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 에너지 사울과 브라이언의 관측에 의하면 현재 우주는 70억 년 전보다 약 15%나 더 빨리 팽창하고 있다. 사실 우주의 팽창속도는 빛보다도 빨랐다. 우주 끝에 있는 별들은 빛보다 더 빠른 속도로 멀어지고 있어 우린 빛의 속도로 오고 있는 별빛을 볼 수 없었다. 과학자들은 이 미지의 힘을 ‘암흑 에너지’라고 불렀다.
그리고 과학자들은 이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폐기했던 아인슈타인의 우주상수를 부활시켰다. 우주의 팽창을 가속시키는 암흑 에너지를 해석하기 위해선 우주상수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1917년 아인슈타인은 일반상대성이론으로 우주를 설명할 때 서로 끌어당기는 중력 때문에 우주가 붕괴하는 현상을 막기 위해 우주상수를 도입했다.
우주상수는 중력과는 반대로 우주 붕괴를 막기 위해 서로 밀어내는 척력으로 작용한다. 암흑 에너지가 우주팽창을 가속시킨다는 걸 우주상수로 설명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아직도 인류는 암흑 에너지의 정체를 모른다. 이 힘에 대한 유력한 가능성 중 하나가 블랙홀이다. 블랙홀 속에는 진공 에너지가 들어있다. 사실 진공 에너지는 블랙홀뿐만 아니라 우주 공간 전체에 분포돼 있다. 텅 빈 우주 공간은 사실 텅 비어 있지 않고 진공 에너지로 가득 차 있다.
진공 에너지는 공간 자체가 가진 에너지이므로 공간이 넓어지면 그에 비례해 진공 에너지도 증가한다. 공간 자체가 넓어지면서 계속 더 빠르게 증가한다.
블랙홀은 아주 무거운 질량이 한 점에 모여 응집돼 있다. 중력이 매우 강해 블랙홀에 가까이 접근하면 빛도, 그 어떤 정보도 빠져나올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이 한계를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이라고 한다. 우주 공간 자체가 팽창하면 그 공간에 존재하는 블랙홀도 함께 늘어나고 블랙홀이 품고 있는 진공 에너지 역시 함께 증가한다. 아인슈타인에 의하면 에너지는 곧 질량이다.
따라서 블랙홀 안에 있는 진공 에너지가 늘어나면 결국 블랙홀의 질량도 함께 무거워진다. 에너지 보존 법칙에 따르면 블랙홀이 성장하면서 더 큰 에너지를 보유하게 되므로 블랙홀 바깥의 우주 공간은 그 늘어난 에너지에 상응하는 음(-)의 에너지를 얻어야 한다.
이런 이유로 블랙홀이 무거워지면서 우주 공간 자체가 더 팽창하는 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이게 블랙홀이 우주의 가속 팽창을 일으킨다는 기본적인 원리다.
문제는 이 가설을 입증할 방법이 있냐는 건데 실제 우주가 나이를 먹으면서 우주 속 블랙홀들의 질량이 무거워지는지를 비교하면 된다. 천문학자들은 먼 과거 우주의 은하 속 블랙홀들과 가까운 우주의 블랙홀 질량을 비교해 봤다.
블랙홀의 팽창 질량 크기는 은하팽창의 세제곱에 비례했다. 우주가 두 배 팽창하면 블랙홀 질량은 그 세제곱인 8배 무거워진다는 뜻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세제곱이라는 수치인데 진공 에너지 역시 은하팽창의 세제곱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위 그림을 보면 우주의 팽창으로 복사밀도와 물질 밀도는 점점 낮아진다. 하지만 암흑 에너지는 우주의 부피에 비례해 계속 증가하기 때문에 우주가 아무리 팽창해도 암흑 에너지의 ‘밀도’는 항상 일정하게 유지된다. 이게 현재 관측되는 암흑 에너지의 가장 신기한 특징이다.
블랙홀의 질량과 우주의 진공 에너지가 서로 연결돼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은 매우 놀라운 일이었다. 암흑 에너지라는 미지의 힘이 블랙홀 사건의 지평선 너머 깊숙한 어둠 속에 숨을지도 모른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이다.
전혀 상관이 없을 거로 생각했던 블랙홀과 암흑 에너지가 서로 같은 존재일 수도 있으나 진짜로 블랙홀이 진공 에너지를 만들어낸다는 건 아니다.
1922년 네덜란드의 천문학자 캅테인이 암흑물질의 존재에 대한 가설을 처음 제기한 이후 1933년 스위스의 천문학자 츠비키는 칼텍의 망원경을 이용해 지구로부터 3억 광년 떨어진 머리털자리 은하단을 관찰했다. 머리털자리 은하단에 속한 은하들의 속도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빨리 움직였다.
