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법무법인 어진의 주어진 변호사입니다. 이번 호에서는 <119플러스> 구독자분 중 특히 소방관서에서 기관으로 근무하시는 분들이 많이 궁금해하시는 ‘긴급자동차’와 관련된 내용을 나눠볼까 합니다.
‘긴급자동차’란? 현행 ‘도로교통법’ 제2조 제22호에서는 소방차, 구급차, 혈액 공급 차량, 그 밖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동차(순찰차, 호송차 등)를 ‘긴급자동차’로 정하고 있습니다.
위 긴급자동차들은 ‘도로교통법’에 따라 통행 시 우선권이나 특례 규정을 적용받게 됩니다.
‘긴급자동차’의 우선 통행권 ‘도로교통법’ 제29조에서는 긴급자동차의 우선 통행권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긴급하고 부득이한 경우’에는 ① 도로의 중앙이나 좌측 부분을 통행할 수 있고 ② 정지해야 하는 경우에도 정지하지 아니할 수 있으며 ③ 다른 운전자들은 교차로나 부근에서 ‘긴급자동차’가 접근하는 경우 일시 정지해야 하고 ④ 다른 운전자들은 교차로나 부근이 아닌 곳에서는 긴급자동차에 우선 통행할 수 있도록 진로를 양보해야 합니다.
한편 긴급자동차의 운전자는 교통안전에 특히 주의하면서 통행해야 하고 긴급한 용도로 운행하는 경우가 아닐 때는 경광등이나 사이렌을 작동해선 안 됩니다(훈련ㆍ순찰 시 등은 예외).
이처럼 긴급자동차는 ‘도로교통법’에 따라 우선 통행권이 보장되나 이런 우선 통행권은 모두 ‘긴급하고 부득이한 경우’에만 보장되는 권리입니다.
‘긴급자동차’의 특례 ‘도로교통법’ 제30조에서는 ‘긴급자동차’와 관련해 보다 자세하게 특례 규정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긴급자동차는 필요시 도로 통행 속도의 제한을 받지 않으며 ‘도로교통법’상 앞지르기나 끼어들기, 신호 위반, 보도 침범, 중앙선 침범, 도로 횡단이나 유턴, 안전거리 확보 의무 등이 면제됩니다. 또 주차금지구역 내 주차 등이 허용되는 등 다양한 특례를 적용받게 됩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긴급자동차로 우선 통행권이나 특례를 적용받기 위해선 반드시 사이렌을 울리거나 경광등을 켜는 등 다른 차량에 긴급한 목적으로 운행되고 있음을 표시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긴급자동차를 운행하시는 구독자분들이 ‘도로교통법’상 우선 통행이나 특례를 적용받고자 하신다면 반드시 경광등과 사이렌을 켜시기 바랍니다.
긴급자동차와 관련한 형사 판결문과 민사 판결문을 소개해 긴급자동차와 관련해 어떤 법적인 쟁점이 있는지 말씀드리겠습니다.
‘긴급자동차’와 관련한 형사 판례 소개 (서울남부지방법원 2011노1636호 사건)
1. 사실관계 이 사건 개요는 다음과 같습니다. 2011년 4월께 식당 가스실에 화재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접수되자 소방서에서 펌프차와 물탱크차, 굴절사다리차 등 화재진압대가 화재 현장으로 출발했습니다.
이때 소방서 소속 소방공무원인 피고인은 화재진압대의 선도 차량을 운전해 왕복 8차로와 왕복 4차로가 교차하는 교차로에 이르렀습니다. 피고인은 적색 신호 상태에서 경광등과 사이렌을 울리고 확성기로 정지방송을 하면서 교차로에 진입했습니다.
피고인 차량은 정지와 시속 10㎞ 미만으로 서행을 반복하면서 교차로의 3/4가량을 건너갔다가 더는 교차로에 진입하는 자동차들이 없는 상황이 조성되자 다시 출발했습니다.
그 순간 피해자들이 승차한 자동차는 멀리서부터 동쪽에서 서쪽으로 왕복 8차로를 상당한 속도로 달려오다가 선행 자동차가 없는 가장 바깥쪽 차선으로 교차로에 진입했습니다.
이에 피해자들의 자동차가 피고인 차량과 부딪히려는 순간 피고인 차량은 정차했고 피해자들의 자동차는 반사적으로 오른쪽으로 급하게 방향을 바꿔 인도섬 경계석에 충돌한 후 인도섬을 넘어 진입차선 경계석과 철제 난간에 2차 충돌이 일어난 사건입니다.
