대체인력이 필요한데 자원이 없으니 현장에서 정말 힘들어합니다. 이것 말고도 비 응급출동이나 악성 민원으로부터의 법적 보호 등 바뀌어야 할 게 한둘이 아닙니다. 물론 소방청도 많은 노력을 하지만 일선 구급대원을 조금만 더 배려해줬으면 합니다”

 

구급대원으로 활동한 지 어느덧 11년. 힘이 닿는 데까지 현장에서 오래 구급대원으로 활동하는 게 안 소방장의 목표다.

 

“병원 전 단계에서 환자에게 가장 효과적인 처치를 하는 게 구급대원이 해야 할 일이잖아요. 되도록 현장에 오래 있고 싶어요. 동료와 토의하고 수년간의 연구로 얻은 지식을 환자에게 잘 적용해 국민 생명을 살리는 일에 더 이바지하고 우리나라 구급 발전에 보탬이 되겠습니다”

 



박준호 기자 pakrjh@fpn119.c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3년 4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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