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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119]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우리는 동료 소방관이자 가족입니다”

[인터뷰] 박지수 서울 성북소방서 소방교ㆍ박정수 서울119특수구조단 소방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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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누리 기자 | 기사입력 2023/11/20 [10:00]

[Hot!119]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우리는 동료 소방관이자 가족입니다”

[인터뷰] 박지수 서울 성북소방서 소방교ㆍ박정수 서울119특수구조단 소방교

최누리 기자 | 입력 : 2023/11/20 [10:00]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현장 활동을 했으면 좋겠어…”

 

형형색색의 의자와 함께 아기자기한 소화기가 놓인 성북소방서 어린이안전체험관 안.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동생인 박정수 서울119특수구조단 소방교가 걱정 섞인 눈으로 형인 박지수 성북소방서 소방교를 바라본다.

 

국민 생명과 안전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는 소방관은 매번 삶의 경계선에서 죽음과 맞서곤 한다. 그렇기에 가족에게 재난 현장에서 겪은 어려움을 토로하기가 여간 망설여지는 게 아니다.

 

가족이 소방관이라면 그나마 위안을 얻는다. 서로 의지될 뿐 아니라 마음의 짐을 잠시나마 내려놓고 터놓을 수 있는 동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형제가 소방관의 길을 선택한 가족이 있다. 소방의 날을 맞아 가족 소방관을 찾던 끝에 만난 박지수, 박정수 형제는 둘 다 서울소방에서 시민 안전을 지키고 있다. 

 

 

늘 서로의 안전에 걱정이 앞서는 이들은 재난이 발생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곧바로 사고 자료나 동료 소방관으로부터 서로가 다치지 않았는지, 힘든 일은 없는지를 살핀다. 말하지 않지만 서로를 위하는 그들만의 소통방식인 셈이다.

 

신속한 구조를 위해 늘 고된 교육ㆍ훈련에 매진하고 어떤 현장이든 항상 준비된 소방관이 되고자 노력하는 그들을 <FPN/119플러스>가 만났다.

 

소개를 부탁드린다. 

박지수 형인 박지수 소방교다. 2019년 1월 공채로 입직해 용산소방서와 서울소방학교를 거쳐 현재 성북소방서 지휘1팀에서 안전담당을 맡고 있다. 

 

박정수 2015년 10월 공채로 소방관이 된 박정수 소방교다. 성북소방서를 거쳐 현재는 서울119특수구조단에서 구조대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어떤 이유로 소방관이 되고 싶었나.

박지수 제주도에서 의무소방원으로 활동하며 느낀 보람과 추억 덕분에 소방관이란 꿈을 처음 품었다. 학부에서 영화를 전공했다. 졸업하자마자 다큐멘터리 제작사에서 근무했는데 소방에 대한 갈증이 커졌다.

 

인위적으로 상황을 연출하는 과정이 성격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상 콘텐츠 제작은 사람에 관한 관심에서 출발한다. 소방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 입직을 결심했다.

 

박정수 고등학교 시절 두 명의 친구와 함께 어른이 되면 무슨 일을 할지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우스갯소리로 한 명은 군인, 다른 한 명은 경찰, 저는 소방관이 되자고 했다. 그 대화가 머릿속에 늘 남아 있어서였는지 자연스럽게 소방관이 되기로 마음먹었다. 지금은 천직이라고 생각하면서 근무하고 있다. 

 

 

소방관이 된 후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다면.

박지수 한 고시원에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려는 구조대상자를 구하기 위해 출동한 적이 있다. 가스 냄새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는데 고시원 내 모든 방문을 두드렸지만 아무도 불을 피운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유일하게 두드려도 답이 없던 방이 있었다. 불길한 예감이 들어 함께 출동한 동료와 창문을 열고 들어갔다. 연기가 자욱해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상황에서 바닥에 쓰러진 구조대상자를 발견했다. 신속하게 응급처치한 후 병원으로 이송했다. 돌아오는 소방차에서 소중한 생명을 구했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찼다. 

 

박정수 어느 여름, ‘만삭 임신부 진통 심함’이란 내용의 출동 지령이 내려왔다. 현장에 들어서니 진통으로 힘들어하는 산모를 발견했다. 