2. 법원의 판단
긴급자동차도 곧바로 신호 위반의 특례가 인정되는 게 아니고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주의의무를 위반했는지에 따라 ‘도로교통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위와 같은 전제 아래 법원은 “피고인의 차량이 ① 피고인은 정지와 시속 10㎞ 미만의 서행을 반복하면서 교차로에 진입해 교차로의 3/4가량을 건너간 점, ② 피고인 차량은 위와 같이 진입할 당시 경광등을 켜고 사이렌을 울리고 있었고 편도 5차로의 도로 중 1 또는 4차로에서 진행하던 차량은 통행 신호임에도 정지하고 있었던 점, ③ 이 사건 발생 당시는 맑은 날씨의 낮 시간이고 시야 확보에 지장이 없었으며 차량 소통도 원활했던 점, ④ 피고인 차량은 교차로 대부분을 건너가 더는 교차로에 진입하는 자동차가 없는 상황에서 출발했던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은 긴급자동차의 운전자로서의 주의의무를 다했다고 판단된다”고 보아 피고인이 ‘긴급자동차’ 운행의 면책 요건을 갖췄다고 판단해 1심 법원과 같은 무죄를 유지했습니다.
3. 형사 판례에 대한 총평 위 판례에서 상세하게 언급된 바와 같이 긴급자동차라 해서 곧바로 ‘도로교통법’상의 각종 의무가 모두 면책되는 게 결코 아닙니다. 긴급자동차 운전자들은 반드시 사이렌과 경광등을 이용해 긴급한 목적이 있음을 다른 차량에 알리고 마땅한 주의의무를 기울여야만 불의의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형사적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반드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긴급자동차’와 관련한 민사 판례 소개 (서울중앙지방법원 2020나42794호 사건)
1. 사실관계ㆍ법원의 판단 이 사건은 소방차인 원고 차량이 119안전센터에서 출동하면서 소방서 맞은편 도로로 진입하기 위해 도로를 가로지르던 중 피고 차량과 충돌했고 피고 차량은 그 충격으로 다시 전방의 차량들과 2차 사고가 발생한 건입니다.
당시 법원에서 인정된 사실을 보면 ① 원고 차량은 도로교통법상 긴급자동차의 일종인 소방자동차로서 이 사건 사고 당시 화재 진압을 위해 출동하는 과정에서 경광등을 켜고 사이렌을 울리면서 편도 5차로인 이 사건 도로로 진입한 점, ② 당시 이 사건 도로의 2차로 또는 5차로를 주행하던 차량들은 원고 차량에게 진로를 양보하기 위해 정차했던 점, ③ 피고 차량의 주행 차로인 1차로의 경우 선행 차량이 없었으나 다른 차로의 정차 상태, 원고 차량의 차고ㆍ크기, 경광등 불빛, 사이렌 소리 등을 통해 원고 차량의 존재를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을 거로 보이는 점 등을 모두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원고 차량 또한 119안전센터에서 이 사건 도로를 가로질러 중앙선을 넘어 맞은편 도로로 진입하려고 했던 점, 119안전센터의 요원이 도로의 일부 차로만 통제했고 피고 차량이 주행하던 1차로까지 통제하진 않았던 점을 고려해 원고 차량에도 ‘긴급자동차의 교통안전에 관한 주의의무’를 게을리한 잘못이 있다 할 것이므로 원고 차량과 피고 차량의 과실 비율은 40:60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2. 민사 판례에 대한 총평 앞서 소개해 드린 형사 판례와 마찬가지로 민사 사건에서 긴급자동차라도 무조건 면책되는 게 아님을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특히나 긴급자동차로서 면책 요건인 사이렌과 경광등을 울렸는데도 그 외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경우엔 얼마든지 법적 책임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긴급자동차 운행에 있어 늘 주의의무를 다하시길 바랍니다.
맺음말 이상과 같이 긴급자동차의 특례와 긴급자동차 운행 시 주의할 점, 그리고 긴급자동차와 관련된 형ㆍ민사 사건을 소개했습니다. 모쪼록 <119플러스> 구독자분들께 유용한 정보가 됐길 바랍니다. 이상 법무법인 어진에서 형사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주어진 변호사가 알려드렸습니다.
감사합니다.
법무법인 어진_ 주어진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4년 4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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