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PANY+] 탄소 중립 시류에 발맞춰 ‘녹색 소방’ 선도하는 기업 (주)미산이앤씨“인체ㆍ환경 유해물질 없애고 성능 높였다”… 친환경 포소화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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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7일 발생한 경기도 고양 저유소 화재. 한 스리랑카인이 날린 풍등 불씨가 저유탱크 유증 환기구에 들어가면서 지름 28.4, 높이 8.5m에 달하는 대형 유류 탱크가 폭발해 화재가 발생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17시간 만에 불을 끄는 등 진화에 굉장한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 화재진압에 사용한 포소화약제 양은 10만9천ℓ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대부분 화재진압 시 오롯이 ‘물’만 사용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일반적인 화재에선 물로 불을 끄지만 위험물 화재에는 반드시 ‘소화약제’를 사용해야 한다. 물을 방사하면 오히려 화세를 키우거나 폭발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고양 저유소와 같은 유류화재 진압엔 ‘포소화약제’가 주로 쓰인다. 물은 기름과 섞이지 않아 화재 표면을 거품으로 덮어 질식하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포소화약제는 펌핑에 의해 물과 혼합하면서 거품을 발생시킨다. 거품이 화재 표면을 덮어 산소를 차단(질식)하는 원리다.
게다가 포소화약제에 압축공기를 연속 혼합해 공기압축포를 토출하는 압축공기포소화장치(CAFS)는 물보다 10배 이상 화재진압 효과가 우수하다고 평가받는다. 물로만 진화할 때보다 사용량도 최대 20분의 1 감소한다고 알려져 있다.
탁월함과 효율성을 갖췄지만 2000년대 후반 포소화약제는 논란의 중심에 섰다. 잔류성 유기오염물질인 과불화화합물(PFAS)이 함유돼 인체에 유해하고 환경 오염을 일으킨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EU는 2011년부터 과불화옥탄술폰산 포소화약제 사용을 금지했다. 우리나라 소방청도 2013년부터 과불화옥탄산과 과불화옥탄술폰산이 들어간 포소화약제 검인증을 금지하면서 친환경 포소화약제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친환경 포소화약제’를 대표하는 국내 기업이 바로 (주)미산이앤씨(대표 이광희)다. 2002년 설립된 미산이앤씨는 포소화약제와 윤활유 등을 제조하는 (주)한중유화 협력사다.
특히 기후위기 속 전 세계가 추진 중인 탄소 중립 시류에 발맞춰 친환경을 표방하는 ‘녹색 소방시대’를 선도하고 있다. 이 대표가 한중유화와 함께 개발한 친환경 소화약제는 현재 전국 소방관서뿐 아니라 공항, 해양경찰, 군부대에도 공급되고 있다.
2019년부턴 소화약제 사각지대에 놓인 석탄과 산림화재에 효과적인 제품을 출시하는 등 대응 솔루션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혁신제품과 벤처나라, 경영혁신형 중소기업(Main-Biz), 품질경영체제, 벤처기업 등 다양한 인증을 획득하기도 했다.
국내 최초 친환경 포소화약제
‘에코폼(ECO-FOAM) 936’
미산이앤씨를 대표하는 ‘에코폼(ECO-FOAM) 936’은 국내 최초 친환경 포소화약제다. 소방방재청(현 소방청)으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아 인천대학교 소방방재연구센터와 함께 개발했다.
불소화합물과 중금속, 페놀류 등이 전혀 함유되지 않은 이 제품은 공인기관 시험 결과 일반 독성과 환경 독성 모두 기준치 아래였다.
유해물질도 검출되지 않았다. 일반화재(A급)와 유류화재(B급), 저발포, 고발포에 사용이 가능하다.
미산이앤씨에 따르면 물속 미생물에 의해 탄산가스와 물 등으로 분해돼 완전히 없어지는 정도를 뜻하는 생분해도는 93% 이상이다.
녹색기술(산업통상자원부)과 환경표지(환경산업기술원) 인증을 받은 이 제품은 서울시 녹색제품가이드북에 등재되기도 했다.
친환경적 특성만 가진 건 아니다. 거품이 빠르게 생성되고 안정성 또한 우수해 유류ㆍ일반화재 현장에서의 소화 시간을 급격히 줄여준다.
개발 직후 한국소방산업기술원으로부터 형식승인을 받았고 제2회 소방산업기술대상에서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또 2014년 일본 소방검정공사의 형식승인을 취득해 2015년 일본 수출에 성공한 바 있다.