뉴턴의 법칙에 따르면 중력의 영향을 받는 물체가 빨리 움직일수록 질량이 크다. 뉴턴 법칙을 이용해 운동속도를 알면 질량을 구할 수 있다.
당시 천문학자들은 관측기술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천체가 내는 빛의 양으로 천체의 질량을 구했다. 빛의 양이 많다는 건 그만큼 많은 천체가 있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이다.
츠비키는 질량을 얻는 두 가지 방법을 비교했다. 그러자 놀라운 결과를 얻었다. 운동속도로 구한 질량이 별 무리가 내는 빛으로 얻은 질량보다 무려 400배나 컸다. 관측된 별 무리의 운동속도가 너무나도 빨랐다.
츠비키는 빛을 내지 않아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매우 큰 질량을 가진 물질이 있다고 결론 내렸고 이 물질을 암흑물질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츠비키의 주장은 다른 과학자에게 흥미를 끌지 못했다. 관측기술이 그렇게 발달하지 않았고 블랙홀이나 백색왜성, 중성자별에 대해서도 거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후 암흑물질은 40여 년의 세월 동안 잊혔다.
1970년대 말 미국 카네기재단의 젊은 천문학자인 베라 루빈은 새로 개발된 정교한 관측장비로 나선은하의 운동을 조사하다가 츠비키가 발견했던 것과 같은 문제에 부딪혔다. 이번 결과는 암흑물질의 존재에 결정적인 단서가 됐다.
이후 천문학자들은 우주의 암흑물질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암흑물질의 중력이 주변의 시공간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조사결과 과학자들은 망원경으로 보이는 보통의 물질이 고작 우주에서 10%밖에 안 된다고 결론 지었다. 그리고 이후 좀 더 엄밀한 측정을 통해 암흑 에너지가 약 70, 암흑물질 25, 물질 5%임이 확정된다.
암흑물질이 될 수 있는 건 많다. 별이 되는 데 실패한 갈색왜성이나 눈에 보이지 않는 블랙홀, 우주 초기에 탄생해 전 우주에 퍼져있는 중성미자, 우주 초기에 생성돼 지금도 살아남아 있을 거란 윔프(WIMP, Weakly Interacting Massive Particle) 입자 등이다.
암흑물질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물질과는 완전히 별개다. 그 어떤 파장으로 조사해도 빛이나 입자를 전혀 방출하지 않고 다른 입자와 상호 작용도 하지 않는다.
그 존재는 중력과 그에 의해 발생하는 중력렌즈 현상을 제외하면 탐지할 수 없다. 아직 검출된 적은 없지만 지구 주변의 태양계나 이 지구상에 떠돌아다닐 가능성도 있다.
한국도 기초과학연구원(IBS)을 통해 2003년부터 암흑물질 검출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16년 강원도 양양군 점봉산에 갖춘 지하실험실에서 암흑물질을 관찰하고 있다.
지하 700m 양양 양수발전소 동굴에 설치된 이 실험실에는 암흑물질 검출기가 설치돼 있다. 암흑물질은 다른 물질을 만나 반사되는 빛이나 전파와 달리 물질과 전혀 반응하지 않는다.
따라서 검출이 매우 까다로워 특수한 크리스털 검출 장비가 필요하다. 이 장비는 각종 우주 입자와 방사능 물질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지하 깊은 곳에 설치해야 한다.
양양 양수발전소의 공간은 매우 좁고 연구시설의 깊이와 크기 모두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에 2022년 10월에는 강원도 정선군 예미산 1천m 깊이에 새로운 연구시설인 예미랩을 만들었다. 예미랩은 세계 6위 규모의 지하실험시설로 본격적인 암흑 물질에 대한 연구가 진행될 예정이다.
김훈 리스크랩 연구소장(공학박사/기술사)은 * 서울과학기술대 공학박사(안전공학) * 리스크랩(김훈위험관리연구소) 연구소장 * 현대해상 위험관리연구소 수석연구원 * 한국소방정책학회 감사 * 한국화재감식학회 정보이사 * 소방청 화재감식 자문위원 * 한국지역정보개발원(KLID)평가위원 *,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평가위원 * 국립재난안전연구원(NDMRI) 평가위원 *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 평가위원 *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KETEP)평가위원 * Crane & construction Equipment 칼럼리스트 * 소방방재신문 119 Plus Magazine 칼럼리스트 * 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칼럼리스트 * 기술사(국제기술사, 기계안전기술사, 인간공학기술사) * 미(美)공인 위험관리전문가(ARM), 미(美)공인 화재폭발조사관(CFEI) * 안전보건전문가(OHSAS, ISO45001),* 재난관리전문가(ISO22301,기업재난관리사)
리스크랩_ 김훈 : firerisk@naver.com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3년 6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