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검 성능 포함해야 하는 119구급대원 조끼… 국제적 표준 미달소방청 “필요하면 응급처치 시 용이성 등 고려해 규격 개선하겠다”
소방청 훈령인 ‘소방장비 분류 등에 관한 규정(제7조 별표3)’에 따르면 119구급대원에게는 대원 보호장비 중 하나로 ‘다기능 조끼’를 지급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 다기능 조끼는 장비 휴대와 대원 보호 등 다양한 기능이 포함돼야 한다.
문제는 구급대원 다기능 조끼가 방검 성능을 갖춰야 하지만 현재 보급되는 제품들은 국제적 표준의 방검복 기준에 미달한다는 사실이다. 세계적으로 방검 성능을 평가하는 표준으로는 NIJ(National Institute of Justice) Standard-0115.00이 쓰이고 있다.
이 표준은 가장 치명적인 찌르기 공격에 대한 방어능력을 정의한 등급 기준이다. 칼, 송곳 등 날카로운 무기가 사용되는 위험한 환경에서 착용하는 보호복(방검복)을 대상으로 타격에너지를 변화시키면서 저항성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단날검과 양날검, 송곳(아이스픽) 등 세 가지 타입의 장비로 시험하는 게 특징이다.
우리나라 경찰과 국세청은 물론 심지어 지하철 역무원에게 지급되는 방검복이나 삽입형 방검패드 모두 이 표준을 규격으로 제시한다.
그러나 현재 구급대원에게 지급되는 방검 기능을 포함한 다기능 조끼의 경우 ANSI-ISEA 105와 EN388이라는 규격의 성능을 요구하고 있다.
ANSI-ISEA 105는 ‘손 보호를 위한 미국 표준(American National Standard for Hand Protection Classification)’, EN388은 ‘기계적 위험에 대한 보호 장갑 유럽 표준(Protective Gloves Against Mechanical Risks)’이다. 두 가지 모두 몸에 착용하는 방검복이나 조끼가 아닌 기계적 위험(절단 등) 보호 장갑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표준인 셈이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방검 성능을 테스트하는 FITI시험연구원의 오영훈 공공사업팀장은 “소방에서 준용하는 기준은 산업용 장갑 기준이자 베임 성능 기준”이라며 “꿰뚫림(자창)에 대한 방어 의류를 방검복이라 하고 그 성능에 대해선 NIJ Standard를 준용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소방에서 준용하는 방검 성능이 국제적 표준기준에 못 미친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잘못된 기준이 준용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선의 구급대원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A 구급대원은 “당연히 방검 기능이 있다고 해서 든든함을 느꼈는데 보호 장갑 기준이라고 하니 어이가 없다”며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방검 성능을 갖추도록 한 건데 제대로 된 기준조차 준용하지 않았다면 결국 의미가 없는 것 아니냐”고 쓴소리를 냈다.
B 구급대원은 “최근 신림역과 서현역 같은 곳에서 사고가 나서 조끼를 잘 챙겨입고 있는 편”이라며 “이왕 지급되는 방검 기능 조끼라면 안전성과 성능이 보장된 제품이 보급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C 구급대원은 “경찰은 내년부터 다기능 방검복과 방검 내피, 베임 방지 재킷, 찔림 방지 목 보호대 등 다양한 보호복을 지급한다고 들었다”며 “물론 경찰보다 위험은 적지만 기준이 있는데도 제대로 된 기능조차 확보되지 못한 조끼를 지급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소방청은 방검 기능의 적용과 표준 준용 방식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구급대원이 착용하는 다기능 조끼가 온전히 방검을 위한 방검복과는 다르고 규정처럼 ‘방검 성능을 포함’하면 된다는 이유에서다.
소방청 관계자는 “다기능 조끼는 방검 성능뿐 아니라 다른 기능도 갖춰야 해 경찰 등과는 특성이 다르다”며 “방검 성능의 수준에 따라 활동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고려해야 할 점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활한 현장 활동을 위해 방검복보단 방검 성능이 일부 포함된 ‘다기능 조끼’를 활동 보조장비로 보급했다”며 “구급대원 폭행 통계에 따르면 NIJ Standard 기준이 적용될 정도로 자창 피해를 당한 상황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응급처치 시 용이성과 현장 활용성, 수요를 면밀히 분석ㆍ검토해 필요하다면 방검 성능 규격에 대한 개선이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유은영 기자 fineyoo@fpn119.co.kr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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