에코폼 936 고성능 버전…
‘에코폼 캡스(ECO-FOAM, CAFS)’
에코폼 캡스는 에코폼 936의 고성능 버전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압축공기포소화장치(CAFS)용으로 CAFS에서 최고의 성능을 발휘하도록 설계됐다.
에코폼 936을 고농축했기 때문에 에코폼 936 사용량의 3분의 1만 써도 동일한 효과가 있다. 밀봉성과 부착성이 우수해 최적의 거품을 생성한다는 게 미산이앤씨 설명이다.
A급 고발포는 2분 10초, B급 저발포는 1분 55초, B급 고발포는 단 24초 만에 화재를 진압할 수 있다. 소화약제 최초로 중소벤처기업부 성능인증을 취득했고 유동점이 영하 20℃라 사계절용으로도 적합하다.
저장탄 폭발 화재 막는다…
자연발화억제제 ‘SI-119’
미산이앤씨가 국내 최초로 상용화한 석탄 화재 예방 제품이다. 미산이앤씨에 따르면 석탄은 채굴과정에서 공기와 만나면 산화와 발열반응이 일어난다. 발열 상태의 석탄을 방치하면 열이 축적돼 발화할 수 있다.
이게 바로 ‘자연발화’다. 발화된 석탄은 소화가 쉽지 않고 분진폭발을 동반하기 때문에 예방이 최선이다.
‘SI-119’는 산화와 정전기 방지, 휘발분 활성화 억제에 효과적인 다양한 차수의 아민계화합물로 구성됐다.
옥내저탄장 진입 전 보조 약제 없이 물과 혼합(물 96%, SI-119 4%)해 분사하는 방식으로 사용한다. 기포성과 분산성, 석탄 결합성이 우수해 모든 석탄에 적용할 수 있고 분진억제에도 효과적이다.
석탄발전소와 하수슬러지 연료화업체에 납품했다. 2020년 조달청 혁신제품으로 지정됐고 중국과 러시아, 일본, 미국, 인도네시아 등에 특허등록을 마쳤다.
포스코와 공동 개발한
친환경 제품,
분진억제제 ‘더스트-119’
억제제로 포스코와 공동 개발했다. 비산되는 분진을 흡착하고 침투성이 우수해 이송 중인 석탄의 분진 발생을 억제할 수 있다.
석탄 부두 분진억제용으로 적합한 이 제품은 0.2~1% 농도로 물과 혼합해 석탄에 분사하면 된다.
생분해도가 93%에 달해 수질과 토양 오염을 최소화할 뿐 아니라 도로와 건설 현장의 분진 발생 예방에 탁월하다.
조달청으로부터 혁신조달상품으로 지정된 이 제품은 러시아에서도 환경ㆍ적합성 인증을 받았다.
생분해도 99%, 살균력 99.99!
식물성 세탁 세제
‘제로너스 그린-119’
‘제로너스 그린-119’는 방화복과 공기호흡기 면체, 헬멧, 특수화, 방독면 등 소방공무원 개인장비를 살균 세탁하는 식물성 세탁 세제다.
식물 지방산을 다중 중화한 세제로 생분해도 99% 이상, 살균력 99.99%를 자랑한다.
계면활성제는 물론 방부제와 인공향료 등 화학물질이 없어 인체와 환경에 무해하다.
식물성 세제 특성상 브라운 운동(액체 속 미립자들의 불규칙한 움직임)과 미생물의 오염 분해가 동시에 이뤄져 담가만 놔도 때가 쏙 빠진다.
세탁시간이 줄어 전기료와 물을 절감할 수 있고 방화복의 탈색과 변형 등이 없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또 혈흔 제거와 살균세척에 좋아 구급대원복 세탁이나 공기호흡기 면체 세척에 유용하다.
화학물질이 없는 세정제라는 장점을 살려 ‘태양광 패널 세척제’와 ‘스마트팜 차광물질 박리제’로 용도를 넓혀가고 있다.
