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이 기업] “전기차 충전 중 화재 잡아낸다” (주)에바, ‘스마트 EV 차저’화재감지 시 주변 충전기까지 운영 중단, 관제센터로 알람 보내 초동대응 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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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PN 최누리 기자] = “전기차 충전기를 생각하면 에바가 떠오를 정도로 성장하는 게 목표다. 충전 걱정 없는 전기차 라이프가 모토인 만큼 전기차 충전과 관련된 모든 솔루션에 에바의 기술이 녹아들 수 있도록 하겠다”
(주)에바(대표이사 이훈)는 이동식 전기차 충전기, 실내 자율주행 인프라, 맞춤형 충전서비스, 급속ㆍ완속 충전기 등의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ㆍ공급하는 기업이다. 최근엔 완속 충전기에 화재감지 기능을 적용한 ‘스마트 EV 차저 2.0’을 선보이며 전기차 생태계 선진화에 앞장서고 있다.
올해 조달청 혁신시제품으로 지정된 이 충전기는 배터리에서 튀는 불꽃과 온도, 적외선 파장 등을 센싱해 전기차 충전 중 발생한 화재를 감지한다. 동시에 충전기와 주변 충전기 작동을 중단시키는 기능을 갖췄다.
또 차주와 관제센터에 관련 사실을 알리고 협의만 된다면 관할 소방서로도 알림을 보낼 수 있다. ‘골든타임’을 확보하기 위한 에바만의 기능이다. 전기차는 1천℃ 이상 온도가 치솟는 열폭주 현상이 발생하면 순식간에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 내연기관차와 달리 화재진압이 어렵기 때문에 자동알림 기능은 초동대응에 큰 이점을 제공한다.
특히 이 충전기에는 인공지능(AI)을 적용한 적외선 센서가 탑재됐다. 불꽃에서 발생하는 파장만을 감지해 실제 화재와 비화재보를 구분할 수 있다는 게 관계자 설명이다.
기술 부문을 총괄하는 김기재 부사장은 “한 센서를 대상으로 6개월간 다양한 환경에서 차량 라이트, 캠핑장 모닥불 등 실제 화재와 비화재보를 구별하는 테스트를 진행했다”며 “그간 쌓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AI를 학습시켰고 지금도 현장에 설치된 충전기의 비화재보 데이터 축적을 통해 정확성을 높여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환경부가 화재감지와 예방 등 기능을 적용한 완속 충전기에 보조금 지원을 위해 800억원의 예산을 편성하면서 ‘스마트 EV 차저 2.0’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 충전기엔 충전 인프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이내믹 로드 밸런싱 기술이 적용됐다. 한정된 전력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기술로 충전기 대수가 늘어도 충전 인프라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 일종의 멀티탭과 유사한 개념이다.
아파트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은 한정돼 한 번에 많은 충전기를 사용하기 어렵다. 에바에 따르면 보통 아파트 내 전기차 충전기는 시간당 7㎾가 필요하다. 이는 평균 두 가구의 사용량이다.
김기재 부사장은 “충전기 사용량 확대에 따른 블랙아웃을 피하려면 설비 교체에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충전기끼리 블루투스로 통신하면서 소통하는 방식을 적용했다. 전력이 남은 충전기는 전력을 많이 사용한 충전기에 잔여 전력을 보급하기 때문에 한정된 전력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용자 편의성도 높였다. 블루투스 PnC(Bluetooth Plug and Charge)가 적용된 이 충전기는 애플리케이션이나 카드가 없어도 사용자를 자동 인식해 편리하게 충전할 수 있다. 사용자의 휴대전화를 충전기 주변에 가져가면 자동으로 사용자가 인증되고 충전서비스가 활성화되는 방식이다.
지난해 기준 시장 점유율 1위(신규 등록 기준) 전기차 충전기 업체인 에바는 삼성전자 사내 벤처 프로그램인 C-LAB의 35번째 스핀오프 기업으로 2018년 말 분사 창업했다.
창업 이후엔 현대차와 네이버, GS글로벌, SK렌터카, 삼성벤처투자, KDB산업은행, 삼성증권, SBI인베스트먼트, DSC인베스트먼트, 슈미트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으면서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세계 최대 전자ㆍ정보기술 전시회인 ‘CES 2023’에선 자율주행 충전 로봇 ‘파카’로 ‘스마트시티’와 ‘로봇공학’ 등 2개 분야에서, 차량 탑재형 전기차 충전기 ‘VMC’로 ‘스마트시티’ 분야에서 혁신상을 받았다.
지난해 CES에선 전기차 완속 충전기 ‘스마트 EV 차저’로 ‘스마트시티’와 ‘지속 가능성, 에코 디자인 & 스마트 에너지’ 분야에서 혁신상을 수상했다. 단일제품이 2개 부문에서 동시에 CES 혁신상을 수상한 건 처음이다. 또 충전업계에서 2년 연속 CES 혁신상을 받은 기업은 에바가 유일하다.
설립 5년 내 시스템 개발부터 안정적인 운영까지 이뤄낼 수 있었던 건 오랜 기간 쌓아온 하드ㆍ소프트웨어 기술력과 노하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김기재 부사장은 “보통 제조사에서 충전기를, 충전 사업자는 애플리케이션 등 서비스만 제공하는 반면 에바는 제품 기획부터 서비스 공급까지 전 과정을 도맡고 있다”며 “이를 통해 필요한 기능을 추가하는 등 시장 요구에 재빨리 대응할 수 있다”고 했다.
에바의 품질 향상을 위한 노력은 현재진행형이다. 김기재 부사장은 “에바가 삼성전자로부터 분사한 만큼 전체 임직원의 20%가 삼성 출신”이라며 “삼성의 제조ㆍ생산 절차 프로세스에 맞춰 제품을 만들기에 불량률이 낮고 납기 준수율이 높다”고 설명했다.
국내를 넘어 해외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밑그림도 그리고 있다. 에바는 캐나다 업체와 이동형 충전 시스템, 급속ㆍ완속 충전기를 공급해 운영한 바 있으며 북미충전규격(NACS) 케이블로 급속 충전기 테스트를 마친 상태다. 완속 충전기 관련 해외 인증도 추진 중이다.
연내에는 200㎾급은 물론 50ㆍ100㎾급, 파워뱅크-디스펜서형 등 내구성을 보완한 급속 충전기를 출시하고 전 제품에 화재감지 솔루션을 적용할 계획이다.
김기재 부사장은 “그간 쌓아온 기술력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시장에서도 영향력을 펼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향후 스마트 그리드와 지능형 수요관리 등을 통해 에너지 효율화를 이끄는 기업으로 성장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최누리 기자 nuri@fpn119.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