 

곧바로 산모를 부축하면서 계단으로 내려오는데 산모의 다리 사이로 태아의 머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마음이 다급해졌다. 구급차에 산모를 태우고 선배 소방관과 함께 응급 분만을 시도했다.

 

병원까지 가까웠는데도 구급차 안에 있던 시간이 엄청 오래된 것처럼 느껴졌다. 안전하게 분만을 마치고 산모 품으로 아기를 안겨준 뒤 대학병원에 산모를 인계했다. 

 

아직도 새로운 생명이 태어났다는 기쁨과 안도가 뒤섞인 산모의 표정을 잊을 수 없다. 딸을 둔 아버지로서 당시 산모가 정말 대단하다고 느낀 순간이다.

 

소방관으로 활동하면서 힘든 순간(애로사항)이 있었나.

박지수 야간 출동이 가장 힘들다. 야간은 낮보다 시야가 제한되고 신고도 늦게 접수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럴 때면 ‘큰 사고면 어떡하지’란 불안감이 찾아온다.

 

무엇보다 재난 현장에서 사람의 힘으론 할 수 없는 일을 마주하면 무력감이 든다. 하지만 이런 무력감은 소방관으로서 더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동기 부여가 되기도 한다. 

 

박정수 교통사고 현장에서 바지를 부여잡고 살려달라 울부짖던 청년, 화재 현장에서 의식 없이 누워있던 아이 등 그간 지키지 못한 사고가 떠오를 때가 있다.

 

지금은 그 기억을 경험이라 여기며 소방활동에 원동력으로 삼고 있다. 저를 비롯한 모든 소방관이 교육훈련에 매진할 수밖에 없는 이유기도 하다.

 

한편으론 어떤 현장에 투입될지 알 수 없기에 항상 준비돼 있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다.

 

가족 소방관의 장ㆍ단점은 어떤 게 있나.

박지수 동생은 성북소방서에서 7년 이상 근무했는데 워낙 근무를 잘해 에이스란 말을 들었다. 덕분에 소방서 적응에 도움을 받았다. 부모님께서는 둘 다 재난 현장에 출동하는 소방관인 만큼 걱정이 크실 거라 생각된다. 그걸 알기에 힘든 일은 얘기하지 않으려고 한다. 대신 자주 연락드리고 찾아뵈려 노력한다. 

 

박정수 부모님께서 든든한 소방관 아들들을 뒀다는 사실을 자랑스러워하신다. 처음엔 자식 자랑은 팔불출이라고 말렸지만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이 또한 효도라는 생각이 든다. 

 

또 성북소방서에서 오랫동안 활동했기에 형의 활약상을 동료를 통해 듣고 있다. 그때마다 자랑스럽고 대견스럽다. 서로 많은 얘길 나누진 않지만 재난 현장에 출동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관련 자료를 찾거나 동료로부터 아픈 곳은 없는지, 다친 곳은 없는지 등을 확인한다.

  

앞으로 어떤 소방관이 되고 싶나.

박지수 영어 통ㆍ번역에 관심이 많아 해당 분야로 대학원에 진학할 계획이다. 의무소방원으로 근무할 당시 번역한 로프 전문구조 매뉴얼을 동료들에게 공유한 적이 있는데 업무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는 말에 힘이 났다. 

 

향후엔 언어 공부를 전문적으로 하고 싶다. 해외 재난 현장에선 여러 국가에서 파견된 소방관과 임무를 수행하곤 한다. 신속한 구조를 위해선 원활한 의사소통이 중요하기에 제 능력이 작게나마 도움 되길 바란다. 

 

박정수 요즘 육아에 집중해 정신이 없지만 인명구조사 1급 자격시험을 준비 중이다. 이후 화생방과 수난, 로프 구조에 필요한 개인역량을 쌓을 계획이다.

 

 

서로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박지수 안 다쳤으면 좋겠다. 우린 한 부모님 밑에서 자랐지만 지금은 책임져야 할 가정이 있다. 다치지 않고 건강하게 소방활동에 임하길 바란다. 

 

박정수 무엇보다도 건강했으면 좋겠다.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현장 활동을 했으면 한다.

 

 

최누리 기자 nuri@fpn119.c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3년 11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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