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119] “제 삶이 다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국민께 헌신하고 싶어요”[인터뷰] 김현성 서울 중랑소방서 소방경
“정말 많은 소방공무원이 근무 등으로 쉽지 않은 여건 속에서도 더 많은 국민을 구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있어요. 저도 그중 한 명일 뿐이죠. 저처럼 공부하는 소방공무원이 많다는 걸 국민과 후배들에게 널리 알리고 싶어요”
경기 광명소방서 소속 화재진압대원으로 처음 소방에 입문한 김현성 소방경. 그는 만 21세라는 비교적 어린 나이로 공채에 합격해 소방공무원으로서 첫발을 내디뎠다. 지금은 다수의 상훈과 화려한 이력을 지닌 32년 경력의 베테랑 소방공무원이 됐다.
“대학 친구가 소방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걸 보면서 자연스레 관심이 생겼어요. 돌이켜보면 소방공무원이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던 거 같아요. 생일이 음력으로 11월 9일, ‘소방의 날’이거든요. 심지어 김현성(金炫成)이라는 이름에도 불 화(火)가 들어가요”
임용 후 줄곧 소중한 인명을 구하는 일에 일조하고 있다는 게 자랑스러웠다는 김 소방경. 직업에 대한 애정은 더 전문성을 갖춘 소방인이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어졌다. 이에 고된 근무 속에서도 대학교 소방 관련 학과에 두 차례 편입해 2개의 학사 학위를 받았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배움에 대한 열정을 이어 나간 그는 연세대 공학대학원에 입학해 방재안전 공학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서울시립대 대학원에서는 재난과학 박사과정을 수료하기도 했다. 김 소방경이 동료들 사이에서 ‘공부하는 소방관’으로 통하는 이유다.
“엄청난 사명감으로 공부를 시작한 건 아니었어요. 오히려 하다 보니까 점차 사명감이 생겼죠. 경제적ㆍ시간적 애로가 많다 보니 정말 힘들게 공부했습니다. 특히 석사 공부할 때를 떠올리면 스스로 짠해서 눈물이 찔끔 날 정도예요”
그는 2018년 5월 국가재난관리 분야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로 국무총리 표창을 수상했다. 2022년 6월엔 정부 모범공무원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서울특별시 효행공무원 표창과 경기도지사 표창, 국회의원 표창, 마포구의회 의장 표창, 문화재청장 표창, 소방방재청장 표창, 경호처장 표창, 중앙소방학교장상, 서울소방학교장상, 법무연수원장상, 대한민국 안전대상(국민안전처 장관상) 등 전부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로 많은 표창과 상을 받았다.
그가 학업에 열중하면서도 소방공무원으로서의 본분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는 증거다.
“때론 저 자신도 놀라울 만큼 많은 상을 받았어요. 특히 정부 포상으로 기록되는 국무총리 표창과 정부 모범공무원 선정을 둘 다 받는 경우는 극히 드물죠. 하지만 결코 안주하거나 자만하지 않았어요. 매번 더 잘해보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계속 열심히 뛰어다녔더니 가는 곳마다 좋게 봐주신 거 같아요. 정말 감사한 일이죠”
업무에 대한 열정이 과했던 나머지 화를 부른 적도 있다. 그는 광화문 광장에서 대규모 집회가 빈발하던 지난 2018년에서 2020년에 종로소방서 대응총괄 주임으로 근무했다.
대규모 촛불 집회와 시위, 제야의 종 타종 행사 안전대책, 광화문 월드컵 본선 경기 응원 안전관리, 대사관 안전대책, 고궁 안전관리 등을 빈틈없이 해내기 위해 밤낮없이 일에 전념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은 그의 몸엔 끔찍한 피로가 쌓여갔다.
“안전대책 수립을 위해 베트남 대사관에 갔다가 소방서로 돌아왔는데 머리가 깨질 것 같고 헛구역질이 계속 나왔어요. 눈동자가 뽑힐 것처럼 아프기도 했죠. 이를 지켜본 후배 구급대원이 뇌졸중이 의심된다며 급히 서울대학교 병원 응급실로 데려갔어요”
그에게 내려진 진단은 ‘미니 뇌졸중’. 응급실로 이송된 데 이어 중환자실에 입원해야만 했다. 의식도 다음 날에야 겨우 돌아올 만큼 그의 상태는 좋지 않았다.
“이후 중앙소방학교 전임교수 겸 리더십 학과장으로 자리를 옮겼어요. 충남 공주의 수려한 자연 속에서 생활하며 다행히도 건강을 되찾을 수 있었죠”
그곳에서 그는 정책관리자 과정과 소방령ㆍ소방경 지휘역량 과정, 간부후보생 과정, 제주도 소방공무원 대상 간부역량 과정, 베트남ㆍ캄보디아 등의 교육생을 대상으로 한 국가민방위재난안전교육원 ASEAN 재난관리 역량 강화 과정 등을 맡아 충실히 지도했다.
“2012 핵안보정상회의 경호기획단이나 대검찰청 중수부, 중앙지검 특수부 등 소방공무원으로선 경험하기 힘든 다양한 곳에서 파견 근무를 했어요. 그때도 많은 걸 보고 느꼈지만 중앙소방학교에서의 시간만큼 인생에 대해 깊이 되돌아본 적은 없었죠. 삶의 전환점이 아닐까 싶어요. 건강이 뒷받침하지 못한다면 그 무엇도 부질없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됐습니다”
김 소방경은 약 2년에 걸친 중앙소방학교 근무 후 2022년 11월 19일 자로 서울 중랑소방서 홍보교육팀장이 됐다. 익숙하지 않은 업무지만 잘 해낼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으로 무장한 상태다. 그의 가장 큰 무기는 ‘노력’이기 때문이다.
“전국 거의 모든 소방차엔 ‘화재, 구조, 구급은 119로’라고 쓰여 있어요. 그래서인지 국민 대부분이 소방의 역할을 화재와 구조, 구급으로만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홍보교육팀장으로서 이외에도 자연ㆍ사회적 재난 전반에 관여하는 소방의 역할을 국민께 알리는 데 이바지하고 싶습니다”
정년퇴직을 6년 반 정도 남겨둔 김 소방경. 그에겐 남은 복무 기간 동안 최선을 다해 국민을 위해 봉사하고 싶다는 목표가 있다.
조직에서의 사명이 끝난 후엔 재난안전관리 분야에서 그간의 배움과 경험을 살려 일할 계획이다.
“도시 환경이 변함에 따라 대형 재난에 대한 위험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어요. 특히 가까운 미래엔 지진이 큰 위협으로 부상할 거라고 봅니다. 교육시설에 대한 안전관리도 개선해야 할 점이 많죠.
여기에 관한 배움에 계속 도전해 제 삶이 다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국민께 헌신하고 싶어요. 미래를 책임질 후배들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겠습니다”
김태윤 기자 tyry9798@fpn119.c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3년 5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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