“현대 화재서 소화약제는 필수, 인식 제고에 힘쓰겠다”
[인터뷰] 이광희 대표
“화재진압 4요소는 장비, 물, 소방관 그리고 소화약제입니다. 그만큼 소화약제가 중요하다는 얘기죠. 그런데 다른 장비보다 큰 관심을 못 받습니다. 심지어 환경 유해성 등을 오해하는 분이 많아 굉장히 아쉽죠. 친환경 포소화약제의 필요성과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인식 제고에 주력할 계획입니다”
이광희 대표는 현대오일뱅크 세일즈 엔지니어 출신이다. 우연한 기회로 15년간 근무하던 현대오일뱅크를 떠나 윤활유 제조ㆍ생산 업체인 한중유화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던 중 2007년 우리나라가 잔류성 유기오염물질을 국제적으로 규제하는 스톡홀롬 협약에 가입하면서 국내에 관련법이 제정됐다. 당시만 해도 소방관이 사용하는 포소화약제는 잔류성 유기오염물질을 다량 함유하고 있었다.
이에 소방방재청(현 소방청)은 차세대 핵심 소방안전기술 과제로 ‘친환경 포소화약제 개발’을 발굴하고 시행 업체로 한중유화를 선정했다. 공교롭게도 윤활유 업황이 좋지 않아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친환경을 고집하는 미산이엔씨의 출발은 이때부터다.
“윤활유가 제 역할을 하려면 절대 거품이 나면 안 됩니다. 반면 포소화약제는 거품이 잘 만들어져야 하죠. 거의 20년간 윤활유를 만들고 팔면서 거품이 나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는데 오히려 거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역발상이라는 점이 참 흥미로웠어요”
연구를 거듭한 결과 약 1년 만인 2009년 3월 6일 국내 최초로 ‘친환경 포소화약제’ 개발에 성공했다. 에코폼 936의 ‘936’은 제품 탄생 날짜를 조합해 만들었다. 제품에 대한 자신감으로 넘쳤던 그는 본격적인 영업 전선으로 뛰어들었다. 세일즈 엔지니어 출신인 이 대표에게 영업은 전문영역이나 다름없었다.
“2012년부터 2015년까지 하루 일정의 시작과 끝은 항상 소방서 방문이었습니다. 하루에 많게는 8곳, 적어도 5곳의 소방서를 매일 찾았어요. 밖에서 잔 날도 부지기수죠. 좋은 제품을 설명하기 위해 간 건데 오히려 이런 시골까지 왔냐면서 반기는 소방관분도 많았습니다”
이 대표 특유의 친화력은 미산이앤씨 제품군 확장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식물성 세탁세제(제로너스 그린-119)는 소방관으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어 개발한 제품이다.
“2019년 에코폼 936을 알리기 위해 제주도로 향했습니다. 설명이 끝난 후 소방서를 떠나려는데 합성세제로 방화복을 세탁하면 물이 빠지고 성능에 문제가 생긴다는 소방관들의 대화를 듣게 됐습니다. ‘환경적이면서도 오염제거에 뛰어난 세제를 만들면 어떨까’란 생각이 번뜩 뇌리를 스쳤죠”
약 1년 후 출시한 ‘제로너스 그린-119’는 현재 소방관 사이에서 “담가만 놔도 때가 잘 빠진다”는 호평이 자자하다. 소방관뿐 아니라 일반 시민에게도 입소문이 퍼져 에코폼만큼이나 미산이앤씨 매출에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소방관들의 요구와 제품 개발에 대한 열망은 이 대표를 지금까지 달리게 한 가장 큰 원동력이다. 이렇듯 열정이 넘치는 그도 주춤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
“가끔 포소화약제를 사용하는 현장에 가면 환경에 좋지 않은 거품을 쏟아낸다고 지적하시는 분들이 계세요. ‘생분해도가 93% 이상이라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는다’, ‘거품이 잘 안 없어지는 건 오히려 성능이 뛰어난 거다’고 말해도 믿질 않으세요. 소화약제의 인식이 바뀌어야겠죠”
일반 시민만 서운하게 하는 건 아니다. 때때로 장비를 사용하는 소방관들조차 아쉬움을 느끼게 할 때도 있다.
이 대표에 따르면 소화약제 역시 소방장비에 포함된다. 하지만 소방조직에서 사용하는 장비 관련 예산은 거의 소방차나 방화복에 쓰인다. 건축물이 갈수록 지하화, 대형화되고 건물 내부에 석유 화학제품이 많은 현시점에 소화약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게 이 대표 주장이다.
“결국 이런 모든 인식을 바꾸기 위해선 제 역할이 중요하겠죠. 누가 해줄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더 좋은 제품을 만들어 지속해서 알리면 자연스레 포소화약제는 안전하고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할 날이 오겠죠. 앞으로 더욱 뛰어난 제품을 개발하고 소화약제에 대한 인식 전환에 힘쓰겠습니다”
박준호 기자 pakrjh@fpn119.c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3년 9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